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동아리 짱 - 유성생명과학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땀과 열정으로 희망의 선율 만들어요”

3년 연속 대한민국관악제 수상 … 자신감·인성함양 효과 커

지역내일 2014-10-01



지역의 대표적인 특성화고인 유성생명과학고에는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에 따라 전공과를 선택해 전문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들에 비하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자기 주도적 삶을 개척하는 아이들이다.
최근 유성생명과학고는 더욱 활기 넘친다. 윈드오케스트라반이 웅장하고 매력적인 선율로 교정을 수놓고 전국대회에 출전해 학교의 위상을 높였기 때문이다.


교육부 지원 힘입어 희망 일깨워
지난 여름방학, 유성생명과학고 오케스트라반 60여명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치열한 여름을 보냈다. 8월말에 열린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 참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일주일간 음악캠프를 열어 집중적으로 악기를 연마했다. 학교 이름을 걸고 나서는 전국대회 출전이기에 더 진지하게 서로를 다독이며 연습에 집중했다. 그 결과 고교혼성부문에서 은상을 거머쥐었다.
“2012년 하반기부터 교육부의 학생오케스트라 지원 사업 대상 학교로 지정되면서 예산 지원을 받게 됐어요. 노후 악기를 교체하고 강사를 초빙해 레슨을 하면서 실력도 한층 올라갔죠.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국규모 대회에는 해마다 출전하는데 올해로 3년 연속 수상입니다.”
2011년 유성생명과학고에 부임한 후 오케스트라반을 지도하고 있는 이경민 음악교사의 설명이다.
오케스트라반은 10년 이상 된 전통 있는 동아리다. 하지만 열악한 여건과 취업 준비 분위기 때문에 지금처럼 확산되지는 못했었다.
이 교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에게 ‘와 줘’라고 부탁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역전됐다”며 “성실성과 학생 의지를 판단해 선발하고 있다”고 변화를 전했다.


악보도 못 읽던 아이들 연주 실력파로
단원이 되려고 찾아온 학생들의 음악 수준은 한 마디로 암울했다. 피아노는 물론이고 악보조차 읽지 못하는 생 초보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지도교사 입장에서는 막막했을 터.
일단 관악기와 타악기로 이뤄진 윈드오케스트라 구성을 위해 학생들의 희망 악기를 조사한 후 치열과 입술모양, 음감을 보고 악기를 배정했다. 이후 틈나는 대로 연습을 거듭했다.
이들이 다루는 악기는 트럼펫, 트롬본, 튜바, 클라리넷, 플루트, 호른, 색소폰이다.
황대연 교장은 “직업교육을 하는 학교지만 오케스트라로 인해 학생들 삶이 윤택해지고 건강해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오케스트라반 기량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며 “취미활동으로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고 대학에서 전공을 해보겠다는 학생들도 나와 변화가 감지된다. 한 가지에 몰입해 열정을 분출할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졸업생 중에는 전북대 음대에 호른 전공으로 진학한 학생도 있고 현재 오케스트라반 2명의 학생이 음악으로 진로를 결정해 매진중이다.


선후배간 결속력 좋아 진로 결정에 도움 줘
음악을 매개로 무대에 서고 합주 과정에서 얻는 교육적 효과는 매우 크다. 바쁜 시간을 쪼개 훈련하고 매년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성취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도 음악의 긍정 에너지를 느낀다. 성격이 밝아진 학생들도 많다.
3년간 트럼펫을 불고 있는 권재희양은 “무대에 자꾸 서면서 대중 공포증이 사라졌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생겨 지금은 찾아서 들을 정도”라면서 “담당선생님이 학생들을 잘 챙겨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악기 소리에 반해 오케스트라반에 들어온 정찬묵군은 “선배들과 친해지고 후배들이 생기면서 소심했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며 “색소폰의 매력에 빠져서 전공을 이쪽으로 정해 개인 레슨도 하고 대회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루트를 부는 정지수양은 “파트별 연습 시간 조율이 힘들다. 이번 대회에서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대회 출전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오케스트라반의 자랑거리는 돈독한 선·후배 관계다. 유성생명과학고는 교육과정상 1학년은 공통과정을 이수하고 2학년부터 전공과를 선택해 전문 직업교육을 받는다. 따라서 같은 전공이 아닐 경우 서로 잘 알지 못하고 다른 과에 대한 정보에 둔감한 편이다.
추재호(1학년·색소폰)군은 “오케스트라가 다른 동아리보다 인원이 많고 친분을 쌓을 시간이 많다보니 선배들이 많다. 전공별 교육과정이나 진로에 대한 알짜 정보를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표현했다.
장유정(1학년·타악기)양도 “힘들 때 선배들의 위로와 격려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화합의 선율로 감동을 선사하며 음악이 주는 선물을 몸소 체험하는 유성생명과학고 오케스트라반에서 교육의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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