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는 협동을, 나보다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즐거움이 가득한 학교가 있다. 교실마다 넘쳐나는 생동감, 학교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웃음 짓는 아이들. 즐겁게 삶을 배우고 미래의 꿈이 영글어가는 ‘산의초등학교(이하 산의초)’의 모습이다.
■교육과정에 녹아드는 혁신교육, 행복을 꿈꾸다
산의초에서 받은 첫 느낌, 그것은 남달랐다. 남녀학생들이 어우러져 고무줄놀이를 하고, 공연 무대에서 열심히 댄스연습을 하는 모습에서 활기가 전해져 왔다. 교장선생님께 과제해결을 위한 인터뷰를 부탁한다며 불쑥 찾아오는 5학년 남학생들에게서는 스스럼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행동하는 자유로움도 엿볼 수 있었다.
2013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산의초의 변화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유혜근 혁신부장의 설명이다. “어느 혁신학교나 마찬가지겠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혁신교육 1년을 거치면서 공교육 교육과정에서 녹아나는 프로그램이 정착되고 있다.”
산의초의 특별함은 40시간 늘어난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두드러진다. 1~2학년 생태체험, 3~4학년 문화예술, 5~6학년 진로·동아리 등을 학년별로 중점적으로 진행하며 교과과정과 연계시키고 있다. 인근의 호수공원, 여수내천, 중앙공원 등으로 수차례 생태체험을 가며 감성을 높여간다. 교과와 연계한 자연과의 교감, 박물관·미술관 견학, 아침을 여는 음악회(매주 금요일) 등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도 쑥쑥 키워간다. 5~6학년은 학생 주도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으로 자신의 꿈을 찾고 있다. 교육과정 동아리 45개, 방과후 학생동아리 40여개, 가족동아리도 22개나 운영 중이다.
특히 10월에 3일간 진행되는 ‘산의 예그리나 축제’는 혁신학교로서의 성과가 고스란히 들어나는 축제. 각종 동아리 활동 발표, 학급별 학예행사, 결과물 전시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움 중심·학생 중심 수업과 활동, 아이들은 자발적 의지 높여
무엇보다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 등이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는 모습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주입식이 아닌 자기 생각을 만들어 가는 배움 중심의 수업은 학생의 창의력·자발성·의지를 키워나간다.
2학년 교과 과정인 ‘다문화 축제’를 예로 들면, 모둠별로 학교와 가정에서 충분히 준비해 발표하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된다. “전달식 수업은 소외되는 학생이 생기고, 발표를 잘하는 학생만이 우수하게 보이기도 한다. 모둠별 수업에서는 평소 소극적인 아이들도 리더십을 발휘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유 교사는 학생 중심 수업의 장점을 설명했다.
학교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개선점을 찾아가는 학생자치활동도 활발하다. 자가용 등교를 제한하는 교통 캠페인을 벌여 성과를 내기도 했고, 운동장 사용 규칙도 만들어 전교생이 실천해 가고 있다.
■열정에 가득 찬 교사, 진정한 공동체를 완성하다
산의초의 또 다른 변화의 축은 선생님들이다.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과 호흡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등도 선생님들에 의해 꾸려졌다. “특화된 프로그램을 외부강사들을 채용해 운영하는 학교도 있지만, 산의초 선생님들은 초등교사야 말로 초등교육의 전문가라고 인식한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결성해 함께 학습하며, 필요하다면 외부강사를 초빙해 배운다. 그 후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열정을 보인다.”
힘들고 일이 늘어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한다는 선생님들. 산의초에서 6년을 보낸 아이들이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도록 오늘도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어느 누구랄 것 없이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로 책임감을 느끼며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의 근간이 되고 있다.
권성미리포터 kwons0212@naver.com
■혁신학교인 우리학교 이래서 좋아요!
▷이원재(초6) - 시험 범위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서술형 문제가 늘어나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것도 특색이다. 엄마와 친근해지고 늘 바쁜 아빠와도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동아리는 정말 재미있다.
▷한상준(초6) - 학교에서 공부만 하지 않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많이 해서 좋다. 작가 동아리에서 소설을 쓸 수 있어 즐겁고, 독서논술교육과 국악교실도 새롭다. 학교에서의 자유를 누리려면 책임도 따라야 하는데 서로 불편함을 주지 않는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장경일(초3·6학부모) -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행복하게 학교를 다니는 모습에 만족하고 있다. 학교 공개를 많이 하고, 교육활동에 참여시키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 자유롭고 활발하게 지내 중학교 적응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살짝 고민된다.
▷김현기(초1·4 학부모) - 일률적인 전달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방식에 만족한다. 특히 수업마다 선생님들의 열의가 돋보인다. 아빠들이 참여하는 행사들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혁신학교 임에도 불구하고 학급당 인원수가 너무 많은 것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인터뷰 - 산의초 이형수 교장
혼자 가는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 걸음이 값진 공동체를 위하여
Q 혁신학교로서 산의초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학교를 지향한다. 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소통, 공감, 참여, 배려가 필수적이며, 협동이 이뤄져야 한다. 각 학년의 학부모 공동체, 학부모·교사 협의체에서 많은 대화, 토론, 합의를 통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진정성을 갖고 협의에 참여해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혼자 가는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 걸음이 더욱 값진 법이다.
Q 혁신학교 지정 후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이 있다면?
학교 구성원들이 다 같이 참여하고 행복해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고 배우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토의·토론, 프로젝트수업, 문제해결학습, 독서·논술 등으로 표현력을 기르는 수업을 지속해왔다. 표현력은 단기간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가면서 성과를 드러낸다. 혁신학교 초기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내년에는 더 발전하리라 믿는다.
Q 산의초는 과밀학급, 과대학교의 문제도 있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해결책은 무엇인가?
현재 학급당 인원수가 혁신학교 적정 인원인 25명을 넘어 33~38명이어서 과밀학급으로 창의적 수업에 다소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51학급인 과대학교로 운동장, 강당, 급식소, 도서관 등의 공용공간이 협소해진 것도 문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민하며 혁신 학교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향후 더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학교 신설은 꼭 필요하다.
Q 앞으로 더욱 발전할 산의초의 청사진을 그려 달라.
놀이와 학습이 병행돼야 하는 초등 발달과정에 맞게 그 둘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나갈 것이다. 교과 외의 체험활동 프로그램 중 특히 문화예술교육을 특성화 시키고, 가족들을 참여시킨 가족동아리를 활성화 하고 있다. 광교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가족동아리는 환영 받을 것이다. 학생들의 인성, 창의성을 위해 공동체생활과 더불어 독서교육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실 있고 생활화된 독서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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