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 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한 말. 말. 말

소리만 요란한 선행학습금지법, 공교육을 정상화는 공감하나 실효성은 “글쎄?”

지역내일 2014-03-26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교육정상화촉진 및 선행교육규제 특별법’(이하 선행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법안에 의하면, 해당 학년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문제로 출제하면 교사와 학교가 징계를 받고, 대학도 고교 과정을 넘는 내용을 입시에 출제하면 규제를 받는다. 학교수업의 내실을 다지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 법을 적용해야 하는 당사자인 교사와 학생들은 크게 찬성하지 않는 모양새다. 시작부터 법의 실효성과 정당성에 대해 말이 많은 선행학습금지법에 대해 목동에서 교육에 관여하고 있는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의 의견을 들어봤다.

하산수· 김남진· 송정순 리포터


교사들의 의견

양정중학교 이영주 교사
요즘 교육의 현실이 학생들이 미리 사교육기관에서 다 배우고 와서 정작 학교에서는 배울 게 없다고 말하죠. 그러나 시험을 쳐보면 제대로 된 선행을 한 학생은 별로 없습니다. 이집 저집 선행을 다 하니까 내 자식도 안하면 큰일날것처럼 사교육기관으로 몰아넣지만 결국 제대로 된 학습법은 익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중학 과정이지만 고등까지 연계되는 부분이나 어쩔 때는 대학까지 연계되는 개념을 설명할 때도 있죠. 그러나 이 과정은 선행을 하라 하지 말아라의 문제가 아니라 개념의 연계성에 대한 설명이고 그것을 이해하는 학생은 개인적으로 심화된 공부를 하면 됩니다. 교사는 학년에 충실한 과정을 가르치되 아이들을 지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확장수업을 역량껏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일고등학교 최진열 교사
선행금지법은 마치 하루에 밥을 4끼 먹어라 잠을 7시간 자라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공교육에서 발생하는 역기능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방법은 아닌 거 같습니다. 학습 욕구는 학생의 능력대로 행하는 것이지 정부가 나서서 하라 하지 말라하는 건 우스꽝스럽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런 법을 만드는 대신 학원을 다녀야 좋은 대학을 가고 그것이 인정받는 학벌위주의 인식부터 개선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고 명문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는 것을 정부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정부에서도 이 법을 만들면서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의견

양정고 김병진 학생
학생이 공부를 하는데 하지 말라는 것은 학생의 교육 자유권 침해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학습 방법은 개인의 선택이지 정부가 관여할 것은 아닙니다. 선행을 하며 공부의 재미를 알아가거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행이든 심화든 공부를 하게 되는데 학교에서 그것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교육기관으로 가야하고 결국 공교육의 정상화가 아니라 사교육의 활성화가 되지 않겠습니까. 선행이 금지되면 고3 때 기하 벡터를 배워서 수능을 쳐야합니다. 게다가 정부는 학교에서는 선행을 하지 말라 해놓고 EBS 교재는 정부의 정책과 다르게 기본부터 실력 발전까지 단계를 밟아서 출시해놓고 있습니다. 이는 EBS와 연계된 수능문제 출제와도 반목이 되는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진명여고 고명화 학생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상위권의 변별력을 기르기 위해 더 높은 학년의 문제가 출제되는 것이 묵인되고 있고 이러한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을 통해 선행을 했고 어느 정도의 선행학습이 필요한지에 대한 기준이 있지 않아 더욱 경쟁적으로 더 높은 학년의 공부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결과 아이들이 공교육으로 받는 수업을 모두 배운 채 진학하여 수업시간에 흥미를 잃거나 다른 공부를 하는 등의 문제점도 많았습니다. 선행학습금지법으로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할 필요성이 없어진다면 그만큼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늘어나고 제 학년의 공부를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월촌중 김경남 학생
선행 금지법이 시행된다면, 자기 학년에 맞는 학습을 하게 되니까 더 낫죠. 몇 학기씩 선행을 한다고 해서 성적이 더 좋지도 않았어요. 선행한 학년의 시험을 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현행과 선행을 함께 공부해야하는 우리들만 해야 할 숙제양이 많아져서 더 힘들었죠. 나중에 더 쉽고 편하게 공부하기 위해 지금 더 힘들게 학습해야 한다는 게 싫었어요. 선행 금지법으로 인해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제 학년 공부를 더 충실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목운중 이정현 학생
선행을 금지시킨다고 해도 사교육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학교에서의 선행금지나 학원의 선행 광고 규제만으로는 별로 영향 받지 않을 것 같아요. 금지하는 선행의 의미와 범위도 구체적이지 않아요. 주변에서는 수능 영어와 수학이 어려워서 선행을 해두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해요.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면 아무래도 선행에 대한 부담이 줄기는 하겠죠. 하지만 수능 영어와 수학이 쉬워지면 대신 국어나 과학 같은 과목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 대한 사교육이 늘어날 수도 있겠죠.


엄마들의 의견

고등학생 엄마 이지영 씨
어디서부터 선행학습이고 어디까지가 예습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행을 금지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사실 목동권 내에서 엄마들은 선행금지법이 이슈화 되지도 않고 당연히 실행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행을 한다 해도 다른 방법의 평가가 또 생겨날 것입니다. 선행학습이 금지된다면 시험의 전반적인 난이도가 낮아지겠죠. 이것은 곧 지식의 하향평준화를 의미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외고의 입시가 내신으로 변하면서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말들이 많은데, 수학마저 실력을 끌어내리는 것이 올바른 교육일까요? 그럼 대학은 변별력이 높은 다른 입시 유형을 선택할 것이고 이것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겠죠.


중학생 엄마 김민정 씨
선행학습금지법은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른 영재교육 대상자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특목고는 커리큘럼에 따라 더 높은 선행과 더 넓은 심화교육으로 학생들의 수준이 더 높아 질테고 일반고는 선행도 금지된 채 학년 과정에 충실하다보면 일반고와 더욱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행금지법은 일반고에만 해당이 되니 이 법이 실행되면 손해 보는 것은 일반고 학생들이 아니겠습니까. 그 말의 뜻은 특목고의 심화학습과 프로젝트 학습으로 인한 산출물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우수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수능에서도 일반고 아이들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법은 특목고를 부활시키는 그런 법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학생 엄마 홍미경 씨
중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는데 주변 학부모들 선행학습금지법에 대해서 거의 신경도 안 써요. 실효성이 거의 없는 정책이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선행학습을 학교에서 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사교육현장에서도 저절로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세우는 구호같은 거 아닐까요? 지난 정권에서 그렇게 말이 많던 집중이수제도 정권이 바뀌니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과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괜히 학생들과 학부모들만 더 혼란스러울 뿐이죠.


초등학생 엄마 강지연씨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인데 주변 엄마들이 워낙 사교육을 많이 시켜 우리도 사교육 많이 시켜야 하나 고민이에요. 요즘은 중고교를 잘 가야 하는 시대라고 하니 점점 사교육시장이 어린 학생들한테까지 내려오는 추세인 것 같아요. 학교현장에서 선행학습을 규제한다고 해서 과연 엄마들이 아이들 사교육을 줄일지는 모르겠어요. 학생부전형으로 대학을 가려면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하고 이는 특목고 입시로 연결되기 때문에 초중학교 때부터 선행을 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대부분 엄마들은 생각하고 있어요. 이 법으로 사교육이 줄어들 수만 있다면 좋지만 사교육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책은 마련되지 않고 공교육에 대한 규제만 있는 이런 법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요?”


중학생 엄마 정혜숙씨
대학입시가 그대로인데, 선행금지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최근의 고등학교별 입시결과를 보면 특목고와 자사고, 강남권 학교에서 월등히 좋은 결과를 내고 있잖아요? 때문에 목동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특목고 입학을 원하고요. 중학교에서는 우수학생을 선별해서 특목고이던지 자사고에 보내야하므로, 내신시험의 변별력을 위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겠죠. 고교입학한 후에도 좋은 내신 등급을 유지하려면 선행이 필수래요. 결국 현재와 같은 대학입시체제에서 좋은 대학에 가려면 선행금지법이 무의미하다는 얘기죠. 


중학생 엄마 강지희씨
아이들만 힘들어질 뿐이죠. 선행과 심화 과정 없이 모두가 맞출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만족할까요? 변별력 없는 시험에선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내신등급이 엄청나게 떨어질 텐데, 실력이 아닌 실수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는 게 더 속상하지 않을까요? 쉬운 수능을 위해 영어나 수학과목의 선행을 금지하면, 국어나 과학 사회 같은 과목의 영향력이 커지고 결국 다른 과목에 대한 사교육 의존이 늘어나겠죠.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잘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기대심리 때문에, 사교육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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