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들의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

인터뷰_ 우리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_ ‘협동조합 봉제산 방과 후 교실’편

지역내일 2014-10-01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들의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뭉쳤다. 강서구 화곡본동 화일초등학교와 화곡초등학교 사이에 위치한 ‘협동조합 봉제산방과후 교실’이 바로 그 곳. 부모와 교사,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를 지향하는 이곳은 선행학습과 사교육 경쟁으로 아이를 내몰지 않고 공동체 생활로 내가 아닌 우리를 배워간다. 같은 유치원을 졸업시킨 부모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출자해 공동체를 만들기까지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봉제산 방과후 교


같은 어린이집을 졸업한 부모들이 모여
협동조합 봉제산방과후 교실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화곡8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팔똥마을축제’다. 중고용품 나눔장터, 먹거리 장터, 어린이체험부스, 전시회, 음악회 등 마을 축제가 열린 이곳에 조합원들과 아이들은 중고물품도 판매하고 체험학습 부스도 열었다. 
동네 마을 축제가 열리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 함께 하는 조합원들. 개인의 삶이 마을 공동체보다 중요했던 이들에게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건 아이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부터 시작됐다.
아이들이 다녔던 어린이집은 강서양천공동육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개구리어린이집이었다. 이곳에서 이미 공동육아를 경험한 부모들은 졸업 후에도 아이들이 학교를 다녀와서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린이집을 졸업하기도 전 학교를 따라 목동으로 이사를 가 버리는 이들을 보면서 ‘과연 학교를 따라 이사를 가는 것이 맞는가’하는 의문점을 가진 부모들이 모여 2011년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협동조합 봉제산방과후 교실의 대표 김경순 이사장은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돌게 되거나, 엄마가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주 보면서 방과후 교실에 대한 필요를 느꼈다. 같은 필요를 느낀 사람들이 모여서 협동조합 방식의 방과후 교실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꼬박 2년을 만나서 소통하고 논의하다가 2013년에 구체적인 사업 준비에 들어가게 됐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사이 이사를 간 친구들도 많았지만 소통의 깊이와 필요의 동일함이 보장되었기에 마음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 마을기업에 선정이 되면서 학교 옆, 그리고 봉제산 가까이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 작년 12월 터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직 유치원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곧 졸업하게 될 가정이 힘을 모아주면서 7가정으로 조합원이 늘어났다. 2014년 현재 9가정이 조합원으로 활동 중이다.


너와 내가 어울려 함께 살아가기
봉제산방과후교실은 공동 육아 방과 후 교실이지만 학교 수업이나 진도에 맞추어 공부를 시키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 학교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아이들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학교에서 터전으로 오는 길에 놀이를 만들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온다.
학교에서 쌓인 긴장이 충분히 풀어지면 ‘조용한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숙제도 하고 책 읽기도 하고 피곤한 아이들은 잠을 자기도 한다. 단, 다른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활동이 가능하다.
오후활동은 요일별로 목공, 요리, 손끝활동, 시장놀이, 어린이회의, 택견, 장구 등이다. 모든 교육 과정은 아이들은 모둠회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정할 수 있다.
봉제산방과후교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친구가 있다. 아이들은 터전에서 놀면서 자라고 살면서 배운다. 때로는 텃밭에서 놀이터에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놀잇감도 고안해 내면서 놀이의 규칙을 지킨다. 싸움이 날지라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놀이를 통해 때로는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또래관계에서 사회성을 키워나가는 이곳이 바로 육앙공동체가 지향하는 바다.



미니인터뷰
김경순 이사장
“선행학습과 사교육 경쟁에서 찌들지 않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유를 느끼며 함께라는 배움을 통해 몸과 마음이 자랄 수 있도록 키우고 싶습니다.”



이미화 재정이사
“부모교육이나 모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게 돼요. 아이를 돌보면서 이웃사촌이 되고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갑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형제가 되고, 부모들은 친구가 됩니다.”



김정선 기획운영이사
“물론 아이도 여기서 쭉 자랐기 때문에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좋겠고 저도 화곡동 토박이라 계속해서 친분을 이어왔던 지인들과 소통하는 게 좋아요. 마을을 떠나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는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조현제 교육이사
“저희 집이 맞벌이 가정이라 아이가 쉬고 놀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기도 했고 마을 안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어요. 경쟁이 아닌 쉼과 여유가 있는 생활 속에서 아이들은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최용관 시설관리이사
“화곡동이 삶의 터전이 되어 어디를 가더라도 아는 사람들로 네트워크가 형성이 됩니다. 이제 화곡동은 길을 가면서 인사를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 되어 갈 것입니다.”



최동석 조합원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공동체에 대한 것을 실생활과 접하면서 알게 되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마을이 커지는 것보다 공동체라는 조직이 생활단위로 많이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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