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모임 - 흙으로 우리 이야기 빚는 ‘대전 토우회’

“조물조물 흙 만지다보면 편안하고 즐거워요”

93년 창단해 매년 정기전 개최 … 흙 인형 매력 전파

지역내일 2014-09-03 (수정 2014-09-03 오후 2:13:12)



흙을 가지고 머리가 시키는 대로 손이 가는대로 사람이나 동물, 사물의 형태를 만들어 빚는 사람들이 있다. 일주일에 1~2번 중구문화원에 모여 작품 만들기에 정성을 쏟고 있는 대전 토우회 회원들이다. 흙 인형을 다듬고 다듬어 마치 생명을 넣어주는 듯 섬세한 손놀림으로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대전 토우회 회원들을 만나봤다.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흙 작업 몰두
토우(土偶)는 한자어 그대로 흙으로 만든 인형이라는 뜻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사람의 형상 뿐 아니라 동물이나 생활용구, 집 등을 본떠 만든 것을 모두 포함한다. 고대에는 토우를 장난감이나 애완용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주술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무덤에 넣는 부장용으로도 제작했다. 때문에 우리가 흔히 박물관에서 접했던 토우의 모습은 뭔가 이야기를 갖고 있는 느낌이고 과거의 생활상을 유추해보는 역사적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대전 토우회 창단 주역으로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장순옥씨는 “대전 토우회 회원들이 만드는 작품들도 자신의 과거와 현재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의미 있는 작업임이 틀림없다”면서 “토우의 세계를 알리고자 93년에 중구문화원에서 강좌를 개설한 것이 발판이 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토우회를 소개했다.
대전 토우회는 12명의 회원으로 시작했다. 창단 초기에는 기초, 중급, 고급 과정으로 반을 나누어 강습을 받고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토우입문자들을 위해 차근차근 기초를 다져 이끌어가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은 일정한 시간에 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지만 회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작품 세계를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모현희 회장은 “지도해주는 선생님이 방향제시만 해주고 각자 자신의 느낌대로 작업하고 있다. 회원들끼리 작품 표현 방법에 대해 서로 조언하기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토우회는 20여명의 회원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취미로 접근해 상당한 수준에 오른 주부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술이나 도예 분야에 뜻이 있고 재능을 지닌 회원들이 많은 편이다.




세밀한 표현 힘들지만 몰입하면 즐거워
창단 이후부터 매년 정기전을 개최한 대전 토우회는 벌써 25번이나 정기전을 가졌다. 정기전은 회원 모두가 1년 동안 만든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여서 의미가 크다. 전시 작품을 도록으로 만들어 홍보하기도 하는 등 애정이 각별하다. 토우 전문가로서 손색이 없는 회원들의 수준과 대전 토우회의 위상, 토우의 매력을 알리고 싶은 생각에서다. 겨울에는 대전 토우회 회원전이 예정되어 있다.
선우 대숙씨는 “전시회가 끝나면 그간 했던 작품을 집으로 가지고 가서 장식장에 전시해두는데 아이들과 대화거리가 되고 이웃들이 찾아오면 작품 설명을 하게 된다. 얼굴 표정이나 손가락을 세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만 구상한대로 작품에 몰입하면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쪽에서 고혹적인 여성의 모습을 빚고 있던 임혜영씨는 “흙으로 뭔가를 만들다보면 사람과 궁합이 잘 맞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공간에 오기 전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바삐 쫓기듯 살아오다 나만의 일, 나의 작품을 만든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전시회도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회화를 전공한 김진희씨는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모여 흙을 만지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힐링이 된다. 재료비가 많이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며 “내 작업에 집중하면서 회원들끼리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함께 있는 시간이 좋다”고 표현했다.




친밀감 있는 흙으로 만드는 우리 이야기
회원들은 ‘흙에는 따뜻함이 있다’고 표현했다. 흙을 만지고 있으면 마음까지 행복해진다는 것. 그래서일까 토우 작품이 풍기는 느낌도 인위적이지 않고 온화함을 준다.
회원들 중에는 취미활동을 넘어 자신의 전공과 접목시켜 토우의 세계를 각계각층에 전파시키는 이들도 있다.
초등학교에서 토우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미란씨는 “흙은 누구에게나 친밀감을 주고 부담스럽지 않은 재료”라며 “초등학생들도 토우 수업에 적극적이다. 학교 수업에서 옹기 흙과 색깔 점토를 함께 사용하는데 옹기 흙을 더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대전시립장애인복지관과 구원선신생원 등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재능기부를 지속하는 것도 자랑이다. 토우회 전시회에는 초등학교 방과후수업에 참여한 어린이들 작품뿐 아니라 이들 작품도 함께 전시돼 의미가 있다.
대전토우회의 산증인이자 한국토우연구회 장순옥 회장은 “중구문화원과 대전시민대학에 토우반 수업이 개설되어 있다. 흙으로 우리 이야기를 빚는데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 한다”며 “토우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문의 042-256-3684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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