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접어들면서 자소서 마무리가 한창인 중3, 고3 입시반 학생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일수록 자소서를 혼자 쓰게 되고 학부모나 논술선생님의 첨삭을 받아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소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글이다. 입학사정관으로 하여금 ‘나를 뽑아주세요.’라고 강하게 어필하는 설득형 에세이인 것이다. 많은 학생들의 자소서 작성을 지도하면서 발견한 좋지 않은 사례를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자.
반전을 꾀하지 마라.
드라마나 소설의 영향을 받아 반전을 꾀하는 자소서를 쓰는 학생들이 많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1학년 때는 수학성적이 좋지 않았다. 주변에 수학을 포기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수학을 포기하고 다른 과목에 집중해 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수학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1학년 때 3등급이었던 수학성적이 2학년 때는 1등급까지 오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이렇듯 학생들의 자소서를 읽다보면 흥미진진한 반전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결코 잘 쓴 자소서가 아니다. 1,000~1,500자 사이에서 나를 소개하는데 굳이 나의 부족한 점을 늘어놓느라 글자 수를 낭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올랐다.’는 것은 평가에 도움 되는 표현이 아니다. 어떻게 공부하였는지, 나만의 어떤 방법이 있었는지를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소서는 성적 향상이나 입상과 같은 결과중심이 아닌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성과 중심으로 작성해야 한다.
질문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라.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학생신분으로써 거창한 학습방법이나 교내활동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공적성을 보여야한다는 중압감에 모든 질문에 대하여 지나치게 장래희망을 끌어다 붙이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1학년 때 교내 논술대회에 참가하여 1위를 하였는데 외교관이 되겠다는 나의 꿈을 이루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2학년 때 영자신문반 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외교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영어실력을 기를 수 있었으며, 3학년 때 작성한 영문 보고서를 통해 외교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억지로 짜 맞추는 듯한 느낌의 자소서는 평가자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자소서 질문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소박하더라도 실제 경험하면서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활동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할 때 똑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는 수많은 그저 그런 자소서 틈새에서 강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활용하라.
학생들이 쓴 자소서를 읽다보면 다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입학사정관들 역시 마찬가지 느낌일 것이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교생활이 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공통문항 3번에 등장하는 갈등관리만 보더라도 고교생활 중에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갈등관리는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학급 회장을 하면서 학급 친구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학급회의를 진행하는 날이면 서로 자기이야기 하기가 바빠서 원활한 회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교행사에 참여할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친구들과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힘들었다. 나는 단합되는 학급의 모습을 만들어보고자 친구들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체육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단합이 잘 되는 반으로 이끌었다.」 이 사례에서 학급의 갈등관리를 해결하기 위해 글쓴이가 한 노력은 무엇이었으며, 이 내용을 통해 입학사정관이 이 학생에 대해 어떤 점을 우수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글쓴이가 갈등관리 극복을 위해 노력한 내용은 ‘친구들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했고’ 라는 대목뿐이다. 입학사정관의 입장에서는 이 학생이 어떤 갈등관리를 겪었는지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받고자 이 같은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다. 어떠한 갈등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고자 함인데 ‘최선을 다했다.’라는 표현만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없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간단하게 소개하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내가 배운 점이 앞으로의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어필하기에도 한없이 부족한 글자 수이다.
자소서는 무작정 질문을 읽고 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우선 학생부를 기초로 글감정리와 구조를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각의 질문별로 알맞은 글자 수를 배분하고, 평가요소가 모두 드러나도록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첨삭은 철저하게 평가자의 입장에서 한다. 특히 혼자서 고민하며 쓴 자소서라면 평가자의 입장에서 나의 어떤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읽어보고 가급적 담임교사나 논술교사가 아닌 입시지도 경험이 많은 전문가에게 최종 첨삭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소서는 면접의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에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여 작성하도록 한다. 좋은 평가를 노리고 한껏 과장하여 작성한 자소서 때문에 면접에서 진땀을 빼는 학생들이 매년 나오기 때문이다. 대입수시, 특목자사고 입시에 도전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꼭 노력한 만큼의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박노승
열강학원 총괄부원장
대입수시/특목입시 전문가
자소서/면접대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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