“사각형의 정의를 내려 볼까요?” 주제가 던져지자 중학생들은 사다리꼴부터 정사각형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 기계적인 문제풀이 대신 터득한 개념을 가지고 심화 문제를 탐구하며 논증하는 활기찬 분위기다.
강동구 명일역 부근에 자리잡은 포룸과 멘토는 이름 그대로 교사가 ‘멘토’가 돼 인문학, 수학, 영어를 초중학생들과 ‘포럼’ 형태의 토론식으로 공부한다. ‘공부 주인은 학생’이라는 분명한 철학으로 개성 있게 가르치는 ‘방과후 작은 학교’로 입소문 난 곳이다.
학생을 변화시키는 ‘생각의 힘’
‘학생들은 늘 선행학습으로 바쁜데 왜 실력은 공부 시간과 정비례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공부를 (나를 위해)하는 게 아니라 (부모를 위해)해 드리는 것으로 여길까?’라는 고민이 깊었던 황검 이사장은 2007년 포룸과 멘토를 열었다.
경쟁, 레벨에 찌든 ‘학습’ 대신 아이의 생각하는 힘을 키워 주는 ‘공부’를 가르치고 싶었던 그는 초중학생을 위한 인문학, 수학, 영어 통합 교육을 선보였다. 겉핥기식 국영수 선행학습대신 책 읽고 토론하며 생각해서 글을 쓰는 ‘진짜 공부’를 접한 아이들은 점점 능동적으로 바뀌었고 황 이사장의 ‘신념’을 ‘실력’으로 증명해 보였다. “또래보다 말이 어눌하고 엉뚱한 질문을 자주해 ''사차원'' 소리를 듣던 남학생이 꾸준한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참 자아’를 발견해 나가더군요. 감춰졌던 창의성이 빛을 발휘하더니 지금은 뉴욕의 유명 디자인대학에서 총장추천 장학생으로 선발될 만큼 주목받고 있어요.”
토론식 수업을 뚝심 있게 실천중인 황 이사장은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이다. 서울대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은사인 배영수 교수를 통해 ‘공부의 참맛’을 터득하고 ‘가르치는 일’의 가치를 깨우쳤다.
“리포트를 제출하면 온통 빨갛게 돼서 돌아와요. 글쓰기 기초부터 모호한 표현과 논리의 비약을 짚어주고 진정성 담긴 감상평까지 곁들여 주셨죠.” 스승 덕분에 인문학 공부에 재미를 붙인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깊고 넓은 공부를 했고 그 후로 사이버 인문학 강의와 교육 콘텐츠 기획을 오랫동안 했다.
2007년 직접 중학생 교육에 뛰어든 건, 당시 중2이었던 첫째 딸의 학교생활 때문. “학원 다니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던 딸이 학교에서 위축되고 자존감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고민이 컸죠. 점수 따기 위해 학원 다니지 않고 진짜 실력을 키우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보여주고 싶었어요.” 검정고시로 고교에 입학한 그의 딸은, 지금 서울의 모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며 인문학, 미술, 음악을 아우르는 ‘융합인재’로 성장중이다. 황 이사장은 “아이들이 삶과 공부의 주인으로서 스스로의 재능과 꿈을 키워나가도록 참여와 성찰의 기회를 주고 믿고 기다리며 돕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늘 강조한다.
인문학, 수학, 영어 토론으로 배우는 ‘진짜 공부’
자신의 딸을 비롯해 다양한 10대들의 ‘지적 성장’을 이끌어낸 황 이사장의 내공은 커리큘럼 곳곳에 녹아 있다. 또한 그와 뜻을 같이하는 십여 명의 실력 있는 강사진과 교사협동조합을 만들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원장-강사의 상하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동등한 협동조합 이라 모든 교사가 주인 정신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합니다”라고 청소년인문학을 지도하고 있는 명지현 교사는 말한다.
공부 주인은 학생, 교사는 멘토
인문학 강의는 연간 25권의 청소년 필독서, 고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이 미리 책을 읽으며 뽑아온 논제를 가지고 토론 후 다시 글로 정리하고 이를 다 함께 돌려보며 학생, 교사가 코멘트를 해주는 방식이다.
“처음엔 서너 줄밖에 쓰지 못하던 아이들이 6개월쯤 지나면 논리와 주장이 담긴 장문의 글을 쓸 만큼 발전합니다.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이 길러진 거지요.”라고 황 이사장이 설명한다.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수학은 선행 대신 제 학년의 내용을 심화 학습하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 스스로 수학의 개념을 문제에 적용해 논리적으로 증명까지 해나가는 수준까지 접근한다. 영어도 다양한 주제의 글을 읽은 후 여럿이 의견을 나누고 글로 쓰면서 듣고 말하고 읽고 쓸 줄 아는 활용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개개인의 관심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주제 연구도 꾸준히 진행해 매년 자료집으로 엮어 낸다.
“학생을 공부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데 토론은 매우 유용합니다. 물론 멘토로서 교사의 역할, 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업 연구, 교수법 스킬을 끊임없이 스터디하며 커리큘럼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학부모도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공부 기술을 익혀나갈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줘야 합니다.”라고 황 이사장이 거듭 강조한다.
중등교육과정 설명회
-일시 : 10월27일(월) 오후 8시
-장소 : 포룸과 멘토 강동센터 (5호선 명일역 4번 출구)
-문의· 예약 : 070-4246-3655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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