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고등학교 김희정 진로진학부장교사

“입시 좌우하는 생기부는 학생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

지역내일 2014-10-14

선생님과 진로찾기
오래된 영화 ‘씨네마천국’을 다시 보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토토에게 마을의 영사기사로 일했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각자에게는 따라야 할 별이 있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흔한 말처럼 들리지만 미래를 고민하는 토토에게 할아버지가 전하는 진심입니다.
우리에게도 알프레도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기꺼이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수시전형 원서 접수를 마친 이후 고3 교실은 그야말로 입시 초읽기에 들어간다. 실기고사와 논술 등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수능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 모두 코앞에 다가온 입시를 실감한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고3을 담당하는 교사들 또한 분주하다. 특히 3학년 부장교사인 백신고 김희정 진로진학부장교사는 입시가 끝날 때까지 입시 일정표를 달력 삼아 생활한다. 빽빽한 일정표를 한 손에 들고 학생들의 입시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대학보다는 학과 중심의 진학이 현명한 선택
3년째 3학년 부장교사를 맡고 있는 그는 고3 학생들의 빅데이터를 한 눈에 꿰고 있다.
“3월, 3학년에 올라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긴장하고 새로운 각오를 세웁니다. 지난 시간을 반성하며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대학 진학을 계획하지요. 그러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마음이 느슨해지고, 공부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여름방학이 지나면 수포자(수능포기자)들이 나타나고, 수시 준비를 해오지 않은 학생들은 수시 대신 정시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정시가 끝날 때까지 1년이란 시간은 고3 학생들 모두에게 중요한 시간이지요.”
고3이 됐다고 해서 대학입시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자신의 실력과 상관없이 집에서 다닐 수 있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나 학생들 다수가 4년제 인서울을 꿈꾼다. 그나마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그는 지방대 수시 전략을 세운다.
“대학에 진학을 희망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지방대를 추천합니다. 상담을 하면서 지방대를 권유하면 대부분 꺼려하지요. 하지만 지방대 중 국립대나 특성화대학은 충분한 메리트가 있어요. 중하위권 학생들이 전략적으로 지원해볼만한 합니다. 전문대 중에서도 취업과 직결된 학과 등을 권하고 있어요. 집을 떠나 지방대나 전문대에 다닌다는 사실이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길게 보면 자신의 진로에 맞춰 학과 중심으로 진학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수시는 기회다
올해 백신고 졸업생들 중 60% 이상이 수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입시에서 수시의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은 학교 현장에서 더 확연히 나타난다. 6개의 학교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는 수시를 포기한다는 것은 대학입시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다. 그러나 평소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지 않은 경우, 뜻하지 않게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며 내신성적 관리와 진로에 맞는 준비를 꾸준히 해 온 학생들에게 수시는 열린 기회입니다. 치열한 정시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학교나 학과에 합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요. 하지만 교과나 비교과 활동, 출결사항 등 학교생활이 안 돼 있으면 수시 합격이 어렵습니다. ‘1,2학년 때 좀 더 잘해둘걸’하며 수시 지원을 앞두고 후회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성실히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수시 합격이 수월해집니다.”
그는 수시 합격을 좌우하는 구술 면접과 논술고사에 대비하기 위한 체험자료집을 만들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에 있는 4년제 및 전문대 수시에 지원했던 백신고 학생들의 체험담을 모아 자료집으로 낸 것이다. 자료집에는 면접 방법과 질문 내용, 논술 및 구술고사 문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등을 담았다. 학교별로 꼼꼼하게 기록돼 있어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수시 면접을 앞둔 요즘은 모의면접을 진행하느라 분주하다. 학생들이 지원한 학교별 유형에 맞는 모의면접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면접 장면을 녹화해 줘 학생 스스로 이를 확인하며 부족한 점이나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도록 했다.
“입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 수시가 대학입시의 대세가 될 것입니다. 수시 준비는 일찍부터 하는 것이 좋아요. 1,2학년 학생들도 학교 입시설명회에 참여해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기본적인 입시 제도를 알고 있으면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자기주도적으로 실행해 갈 수 있습니다. 입시에서 중요한 학생생활기록부는 교사가 작성하지만 결국은 학생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학, 그 이후까지 도움 되는 진로진학 지도 하고파
학생들 생각엔 당장 대학이 더 중요해 보이겠지만 인생 선배로서 대학 이후까지 도움이 되는 진로진학 지도를 해주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다. 명문대 합격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것도 아니고, 대학진학은 인생의 작은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이후 취업과 연계할 수 있는 학과나 학교에 대한 정보도 부지런히 수집하고 있다. 군위탁 교육을 하는 전문대 과정이나 대학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 취업특화 대학들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꾸준히 제공한다. 또한 필요한 경우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공부에 뜻이 없는 학생들 중엔 의미 없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있죠. 그런 애들에겐 어쩌면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어요. 인문계고등학교지만 지난해부터 직업학교와 연계한 위탁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공부가 힘들어 방황하던 아이들이 직업 과정을 이수하며 성실하고 밝아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기보다 적성과 소질에 맞는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대학뿐 아니라 또 다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진로진학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후 사회에 진출한 제자가 결혼식 주례를 부탁해 올 때, 교사로서의 보람이 크다고 하는 김희정 부장교사. 학생들의 행복을 키워주고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일조하는데서 그 또한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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