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없다면 자원봉사부터 시작하세요”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자신만의 강점 키워야
부천여성청소년센터 내 자리한 결혼이민자취업지원센터에서 직업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홍기동 씨. 부천 지역 결혼이민자여성을 대상으로 구직상담과 취업알선, 직업심리검사, 동행면접, 구인처 발굴, 취업 후 사후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1년, 53세의 나이로 새내기 직업상담사가 된 그녀. 남들은 다니던 직장도 퇴직한다는 나이에 새로 입사를 했으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업주부 경력단절여성에서 공공기관 취업여성으로 변신한 비법을 물어봤다.
자원활동가로 사회에 발을 내딛다
대학시절 교과이수로 중등학교 정교사 2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아이 키우고, 아픈 친정엄마를 보살피느라 7~8년 일을 손에서 놓고 나니 취직을 할 만한 경쟁력도 자신감도 없었다. 평범한 경력단절여성이 된 것이다.
“원래 집에서 살림만 하고 살 스타일은 아니에요. 엉덩이가 들썩거려서 뭐라도 해야 하거든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자 일단 뭐라도 배우기로 했다.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부천지역 여성 네트워크인 ‘여자만세’의 시민기자로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시민기자로 일할 때 우연히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재취업교육프로그램을 취재하러 갔어요. 들어보니 참 좋은 기회더라고요. 저도 현장에서 바로 등록하고 계좌제교육을 통해 직업상담사 교육을 신청했죠.”
만학도 무기는 ‘끈기와 인내’
2010년 직업상담사 2급 과정 교육을 시작했다. 3개월 정규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본격적으로 자격증 공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쉰 넘어 늦은 나이 탓에 쉽지 않았다.
“남들은 하나 배우면 열을 깨친다는데 나는 하나 공부하면 세 개는 잊어버리는 학생이었어요. 나이를 무시 못 하더라고요.”
더욱이 초등 1학년 아이도 키워야 하고 당시 치매를 앓고 계신 친정엄마를 모시고 있었기에 공부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공부 조금 하다 엄마 보살펴드리고 공부 좀 하다 아이 오면 간식 챙겨주고 공부 좀 하다 저녁식사 준비하고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공부할 과목과 외울 것은 많은데 머리는 안 돌아가고 미칠 지경이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시도했다. 큰 소리 내 읽기도 하고 온 집안을 메모지로 도배할 만큼 덕지덕지 붙여가며 외우기도 했다. 그것도 부족해 기출문제를 뽑아 녹음기에 녹음하고 설거지나 걸레질을 하면서 수시로 들었다.
다행히 정성이 통했는지 남들은 평균 5~6번 만에 합격한다는 2차 시험을 3번 만에 합격했다. 그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해 뛸 듯이 기뻤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문제는 취업이었다.
면접은커녕 서류조차 통과 못해
50대 전업주부의 취업은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자격증을 땄지만 자격증만으로 나이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설마 이 넓은 세상에 나 일할 곳이 어딘가에는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도전했어요. 조금 과장해서 100군데 정도 이력서를 냈어요. 부천은 물론 인천, 안산, 심지어 동두천까지 채용공고가 뜬 모든 곳에 원서를 냈죠.”
그럼에도 단 한 군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면접은커녕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천시청 일자리센터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웬일인가 했더니 지원자 전원을 면접보기로 한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지만 역시나 결과는 낙방이었다.
결혼이민자여성과의 공감능력 뛰어나
여느 때와 같이 일자리를 찾던 중 결혼이민자센터의 채용공고를 봤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우편이나 이메일접수를 하는데 반해 그녀는 직접 방문접수를 했다. 접수자에게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고, 일할 기관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기회가 생겼다. 면접을 가보니 역시나 자신이 최고령 지원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취업에 성공했다.
당시 면접을 주관했던 이현순 관장은 그녀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일까?
“행정처리능력만으로 본다면 더 뛰어나고 유능한 젊은 지원자가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시선, 부천만세 시절 시민기자로 활동할 때부터 쌓아온 인맥과 부천지역에 대한 정보력을 높이 평가했어요.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그 때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고요.”
이처럼 고령과 경력단절이라는 것은 취업에 있어 분명한 장애물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면 승산이 있다.
“일단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먼저 찾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주부재취업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업선호도검사부터 자격증까지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는 게 좋아요. 또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경력자를 원하거든요. 일단 자격증을 따고 기관을 적극적으로 찾아 자원봉사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부족한 대로 경력이 될 수도 있거든요.”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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