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별로 없고 취미도 없었는데 호른 덕분에 친구들도 사귀고 연주자의 꿈도 생겼어요.”
경기도 부천 창영초교 6학년 김수아(12)양의 꿈은 ‘호른’ 연주자다. 지난해 6월 창단한 학교 관악부에 입단하면서 처음 접한 악기지만 수아는 ‘호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는 “처음에는 트럼펫을 불어보려고 지원했는데 오디션 때 선생님께서 입모양 등을 보고 호른을 권해줘서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수아양이 연주자의 꿈을 갖게 된 것은 부천시의 ‘아트밸리’ 사업 덕분이다. 창영초교는 지난해 아트밸리 대상학교로 선정돼 관악부를 창단하게 됐다. 시에서 지원받은 1억5000만원으로 트럼펫 뉴바 호른 등 악기를 구입했다. 부천시립 ‘부천필하모니’ 단원과 전문 연주인 등 7명의 강사도 섭외했다. 관악부원 모집 공고가 나가자 학생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60명 모집에 무려 300명가량이 신청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만큼 부원들의 자부심과 열정도 높다. 정주리 관악부 담당교사는 “평일엔 매일 1시간씩 합주 및 파트별 레슨을 하고 토요일에도 2~3시간 집중연습을 한다”며 “대부분 악기를 처음 접한 아이들이 벌써 공연무대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악부는 취미가 아닌 ‘전문예능인 양성’을 목표로 창단했고 이것이 아트밸리 사업이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관악부 때문에 전학 온 학생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인적자원, 학교수업에 활용 =
부천시는 민선5기 출범 이후 ‘아트밸리’ 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엘리트 예술의 대중화와 전문 예능인을 육성을 통해 ‘문화특별시 부천’의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아트밸리’ 사업은 부천이 그동안 축적한 문화역량, 인적자원 등을 청소년들이 직접 체감하고 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시작됐다. 부천이 자랑하는 ‘부천필’ ‘부천코러스’ ‘만화작가’ 등 풍부한 문화예술 인적자원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정규수업으로 예술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일종의 ‘재능기부’ 형식이다.
이를 위해 부천시는 2010년 12월 부천교육지원청과 협약을 맺고 강사비 및 운영비, 시설장비 등의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11년 첫해 65개교가 신청해 관악 국악 기악 만화 등 73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후 2012년 97개교, 128개 프로그램, 2013년 115개교 194개 프로그램으로 점차 확대됐다. 부천시는 매년 20억원 안팎의 예산을 아트밸리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초·중학교에 머물던 수혜범위를 고등학교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확대하고 전문성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우선 부천필 등과 연계하기 위해 창영초교와 부천중학교를 관악부 육성지원학교로 선정해 학교별로 1억5000만원씩 지원했다.
올해는 120개교에서 206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부천시는 올해 아트밸리 프로그램에 감상수업을 추가했다. 학교를 벗어나 공연장에 직접 찾아가 연주회 등을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두 40곳에 학교당 100만원씩 4000만원을 지원한다. 시는 아트밸리 사업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교사·강사 워크숍 및 연말 우수시책 교사 표창, 아트밸리 발표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전문예능인 양성으로 문화특별시 기반조성 =
아트밸리 사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지난해 부천시가 아트밸리 사업 운영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945명 가운데 97.7%(3854명)이 ‘보통’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35%가 부천아트밸리 사업을 확대해야 할 사업으로 꼽았다.
학생들은 아트밸리 사업을 통해 자신의 소질을 발굴하고 각종 대회 참가 및 수상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다. 창영초교 김민진양(5학년)은 “튜바라는 악기를 접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입술에 쇳독이 올라 두드러기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없으면 안될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준환 창영초교 교장은 “관악부원들의 자부심이 남다르고, 공연을 본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적극 응원하고 있다”며 “아트밸리 사업이 공교육 현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아트밸리 사업을 통해 수준 높은 문화예술 교육으로 자질이 있는 학생들을 발굴해 전문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인터뷰 - 김만수 부천시장
“‘문화특별시’ 기초역량 키운다”
문화예술 재능기부로 예술분야 인재육성
김만수 부천시장은 “아트밸리 사업은 ‘문화특별시’를 지향하는 부천시의 기초역량을 튼튼히 하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지난 2011년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학교 수업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아트밸리 사업을 도입했다. 관악 합창 만화 밴드 등 수준 높은 문화예술 교육을 학교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부천필 연주자와 부천코러스 단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가 등 문화예술인들이 학교현장으로 찾아갔다. 학교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예능분야 소질을 발견하거나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아트밸리 사업을 통해 학교와 지역이 소통하는 계기도 마련되고 있다. 학생들이 각종 축제와 지역행사 등에 참가해 역량을 뽐내면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문화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시장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실현 가능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영화감독과 함께 영화도 만들어보고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을 경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창의성과 인성함양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술교육은 창의성이 핵심요소인데 예능계가 아닌 일반 학교의 경우 수능 등 성적향상과 무관한 예술교육에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학부모들에게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예체능 분야는 개인레슨 등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일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김 시장은 “그동안 축적된 부천지역의 문화예술 인적자원을 활용해 재능기부 형태로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수혜를 받은 학생들이 다시 문화예술인으로 성장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아트밸리 사업이 문화특별시 조성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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