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기 힘든 이름, 파주교하초등학교(교장 유영기) 학부모 독서토론동아리 소녀시대를 만났다. 같은 이름의 걸그룹처럼 멤버는 9명이다. 올해 시작한 모임이고 1학년 학부모들이 많아 아직은 어설프지 않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황금돼지띠해에 태어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아닌가. 신입생 학부모라고 지레 주눅 드는 일은 없다. 소녀 시절에도 꼭 그랬을 것 같은 당찬 학부모들이다.
한 달에 한번은 엄마들 독서토론하는 날
소녀시대 회원들은 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뭔가 의미 있는 동아리 모임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학부모 모임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학교 도서관에 김은경 사서가 새롭게 와서 독서토론 동아리를 꾸렸다.
임유진씨를 주축으로 모인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본격적인 모임은 5월에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모였다.
세상을 넓게 보게 하는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심리를 들여다보게 하는 허태균의 『가끔은 제정신』 같은 책부터 청소년을 이해할 수 있는 김영아의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을 읽었다. 이달의 책은 황선미의 『일곱 빛깔 독도 이야기』다. 독도에 대해 미처 몰랐던 사실을 조목조목 알려줘 자녀들과 함께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한 달에 한 권은 너무 적지 않느냐고? 집안 살림에 아이들 돌보랴, 학교 봉사까지 하다 보면 한 권도 빠듯하게 읽을 때가 많단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날이 공과금 내듯이 금방 돌아온다”는 것이 소녀시대 회원들의 설명이다.
책 읽다 보면 아이들 마음도 보여
“한 장 넘기기 힘든 책도 있고, 시간이 없어 반도 못 읽은 책도 있어요. 그래도 모임을 갖고 정기적으로 만나니 아무리 바빠도 날짜가 다가오면 책임감으로 읽게 돼요. 예전에는 아주 한가할 때 책을 꺼내 읽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죠.” (4학년 학부모 양유진씨)
회원들 중에는 직장을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는 이들도 있다. 좋은 취지라서 모임에 합류했어도 책 읽을 짬을 내기 빠듯해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참석하기도 한다.
“책을 안 읽으면 느낀 점을 이야기할 것도 없어요. 아이들도 똑같은 것 같아요. 책 좀 읽으라고 하면 꺼내 놓고 딴 거 하거든요.” (4학년 학부모 정명희씨)
숙제처럼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어야 하니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 마음도 이해하게 됐다. 아이들도 잔소리 하는 엄마보다 책 읽는 엄마를 더 좋아했다.
“한비야씨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이 아줌마는 지구를 일곱바퀴 반 돌아다닌 위대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여행가고 싶은 곳을 지구본에서 찾기도 했어요. 책 하나를 가지고 아이들하고 주제를 잡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아요.” (3학년 학부모 임재원씨)
혼자서는 계획을 짜서 읽기 힘들어도 여럿이 함께 하니 더뎌도 길을 가게 된다. 1학년 학부모 신정화씨는 자영업을 하며 두 살 배기까지 키우느라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책은 못 읽어도 모임에는 나온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도 듣기 위해서다. “책을 읽지 않고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마음이다. 소녀시대는 그만큼 휴식이 되어주는 모임이다.
뜻 맞는 학부모 만나는 기쁨
“소녀시대를 통해서 좋아했던 책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됐어요. 이런 기회 아니면 엄마들 만나기 힘들어요. 한 달에 한번 집에서 탈출한다는 게 좋고 책을 통해 이야기도 나누니 뜻 깊어요.” (6학년 학부모 문성경씨)
독서토론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뜻 맞는 학부모를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소녀시대 엄마들은 긍정적이고 자기 아이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분들이라 좋아요. 예전에는 대화 주제가 남 얘기, 아이 공부나 학원 얘기였는데 책을 함께 읽으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어요.” (3학년 학부모 김진희씨)
자주 보는 만큼 학교와 교사를 더 이해하게 된 것도 학부모 모임이 준 선물이다.
“학부모 활동을 하면서 애들하고 많이 가까워졌어요. 전에는 몸도 많이 아프고 가족 관계도 어려웠는데 학교에 와서 어머니들하고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성격도 변하고 아이한테도 부드러워졌어요.” (1,2학년 학부모 이정하씨)
“예전에는 선생님들 역할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학교에 와서 보면서, 참 힘들겠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들 지도하는 과정에 준비할 것도 많고 인내하는 마음도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전에는 왜 선생님이 그렇게 하셨을까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단편만 보고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소녀시대 회장 1학년 학부모 임유진씨)
세상이 딱딱하다 탓하기보다 내 발에 슬리퍼를 신으라고 했던가. 교하초 소녀시대 학부모들은 학교에 불평하기보다 손에 책을 들었다. 그들이 만들어 낼 진짜배기 치맛바람이 기대된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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