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수목적 고등학교, 대학교, 심지어는 취업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 자기소개서와 면접이다. 기존의 지식측정을 바탕으로 한 인재선발의 한계점이 드러나면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평가의 핵심은 응시자가 그 분야에 얼마나 관심이 있으며 다른 사람보다 높은 성취욕구와 열정을 가지는가를 가려내는 것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자기소개서와 면접에는 그 분야에 대한 응시 이유와 지속적 노력여부를 묻는다. 물론 입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정답이 없는 질문을 곤혹스러워한다. 실제로 고등학교 3학년 입시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해도 선뜻 대답하는 학생은 매우 드물다.
정답없는 질문에 곤혹스러워 하는 학생들
이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추정 가능하다. 첫 번째는 실제로 학생들의 장래희망이 없다는 게 솔직한 이유이다.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 저학년 학생들에게 미래 희망을 물어보면 상당히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그 이유도 다채롭다. 어제 본 TV프로에서 영향을 받았다거나 읽은 책의 주인공이 멋져보였다는 등 아주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답을 회피하는 학생이 많아진다. 이유는 장래희망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왜일까? 현재의 교육과정은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상당량의 지식축적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지식 축적량만을 평가한다. 아이들은 그 평가를 만족하기 위한 공부만을 강요받고 그 이외의 행위는 부정하도록 교육 받는다. 말 그대로 다른 자극을 받을만한 계기가 없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처럼 다채로운 자극이 있어야 흥미가 유발되는데 그 자극 자체가 차단되어있는 상태인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희망의 상실이다. 어렵게 본인의 희망을 찾았다 하더라도 현재 본인의 위치나 지식수준이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되어 올라가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지 않는 심정인 것이다. 실제로 많은 입시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본인이 지원하고 싶은 학교나 학과는 있으나 현재 성적이나 실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여 아예 포기를 해버리는 경우이다. 사실 빠른 진로설정과 대비가 있었다면 충분히 좋은 인재로 성장했을 많은 학생들이 결국 현실과의 타협을 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보다는 본인이 현재 접근 가능한 일들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응시의 이유를 묻는 질문은 참으로 난감하고 답답하다.
이런 일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단순하다. 지속적 자극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과 계열의 경우 수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는 과학과 연관되어있다. 그 영역이 4개 파트로 나뉘어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이 본인의 적성과 맞는지는 체험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전기, 전자, 기계 등의 공학계열은 물리와 화학의 비중이 높고 의약, 미생물, 생물공학 등은 화학과 생물의 비중이 높다. 이들 중 무엇을 선택해야하는 지를 입시를 치르면서 고민한다면 현실의 타협일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좋아하는 과목이 아니라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 중 성적조차 잘 나오는 과목이 없다면 그야말로 좌절이다.
관심 분야만 파악해도 입시 절반 해결된 셈
최근의 교육 패러다임은 자발성과 다양성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입시는 치열하게 치러지고 특정 분야에 대한 경쟁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건 먼저 고민하고 경험해보는 것이다. 같은 이름의 학과라도 학교에 따라 그 전공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고등학생은 많지 않다. 그만큼 정보에 무지하다. 적어도 학과 홈페이지에 교육과정만 한번 검색해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이 그렇다. 먼저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모티브를 주어야한다. 그리고 작은 흥미라도 생기기 시작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영역에 투자하여야한다.
사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바쁘다. 그 많은 학습량을 소화하기에도 벅차다. 적어도 고등학교 진학 전에 본인이 관심 있는 영역에 대한 기본 탐구정도는 이루어져야한다. 모든 영역에 대한 맹목적 선행학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흥미를 파악할 정도의 경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실 교과 편재는 편의상의 분류일 뿐이지 실제로는 학습해야할 순서에 불과할 뿐이다.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얼마든지 학년을 앞질러서 학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화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중등과정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면 나이와는 상관없이 고등과정의 화학책을 공부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앞으로 집중하여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골라놓은 것 만해도 입시의 절반 이상을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다. 흥미가 생기면 집중하게 되고 집중을 하다보면 그 영역을 잘하게 된다. 사실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재미있다. 순수한 열정이 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이것을 무분별한 선행이라 매도할 수 없다. 대학별로 치러지는 논술평가나 심층 면접에서 특목고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본인의 현재 학습상황이 나쁜 편이 아니라면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탐색해야한다. 2014학년도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학생부에는 진로 지도사항이 신설되었고 진로희망 사유를 200자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되어 있는가? 과열되고 변질된 일부 선행에 대한 혐오로 인해 본질을 놓치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입시과정 자체도 단순한 평가의 숫자에 집중하기보다는 본질을 묻는다.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는가?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해 당신이 가진 특별한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답할 수 없는 학생이라면 지금 당장 진로탐색에 나설 것을 권한다.
KSI과학전문학원 김경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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