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아 여기저기서 축제가 한창입니다. 이 가운데 조금 색다른 축제가 열리고 있어 찾아갔습니다. 한빛중학교에서 열린 2014 운정3동 세대공감 어울樂 문화축제입니다. 20여 개의 공예 체험 부스, 30여 개의 나눔장터 부스, 산지 직거래 농산물을 포함한 먹거리 장터와 지역 한의원 한방진료까지 그야말로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가 풍성한 마을 잔치였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팽이시합과 청소년 동아리의 댄스경연대회, 남성 성악가들의 클래식 공연까지 그야말로 모든 세대를 어우르며 공감하는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도시와 자연부락 소통과 화합의 장
운정3동은 대대로 살아오던 자연 부락 주민들과 신도시가 만들어 지면서 이주해 온 이들이 함께 살고 있어 소통과 화합이 절실한 과제였다. 운정3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이 점을 중심에 두고 이번 축제를 기획했다.
운정3동 주민자치위원장 우성만씨는 “도시지역과 자연부락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예전처럼 먹거리 위주로 부산하게 열기보다 문화의 격을 높여 다양한 주민들이 모일 수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축제 총감독을 맡은 최용석씨는 “모든 세대가 한 곳에 모였다. 어린이들은 부모님들과 나눔장터에 와서 경제 놀이도 하고 방과후 교실에서 배운 공연을 한다. 동네 어딜 가든지 놀 곳이 없는 청소년들은 프런지공연과 댄스경연 대회에 참가하도록 기획했다. 어르신들은 와서 즐기시면서 동네 공동체를 경험하도록 축제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참여하고 즐기는 1부 마당
행사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었다. 1부는 놀거리와 참여마당 중심이었다. 주로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아나바다 행복나눔장터, 파주시 인근에서 활동하는 공예가들의 협조로 꾸려진 공예체험부스가 주민들의 발길을 끌었다. 잔치마당에 음식도 빠지지 않았다. 운정3동과 자매결연을 맺고 산지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여는 파주적성팜이 머루와 햇땅콩 등 계절 먹거리를 푸짐하게 들고 왔다. 새마을부녀회를 비롯한 지역 여성들의 모임도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지역 기업체도 마음을 보탰다. 한의원은 어린이를 위한 무료 한방진료를 펼치고, 물티슈 제작 업체는 저렴한 가격에 물티슈를 판매해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발길을 끌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팽이 회사의 협찬을 받아 열린 탑블레이드경연대회에는 50여 명의 남아들이 참여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상설 공연도 풍성했다. 어쿠스틱밴드 ‘숨’의 버스킹공연이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한 편, 동패중 난타동아리와 동패고 후다닥밴드, 더뮤직실용음악학원의 침밴지밴드와 도노 밴드의 프런지 콘서트도 성황리에 열렸다. 축제 장소 곳곳에서는 파주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손발을 맞춰 행사 진행을 도왔다.
문화로 재충전하는 2부 무대
2부에는 청소년들의 댄스경연대회가 펼쳐졌다. 한빛중과 동패고 운정초 댄스 동아리 학생들이 기량을 뽐냈다. 지역 체육관들은 무예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운정3동 주민가수와 초청 댄스팀, 운정초 방송댄스부의 공연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이라이트는 60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펼친 운정초의 플래시몹 공연이었다. 흥겨운 하루를 마감하는 무대는 남성성악가로 구성된 에코솔리스츠앙상블의 클래식 연주 무대였다.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한빛마을 1단지에 사는 정선희씨는 “화창한 가을에 아이들하고 마땅히 할 게 없었는데 이곳에 와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알뜰장터 구경도 잘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지공예도 했다. 작년보다 공연 위주로 알찬 것 같다. 동네에서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로 참여한 동패중 2학년 정수빈양과 김정은양은 “다른 자원봉사보다 큰 행사라 재미있다. 전에는 없던 축제가 열리니까 마을 전체가 떠들썩하고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인원은 모두 300여 명, 참여 인원은 주최 측 집계 1천여 명이다. 최용석 총감독은 “내년부터는 기획 단계부터 주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운정3동 마을축제에서 만난 사람들
협동조합 생활공예협회 김정수 이사장
협동조합 생활공예협회는 생활 공예가들이 봉사하기 위해 모인 단체다. 유치원과 학교 요양병원이나 보육원을 찾아 서른 가지 넘는 공예 프로그램을 펼친다. 이날 행사에는 리본 비즈 석고방향제 등 다섯가지의 공예 부스를 준비했는데 재료비에도 못미치는 저렴한 비용으로 체험할 수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정수 이사장은 “공예가들이 혼자 활동하기보다 함께 만나서 의지하면서 지내기 위해 만든 단체다. 우리 지역 분들이랑 어울리면서 손잡고 우리도 성장하는 거니까 봉사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사)한국문화센터 장혜영 원장과 수강생들
(사)한국문화센터는 이날 행사에 설탕공예를 준비해 나왔다. 장혜영 원장은 “설탕공예는 영국에서 4년 전 도입돼 주로 기업체나 예식 등 큰 행사에서만 접할 수 있는 고가의 공예다. 이번 기회에 주민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간단한 재료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행사 진행은 수강생 이예은씨와 이성민씨가 도왔다. 이예은씨는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것과 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다르니까 경험이 쌓여서 좋다”고 말했다. 이성민씨는 “처음 (주민들을) 만나는 거라 걱정도 되고 재미있다”고 했다.
자녀들과 나눔장터 참여한 햇빛마을 5단지 김정희씨
8살 김범준, 9살 김민준 어린이는 행복나눔장터에서 장난감과 작아진 옷을 팔고 있었다. 민준·범준군의 어머니 김정희씨는 “아이들이 참여하면 수에 대한 개념도 생길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준군은 “이제는 필요 없어진 딱지를 파는 게 재미있다.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잘 갖고 놀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패중 난타동아리 서현지양
동패중 3학년 서현지양은 3년째 난타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준비한 곡은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 주제곡과 탭댄스에 맞춘 리듬 공연 등이었다. 현지양은 “작은 데서 답답하게 하는 것보다 나와서 사람들의 호응을 받으니 잘한 것 같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패고 후다닥밴드 허우영군
프렌지콘서트를 앞둔 동패고 2학년 허우영군을 만났다. 우영군은 “주민들 앞에 서보니 떨리지만 입시를 앞둔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잘 하고 싶다. 장비들이 열악하지만 최선을 다한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다닥밴드는 이날 럼블피쉬의 예감좋은날 등 3곡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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