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21 멘토의 ‘멘토링 일기’

공부방법도 배워야 하나요? (1)

지역내일 2014-03-26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공부방법도 배워야 하나요?”라는 한숨 섞인 질문을 듣게 된다. 학력고사 세대인 부모님들 눈에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반복해서 보면 되는 그 간단한 것을 왜 못하는지 답답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멘토도 똑같았다. ‘반복해서 책을 읽다 보면 핵심내용이 머릿속에 착착 정리되는 그 기분을 왜 모르지?’ 그러다 규진이(가명, 당시 중2)와 상준이(가명, 당시 중1)를 멘티로 맡고 나서야 아이들이 공부할 때의 심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중상위권의 규진이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전혀 없었고, 중하위권인 상준이는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멘토는 일단 각 멘티들에게 적합한 학습교재들을 선정하여 쓸데없이 이것저것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을 보더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목표를 의욕적으로 설명했다. 학습계획이라곤 세워본 적도 없는 남자아이들이라 멘토의 주도하에 교재와 분량을 지정하고 교과서를 읽고 수업 내용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멘토도 첫 술에 배부르랴 생각은 했지만 2주, 3주 지나도 아이들이 공부해온 것들은 멘토의 성에 차지 않았다. 공부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해도 더듬더듬, 중요도에 따라 대답도 못하고 기억나는 대로 산발적으로 즉흥적으로 꿰어 맞추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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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준이의 노트사진-왜 중요한지 왜 써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냥 끼적였다>


멘토가 중학생일때 교과서 읽으면서 공부하던 것을 떠올려보니 더욱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규진이를 옆에 앉혀놓고 교과서를 같이 읽어보았다.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 아이들은 교과서 읽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시각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
나의 멘티들에게 ‘읽는다’는 것은 눈으로 스캔하는 것이었다. 단원명을 읽고 내가 이 단원에서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지, 학습목표를 읽으면서 최소한 이 정도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든지, 단원의 키워드는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쓰윽 훑어보는 것이 끝. 그러니 부모님의 성화대로 두번, 세번, 다섯번을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상준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규진이는 시험공부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벼락치기라도 하다 보니, 머릿속에 기억나는 것이 좀 더 많았을 뿐이다. 교과서와 수업내용을 중요도에 따라 생각하며 체계적으로 머릿속에 정리하는 읽기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이 두 녀석에게 공부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함께 교과서를 차근차근 읽었다. ‘조선의 신진사대부’라는 단원명에, 유교 문화가 꽃피우는 데에 기여한 신진사대부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학습목표가 있으면, 이 단원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가 무엇인지 생각부터 하고 대답하는 것부터 훈련이 시작됐다. 처음엔 속이 터졌다. 아무리 진지하게 읽고 더 중요한 정보가 뭔지 문답식으로 확인한 뒤에도 다음날 가서 질문하면 또 뜬금없이 왕의 이름부터, 관청 이름 등을 생각나는대로 툭툭 대답했다. 그렇게 참을 인을 새기면서 정답이 나올 때까지 다시 묻고 기다리기를 반복한 지 3개월째. 규진이가 1개 틀린 국어 시험지와 90점이 넘은 국사 시험지를 의기양양하게 흔들었다. 상준이는 그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렸지만 50점도 안 되던 영어가 70점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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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진이의 사회 노트정리 사진>  


공부하라는 잔소리보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가르쳐줘야
이 과정에서 멘토도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부모님이나 멘토는 어른이다. 우리는 이미 공부방법이 몸에 배어,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잊어버렸다. 그래놓고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해보려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 “왜 가르쳐 줘도 못해”라고 야단치며 빨리 따라오라고만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다. 나의 멘티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전거 배울 때처럼 잡아주고 혼자서 앞으로 나아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했던 건데 말이다.
서두의 부모님들 질문에 대답하자면 “공부하는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이다. TV, 스마트폰, 웹툰처럼 시각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읽기’는 ‘눈으로 훑어보기’인 경우가 태반이다. 공부의 가장 기본인 ‘바른 읽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경우,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규진이와 상준이에게 멘토의 인내가 필요했던 것처럼.
문의 02-548-7735 www.edu21mentor.com


양희진양희진 멘토
서울대 국사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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