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노란 민들레가 피었던 합동분향소에도 가을은 찾아왔다. 노란 리본은 바람에 날리며 그대로인데 이제 인적은 뜸하고 쓸쓸하기까지 하다.
지난 23일 이른 아침 리포터는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날 대한적십자회 안산지역회원 50여명은 세월호 유가족의 임시숙소 대청소와 이불 빨래로 분주했다.
아침 일찍부터 경기도를 순회하는 대한적십자사 빨래봉사차가 분향소에 도착했다. 우선 분향소 뒤편에 빨랫줄을 길게 매고 여러 사람이 함께 비눗물에 이불을 밟고, 맑은 물에 헹구어 냈다. 탈수는 세탁차량 안에 세탁기에 한 후, ‘탁!’ 털어 햇볕에 널기까지 모두들 열심이었다. 푸른 하늘은 맑아 햇살은 따끈하고 바람이 잘 불어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어둠을 탓하기보다 한 자루의 촛불을 밝히라
상록구 이동에서 온 한 봉사자는 “오늘도 유가족 30여분이 주먹밥과 물을 준비해 서울로 출발했다. 마음도 얼굴도 모두 검게 타 보기에도 마음이 아프다. 이런 저런 말보다는 행동으로 다가가서 느끼는 대로 돕는다. 나 몰라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4월 16일 오후 5시 단원고에서 시작한 봉사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유가족들이 모여도, 관계자들이 회의를 해도, 사람이 모이면 우선 물이 필요하고 먹을 것을 장만할 손길이 먼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거의 반년동안 검은 옷을 입었다는 봉사자. 지난 6개월간 유가족들의 곁에서 먹을 것을 마련하고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있다. 그는 봉사를 해야 마음이 편해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그냥 보고만 있겠나. ‘어둠을 탓하기보다 한 자루의 촛불을 밝히라’는 말이 있다. 유가족과 끝까지 아픔을 같이 할 것이다. 우리 봉사자들은 중간적인 입장이지만 서로 돕다보면 좋은 끝이 있으리라 믿는다.”
정오를 지나 오후 2시쯤, 이불이 바싹하게 마르자 차곡차곡 개기 시작했다. 깨끗한 비닐에 포장된 이불은 필요한 수에 맞추어 진도로, 광화문으로, 나머지는 분향소 임시숙소로 나누어져 제자리를 찾아 갔다. 봉사자 모두 지친 유가족을 위해 잠시라도 포근한 휴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 한 자락을 이불 사이에 끼워 넣었으리라.
돌아오기 전, 세월호 희생자에게 인사를 하고 싶어 분향소에 들어갔다. 그냥 보기에도 아까운데 먼 길을 보내기에 얼마나 아깝고 안타까울지. 유가족들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흰 국화 한송이를 들고 분향소를 천천히 돌도록 분향하는 사람은 없었다. 분향하러 오는 발걸음은 줄었지만, ‘잊지 않고 가슴속에 더욱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은 민들레 홀씨처럼 곳곳으로 퍼져 나갔으리라 믿으며 더 느리게 분향을 마쳤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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