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를 위한 장은진의 교육칼럼

수험생 아빠의 진심어린 격려가 필요한 시기

지역내일 2014-10-10

중학생 자녀와 하루하루 힘들게 사춘기 전쟁을 치르다보면 어느새 고등학생이 돼 그보다 더 힘든 대학입시 전쟁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 요즘 부모들이다. 최근 학부모 교육 강좌도 다양해졌고 입시설명회나 학원설명회도 수시로 열려 엄마들은 마음만 먹으면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며 입시정보까지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아빠들은 여전히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아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고 소통하기도, 수시로 변화하는 복잡한 입시를 따라잡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아이가 고1, 고2를 지나 고3 수험생이 될 때까지 아빠가 입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을까.


대입 과정 함께하며 아이들과 소통하는 아빠
평소 사업에 전념하느라 바빠 연년생인 두 딸과 함께할 시간을 많이 내지 못했던 한 아빠는 큰딸이 고등학생이 되자 아내와 학원 픽업을 나눠 맡으면서 아이들과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특히, 주말에는 되도록 골프 모임도 자제하고 아이들 학원 시간표에 맞춰 부지런히 왕복 픽업을 도맡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학원에서 무슨 수업을 듣는지, 어느 과목에 자신 있고 어려워하는 과목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돼 대화가 시작됐다. 또한, 밤 10시 전후 대치동 학원가의 교통체증도 체험하면서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심한 입시경쟁에 시달리고 있는지 생생히 알게 돼 무조건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보다 격려해주는 아빠로 변했다. 이렇게 수능 파이널 강좌까지 함께 뛰며 입시를 마무리하고 나니 아이들과 평생 공유할 하나의 추억이 쌓였다. 두 아이 모두 합격을 확인한 순간 “아빠,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요”라는 말부터 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뿌듯했다.
또 다른 아빠는 두 아이의 대입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함께 완성하며 입시에서 한몫을 담당했다. 큰아이 입시를 앞두고 주말에 열린 자소서 특강에 아내와 함께 참가해 전반적인 정보를 얻은 후 아이까지 셋이 모여 자소서 항목별 콘셉트를 잡았다. 그리고 아이가 초안을 작성하자 고교 3년간 성적과 주요활동을 꿰뚫고 있던 엄마가 보완할 부분을 짚어주었고 아빠가 다시 첨삭·조언해 아이 스스로 수정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자소서를 제출해 목표 대학에 합격했고 올해 수험생인 둘째아이 자소서까지 당연히 아빠가 도와주었다. 올해는 입학사정관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자소서에 공통양식을 사용하는 등 큰아이 입시 때와 달라진 부분이 있어 다시 한 번 자소서 특강을 들은 후 훨씬 더 자신 있게 둘째아이의 자소서를 봐줄 수 있었다. 아직 올해 입시가 진행 중이지만 아빠가 아이들 입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가족애가 한층 더 돈독해질 수 있었다.


입시 결과에 좌절해 아이에게 상처 주는 아빠
위 사례들 외에 고3 담임교사와 수시지원 상담을 할 때 엄마보다 더 진지하게 의논하는 아빠 등 입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아빠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평소 아이와의 소통이나 교육에 전혀 신경 쓰지 않다가 입시 때가 돼서야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아빠들도 여전히 많다. 수시모집은 대부분 상향 지원하고 정시에서 목표 대학을 다시 노리는 전략을 세우므로 아빠는 그때까지 아이의 성적 수준을 정확히 가늠하지 못한다. 그저 나름대로 공부를 잘하고 있는 줄만 안다. 하지만 막상 수능성적이 발표되고 지원 가능한 대학들이 나오면 그때서야 좌절해 아이에겐 “그동안 이 지경이 되도록 공부 안하고 뭐했느냐?”, 아이의 교육을 전담한 아내에겐 “도대체 학원비와 과외비를 남들 못지않게 쏟아 부었는데 왜 아이를 이 정도로밖에 못 키웠느냐?”라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그러다가 결국 아이와 아내 모두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만다.
입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이의 능력이나 의지는 무시한 채 재수를 강요하는 아빠들도 있다. 이럴 경우 재수해도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을 얻기 어렵고 아이와의 관계만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변화된 입시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나서는 것보다 아이와 아내를 믿고 묵묵히 응원해주는 아빠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아무리 아빠가 입시에 관심을 기울여 연구한다고 해도 너무 복잡한 요즘 입시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고 엄마만큼 많은 정보를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단, 든든한 지원자로서 마음만은 입시 마지막까지 함께해야 한다.


입시에서 아빠 몫 찾아 든든한 지원자 돼야
지난해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한 한 엄마는 남편이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입시결과를 물어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대 붙었다네”라며 은근히 자랑하는 걸 보고 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원래 엄마들이 모임에 나가 얘기를 나누다보면 주변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곤 하는데 요즘엔 자녀가 입시를 치를 연령대의 아빠들도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들수록 자신의 직위나 경제력을 떠나 자식농사 잘 지은 부모들이 부러운 건 아빠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힘든 입시를 치르고 목표 대학 진학에 성공했을 때 가족 모두가 큰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간혹 그 덕분에 평소 소원했던 부부사이가 회복된 사례도 있을 만큼 요즘 자녀의 입시는 한 가족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 아빠들도 입시 결과에만 반응하지 말고 수험생 아빠로서의 역할을 찾아 동참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지원할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할 때 아이와 엄마의 판단에만 맡기기보다 아빠의 의견과 조언이 더해져야 한다. 물론 그러려면 아빠가 아이와 대화가 될 정도로 소통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의 실력이나 관심사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의논해 최선책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평소 아이의 진로에 대해 전혀 무관심하던 아빠가 갑자기 나서면 제대로 의논이 될 리가 없고 아이가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아무리 입시가 복잡해도 내 아이가 치를 입시라면 아빠도 전반적인 흐름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굳이 “아빠가 입시과정에 참여하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라는 다소 거창한 표현은 접어두고라도 엄마가 파악한 아이의 성향이나 수준을 바탕으로 아빠도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훨씬 더 나은 길을 찾아줄 수 있을 것이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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