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학력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성적은 최상위, 흥미도는 최하위권이였다. 열심히 공부는 하지만 재미는 못 느낀다는 얘기다. 많은 학생들은 수학은 숫자와 씨름하며 문제 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수학교실 협동조합’ 박진갑 대표는 그것은 수학이 아니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수학은 무얼까? 수학으로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는 박진갑 대표를 만났다.
유광은리포터(lamina2@naver.com)
이웃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수학의 꿈
신월1동 월정시장 입구에 위치한 ‘아름다운 수학교실’은 이름 그대로였다. 여타 학원을 예상하고 문에 들어선 순간 깔끔하게 칠해진 내부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동네 사랑방을 찾은 듯 편안하다.
“한 달 반 동안 청소하고 칠하느라 아주 고생했어요. 조합원들이 다 같이 애써서 직접 꾸몄지요.”
‘아름다운 수학교실 협동조합’ 박진갑 대표의 말 속에서 ‘수학교실’에 대한 애정이 절로 묻어난다. ‘아름다운 수학교실’은 작년 12월 문을 열었다. 초등,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과학 수업을 한다는 점에서 학원과 같아 보이지만 ‘아름다운 수학교실’은 협동조합이다.
“아름다운 수학교실 협동조합은 학부모와 선생님 모두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 되어 이윤을 추구하기 보다는 지역사회 교육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 목적이지요.”
‘아름다운 수학교실 협동조합’은 학부모, 선생님, 후원자 등 다양한 역할로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수강생도 어린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대로 수학을 가르치고 싶은 교사들이나,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는 어르신들까지, 이곳은 모두에게 열린 배움터다.
“아름다운 수학교실 협동조합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어요. 첫째는 학생들이 질 좋은 수학교육을 경제적 부담 없이 받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우수한 강사를 양성하여 지역사회에 배출하는 것이지요. 이 두 가지가 잘 이루어진다면 지역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상향평준화가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거에요. 그렇게만 된다면 마을의 가치는 저절로 올라가겠지요.”
박대표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십이 년을 일한 후 대치동에 수학학원을 열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에서 십년 동안 운영하던 학원을 접고 신월동에 협동조합을 시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수학 학원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수학 교육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죠. 많은 학생들이 수학의 본질을 잃어버린 채 문제풀이에만 몰두하는 것이 답답하고 안타까웠거든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이곳 서부여성발전센터 ‘중등수학지도사과정’을 맡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신월동에 수학교실 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박대표의 ‘중등수학지도사과정’ 1기 수강생들은 과정이 마친 후에도 동아리로 계속 모였다. 박대표도 모임에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월동 지역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지역교육환경에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을 알게 되었어요. 협동조합 강의는 물론 관련 모임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면서 많이 공부했지요. 고민하던 대안 교육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아름다운 수학교실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공급자로, 학부모들은 소비자로 역할은 다르지만 지역사회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다 같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협동조합이지요.”
수학과 지역사회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창립하게 된 ‘아름다운 수학교실 협동조합’. 이곳에서는 수학을 어떻게 가르칠까?
수학은 數學 그 이상입니다.
“수학을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지요. 수학은 틀(문제)에 생각을 가두는 것이 절대 아니에요. 수학은 사고를 통해서 이론을 증명하는 논리학입니다. 논리로 생각을 넓혀가는 것이지요.”
고대 유클리드 ‘원론’부터 대한민국 수능까지 수학 관련 박대표의 이야기는 끝도 막힘도 없다. 관심에도 없던 수학이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수학에 대한 흥미가 저절로 생겨난다.
“‘아름다운 수학교실’은 학생들이 수학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부담되는 고액의 과외비나 과도한 선행, 기계적인 문제풀이가 없지요. MBTI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학생과 선생님의 성향을 고려하여 반편성을 합니다. 토론식 수업으로 저학년은 창의수학을, 고학년은 과학실험을 연계한 수학교육을 실시하지요. 즐겁게 수학을 알아가도록 하는 것이지요.”
아름다운 수학교실 여덟 명의 강사들은 매일 같이 수학을 연구하고 아이들에게 맞는 문제를 직접 만든다. 모두가 주인의 마음으로 함께 하여 더 나은 ‘아름다운 수학교실’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다.
“교육 불평등으로 한국 사회의 계층의 벽이 점점 두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다양한 교육 협동조합이 여러 지역에 생겨 공평한 교육기회가 확보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모든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으니까요.”
문의 010-391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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