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초 과학동아리 ‘High-Spirit’

“과학 탐구요? 머리로만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제 60회 ‘전국과학전람회’ 특상, 우수상 수상

지역내일 2014-09-22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주최한 지역 예선대회를 거쳐 본선에 진출한 300여개의 작품이 작품설명서 심사와 개인면담 심사를 거쳐 순위를 가리는, 60년 역사의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탐구대회 ‘전국과학전람회’. 특목고나 사교육 현장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무대로 알려진 이 대회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은 춘천의 한 초등학교가 있다. 학원도 포기하고 과학 탐구에 빠져든 아이들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긴다는 교사.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금병초등학교’ 과학동아리 ‘high-Sprit’을 소개한다.



 힘든 과정에서 깨닫는 진정한 공부


“처음에는 하얀 가운 입고 실험하는 모습을 기대했어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해결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머리로만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과학 탐구는 정말 노가다예요.(웃음)” 민영(13)이의 말에 동아리원 모두가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으로 아이들과의 인터뷰는 시작됐다.
“매번 썩은 물을 채취해야 하는데,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검은색, 초록색 물들은 손에 묻히고 운동화에 쏟고...” “실수로 용액을 잘못 넣어 한 달 동안 했던 실험을 다시 해야 했어요.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눈앞이 깜깜해요.” “매일 벽돌 나르고 삽으로 흙 파고, 반복 반복 반복... 힘들어서 학원가야 한다고 거짓말 한 적도 있어요.” “결과가 발표되자 눈물이 울컥 나더라고요.”
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빛났다. 실험하고 관찰하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토론하고, 또 이유를 찾아 해외 논문까지 번역하며 끙끙대던 경험들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힘들어도 어느 순간 푹 빠지게 되요. 그냥 노는 것과는 다른 재미가 있지요.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랄까.”
 

 교사의 서포터로 깊이 있는 탐구 활동


‘high-Sprit’은 학생 중심의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금병초’의 학생 자치 동아리 중 하나. 지난해부터 새롭게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담당 교사인 조광근 선생님의 노력이 크다.
“과학탐구라고 해서 꼭 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심도 깊은 활동을 하다보면 자신의 생각, 소질, 꿈을 발견할 수 있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깊이 있는 동아리 활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조교사는 보다 심도 깊은 동아리 활동을 위해 과학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3일 이상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학부모와 상의해 학원 스케줄도 조정했다. 아이들과 1년 동안 탐구할 4가지 주제도 정했다. 자문을 얻기 위해 대학연구소와 강원자연환경연구공원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다. 
“저는 아이들과 노는 것이 좋습니다. 탐구 활동을 하다보면 제가 재미있어요. 저 역시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죠. 특별 활동처럼 교사가 모든 것을 다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다면 힘듭니다. 아이들이 주도하고 교사는 서포터가 되는 거죠. 때문에 교사가 스스로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미래에 좋은 양분이 되길  


‘high-Sprit’은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2014 생태보건하천 모니터링단’으로도 선정 돼 활동을 시작했고, ‘2014년 과학싹 큰잔치’에서도 자신들의 과학 탐구 결과를 일반 학생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문자로만 지식을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 생활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교과와 연계하면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과학 탐구는 그런 면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뿐 아니라 좀 더 많은 학교와 교사, 학생들이 함께 하는 과학 교육 커뮤니티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때로는 많은 양의 과제와 엄한 발표 훈련으로 아이들을 힘들게도 한다는 조교사. 그가 아이들에게 보낸 문자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결과를 떠나서 열심히 탐구하고 고생한 것. 무엇보다 그것이 아주 값진 게 아닐까? 이런 탐구활동이 너희들의 꿈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지만, 선생님은 너희를 한층 성장시키는데 좋은 양분이 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까지 너희들의 역량을 발휘해 좋은 작품 만들길...”


※ 제 60회 전국 과학전람회 특상 ‘과일을 활용한 저카페인 커피 개발’ (변민영, 서은지) /
우수상 ‘수생식물을 활용한 인공습지형 배수로 개발 및 수질 정화 효율성 연구’ (김지민, 이준경, 고범수)
 
문의 261-8873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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