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작가를 만나다.

“동화는 어린이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지역내일 2014-09-30

황선미(51) 작가는 1995년에 등단해 ''나쁜 어린이표'' ''도대체 넌 뭐가 될 거니?''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주물에 걸린 마을'' 등의 동화를 펴냈다. 2000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국내 대표 동화작가로 자리 잡았으며 애니메이션으로도 개봉돼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다.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 4월에 열린 런던 도서전에서 ''오늘의 작가''로 선정돼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일, 석수도서관에서 황선미 작가를 만났다. 이 날 학생 및 학부모가 참여한 가운데 작품에 대한 내용과 독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선미


Q 작가의 꿈을 처음 갖게 된 때는 언제인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책을 만났어요. 작가라는 직업도 몰랐는데 어떤 책을 읽고 나면 책에 대해 감동하고 흥분하기보다는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어요.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가지 못했죠. 작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이 시절이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어요. 책이 없어서 국어사전만 닳도록 많이 보면서 국어사전이 참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국어사전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갖고 있고 국어사전을 이렇게 저렇게 엮으면 못 쓸 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Q ‘마당에 나온 암탉’을 쓰면서 느낀 점을 말씀해주세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은 암에 걸린 나의 아버지에요. 아버지의 병은 완치될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심각했죠. 그때 아버지와 멀리 살아서 아버지가 위중하실 때 빨리 갈수도 자주 갈수도 없어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그 와중에도 글을 쓰고 싶어서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글을 썼어요. 글을 쓰는 동안은 너무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하지만 글을 쓰고 나면 아버지는 아픈데 나의 행복을 위해 글을 쓴다는 사실이 힘들었어요. 또 이렇게 쓴 ‘마당을 나온 암탉’은 공모전에서 매번 떨어졌고 이때 실패를 극복하는 것 또한 많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실패가 끝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자신을 상처내지만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에요. 


Q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나는 어릴 적 많이 아팠고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혼자 소외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쓰게 되었죠.
지난 19일에 출간한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도 영국에서 만난 어느 화가가 들려준 어린 시절의 소외된 경험이에요. 자신이 전학 가는 날 아끼던 구두를 신고 갔는데 한 친구가 그 구두를 감추었고 끝내 구두를 찾지 못해서 맨발로 집에 돌아왔어요. 아버지가 사준 마지막 구두였기에 분노와 슬픔은 더욱 컸고 ‘나의 어린 시절은 그날 끝나버렸다’는 그의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파서 그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되었죠. 장난으로 저지른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상처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때 곁에 단 하나의 친구만 있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변에도 유사한 경우가 있다면, 나는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Q 권장 연령에 맞는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요? 
소설과 동화를 구분하고 어른과 아이가 읽는 책을 구분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동화를 연령별로 나누는 것 또한 좋지 않죠. 비록 아이라도 어릴 적부터 독서 훈련이 잘되면 어른 못지않은 독서능력을 갖추게 되고, 어른이지만 책을 읽지 않아 훈련이 되지 않으면 독서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또 어린이가 읽는 것으로 생각하는 동화책은 어린이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Q 책을 읽고 나서 아이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갖기 쉬운 편견은 한권의 책에 대해 어른이 읽은 것과 아이가 읽은 것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경험이 많은 어른과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아이가 책을 읽고 나서 판단하고 느끼는 점이 같아야 한다는 불안감을 가지면 안돼요. 아이는 아이만큼의 경험으로 판단하고 그만큼을 이해하죠. 어른이 이해한 만큼을 아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어른의 생각과 판단을 주입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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