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겁지만, 차가운 바람에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가을이 왔다. 더위에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던 여름과 달리 가을 문턱에 서면 왠지 산으로 들로 콧바람을 쐬고 싶은 충돌이 일고 만다. 그리고 9월 어느 날 ''골프장 둘레길''을 찾아 4가지 색다른 길을 맛보았다.
철둑길에서 그림과 시와 노래를 만나다
처음 마주하게 되는 철둑길은 다양한 모습이 가득하다. 코스모스와 국화 등 가을꽃은 절정을 이루고 있지만, 가을을 맞아 생을 마감하는 식물들의 모습도 보인다. 수세미며 조롱박이 매달린 터널에도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변화가 보인다. 주변은 소란스러운 편이다. 한쪽에서는 기차와 지하철이 오고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간간히 골프장의 움직임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벽화를 통해 ''노랑바위전설'', ''도램말'' 등 군포 지역의 전설과 유래를 배우고, 시와 그림, 노래를 만나면서 이 길에 익숙해질 무렵이 되면 거대한 화물 컨테이너 옆을 지나가는 생생한 기차의 모습에 감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쉬어가는 길, 삼성천길
철둑길이 끝나갈 무렵 정비되지 않은 공사구간을 조심스럽게 지나고 나면 풀내음이 가득한 조용한 세상을 만나게 된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 눈을 감으면 삼성천의 물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까지 맞으니 긴장이 풀리며 살짝 졸음도 몰려온다. 고요함을 즐길 줄 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이다.
일상과 닮아 무료했던 국도길
어느덧 멀리 아파트 단지가 보이기 시작하니,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동시에 든다.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길. 국도가 나타난다. 눈앞에 아파트와 상가, 그리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등 항상 보아오던 것들이 보이니, 머릿속에서도 일상적인 고민들이 시작이 시작된다. 그래도 코스모스의 위로를 받으며 계속 길을 걷는다.
신기천길에서 상념에 빠지다
국도를 따라 계속 걷다보면 신기천길을 지나칠 수 있다. 그러니 용호고등학교를 지나기 전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돌려줘야 한다. 처음에는 유난히 높게 자란 나무들과 길게 늘어진 줄기들 때문에 정글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느새 나타난 화려하고 다양하고 꽃들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그리고 담벼락 너머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평상에 앉아 청춘을 읊조리는 할머니들을 만나다 보면 문득 세월에 대한 상념에 빠져들기도 한다.
골프장 둘레길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골프장 둘레를 감싸고도는 길이다. 공식적인 시작점은 지하철 1호선 당정역 광장의 공영주차장 근처로 철둑길, 삼성천길, 국도길, 신기천길 4개의 길로 구성된다. 총 4.6km로 성인이 천천히 걷더라도 약 70~80분 이내에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그러나 철둑길과 삼성천길 연결지점은 아직까지 공사구간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김경미 리포터 fun_se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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