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 당산동 마을공동체 부모 커뮤니티 ‘열린그릇’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소통하기,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해요

지역내일 2014-10-01

연일 터지는 학교폭력 뉴스에 엄마들은 불안하다. 설마 내 아이가 하는 안일함이 아이의 마음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 자녀교육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정을 쏟지만 내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엄마들은 많지 않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부모 커뮤니티인 영등포구 당산동 ‘열린그릇’은 아이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엄마들의 모임이자 힐링 공간이다. 자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보듬어 안는 열린그릇이 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들을 만나봤다.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열린그릇


혼자하기 힘들지만 공동체라 가능한 일
화창한 토요일 오후, 한강고수부지 선유도공원 부근 잔디밭에서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날 모인 엄마와 아이들 10가족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부모 커뮤니티 ‘열린그릇’ 회원들이다. 밀가루 쟁반에 담긴 사탕먹기, 짝을 이뤄 풍선 터뜨리기, 색 도화지 뒤집기 등 엄마들이 아이디어를 낸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당서초등학교 1학년 시절의 학부모 모임이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인 2013년 ‘영희네’(영등포 희망동네)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학년 때 만난 엄마들은 이제 4학년 학부모가 돼 함께 하는 중이다. ‘열린그릇’ 대표를 맡고 있는 최은희씨는 “아이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려는 엄마들이 소통하고 나누는 모임이에요. 어른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소통하고자 노력해요”라고 설명한다.
열린그릇의 주요활동은 독서미술, 역사체험, 골목놀이, 부모힐링 등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미술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역사체험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의 미래를 같이 설계해 볼 수 있다. 골목놀이는 월 1회 날을 정해 부모가 어릴 때 했던 놀이를 아이들과 함께 하며 추억을 만들고 에너지를 발산하게 해준다. 부모힐링은 가정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주로 책임지는 엄마들의 힐링 시간으로 아이들을 보듬어줄 여유를 갖게 한다. 운영진 김두자씨는 2011년 열린그릇의 탄생부터 함께 해 왔다. “처음엔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마을공동체로서 공식적인 사업 진행이 쉽지는 않더군요. 그렇지만 운영진 이하 회원들이 협력해서 미술심리상담 및 역사체험수업, 최근에는 성교육까지 사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부분도 공동체에서 추진하니 아이교육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돼요. 다른 회원들의 호응도 높구요.”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엄마, 엄마 교육 중요해
열린그릇 최은희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직장에서는 회계관련 일을 했다. 2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교육에 관심을 갖다가 맞벌이부부 자녀들이 방과 후에 학원을 전전하거나 방치되는 것을 보면서 주변 엄마들과 의기투합해 열린그릇을 결성하게 됐다.
“당산동이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이 살다보니 학교시설이나 주민복지시설이 부족해요. 같은 반 엄마들과 대화를 하다가 아이들의 과잉행동과 집단 따돌림 문제를 인지한 뒤 심리상담 및 미술심리상담 과정을 이수하고 집단상담을 시작했죠.”
최 대표는 올해 초 ‘충분히 좋은엄마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가족심리를 전공한 교수가 만든 이곳은 엄마의 심리를 연구하고 부모교육 강사를 양성하는 곳이다. “아이들 교육은 1차적으로 가정에서 이뤄져요. 따라서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엄마의 마음부터 위로해 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줘야 해요. 부모교육이 중요하고 필요한 이유죠.”
2011년 결성된 열린그릇은 5명으로 시작해 현재 회원이 19명으로 늘어났고 함께 하는 아이들의 숫자도 많아졌다. 주 1회 외부강사를 초빙해 역사체험수업을 받고 월 1회 아하 성문화센터에서 성교육을 받는다. 한 달에 한번 날을 정해 야외수업으로 엄마와 함께 골목놀이를 한다. 꽃꽂이활동으로 아이들 교육에 지친 엄마들의 힐링을 돕기도 한다. 두 달에 한 번씩 정기회의를 하고 마을공동체 사업 지원금과 회원들의 회비, 그리고 비회원 프로그램 참가비(1회 5천원) 등으로 예산을 충당한다.
최은희 대표는 “저희는 타 공동체보다 지원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고 자부담률이 높아요. 사업지원이 종료돼도 모임은 지속될 겁니다. 저희 공동체는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소통하고자하는 초등 4학년 또래의 학부모라면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답니다”라고 설명한다.
소통능력과 사회성을 키우고, 진정한 어울림을 배울 수 있는 열린그릇은 ‘열린’가족을 형성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 미니 인터뷰 >
최은희 공동체대표
아이들 교육만큼 엄마교육 필요해요

“학교에서 소외되고 따돌림받는 아이들이 막상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심리상담공부를 시작했어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이어지면서 아이들 교육도 중요하지만 엄마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죠.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엄마니까요.”


이선희 회원
열린그릇 활동으로 아이를 좀 더 이해하게 됐어요

“중1, 초4 두 아이의 엄마이자 열린그릇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부딪치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이 모임에서 함께 이야기하며 답을 찾기도 해요. 내 아이를 엄마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엄마가 변하지 않는다면 아이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죠. 열린그릇은 아이들을 이해하고 함께하고 싶은 부모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문하늘 학생 (당서초 4학년)
또래친구들과 듣는 역사수업과 놀이수업 재미있어요

“엄마와 함께 열린그릇 활동을 한지 1년 됐어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 역사공부 및 체험활동이 좋아요. 여러 활동 중에서 놀이수업이 제일 재미있어요.”


이예진 학생 (당서초 4학년)
엄마와 함께 하는 활동이라 더욱 좋아요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역사와 미술수업만 받는 줄 알았는데 한 달에 한번씩 놀이수업을 하더라구요. 야외에 나와 놀이를 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엄마랑 더 친하게 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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