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권 대표는 월롱면 영태리에서 나고 자란 파주 토박이입니다. 아내 김영근씨와 아들 넷, 부모님까지 모두 여덟 식구가 함께 살면서 그곳의 청정 자연을 도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고향땅에 뿌리를 단단히 박고 서서 너른 그늘에 사람들을 부르는 나무 같은 사람. 파주생태교육원 조영권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두 번째 삶을 살게 한 쌍둥이 아들
두 아들을 키우던 조영권씨 부부가 뒤늦게 쌍둥이 아들을 낳은 것은 2003년. 안타깝게도 그 중 한 아이가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24시간 아들을 돌보느라 생업도 포기해야 했다.
아픈 아이를 키우면서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농부로 살며 지역 환경 단체에서도 활동했다. 2008년부터 지인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시작했다.
사무실은 나고 자란 고향 동네에 마련했다. 집 이름은 해타굴이라 지었다. 어릴 때 할머니가 해타굴 해타굴 부르시던 기억이 유난히 따뜻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쌍둥이 아들이 12살이 된 지금, 조영권씨 부부는 생태와 환경에 관한 전문가가 되었다.
부인 김영근씨는 보육교사 출신으로 유아들을 위한 토요숲교실을 이끈다. 도서관 어린이집 초등학교로 출강을 나가기도 한다. 조영권씨는 열두 달 어린이 농부학교, 계절별 1박 2일 생태캠프를 진행하며 외부 단체와 고등학교에 출강을 나간다.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했던가. 인생의 법칙은 이들 부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을 키우는 일은 힘들었지만 삶의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다.
부모들이 더 좋아하는 생태교육
파주생태교육원은 문을 연 이래 가족생태교실, 야생화관찰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근 주력하는 것은 열두 달 어린이 농부학교다.
“제가 어려서 했던 것들이죠. 요즘 도시 아이들이 옛 것을 잊고 사니까 그대로 보여주는 거예요. 아이보다 부모들이 더 좋아해요.”
열두 달 어린이 농부학교는 일 년 단위로 운영된다. 매년 3월에 신청을 받는데 올해는 14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아이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무렵 해타굴에 온다. 오후 5시 30분까지 농사짓고 자연놀이하고 자유 놀이도 틈틈이 한다. 올 때는 차량운행을 하지만 집에 갈 때는 각자 돌아가야 한다.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들과 함께 6시 무렵 모두 둘러 모여 저녁밥을 먹는다. 식사는 부모들이 두 사람씩 돌아가며 맡는다.
열두 달 농사 아이들 손으로
지난달 27일, 어린 농부들이 배추 모종을 심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모종을 들고 와서 밭에 구멍을 내고 물 뿌리고 심는 일까지 직접 했다.
9살 도현이가 배추 모종을 들더니 냄새를 맡았다.
“말하기 힘든 냄새가 나요.”
도시에서 배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자연의 냄새를 도현이는 오감으로 배워가는 중이었다.
11살 윤이는 모종이 너무 예쁘단다. 뿌리가 길어서 신기하다며 한참을 들여다본다. 9살 성빈이는 어린이 농부 학교를 다니며 농사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고, 12살 진하는 겨울 산에서 눈썰매 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20년 청정 해타굴의 숲
배추를 심고 잠시 쉰 아이들과 함께 해타굴 숲을 지나 논에 가보기로 했다. 어린이 농부들이 직접 모를 내고 심은 논에 벼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가는 길에도 아이들은 잠시도 손을 쉬지 않았다. 거미를 데리고 노느라 걸음이 늦어지고 자리공 열매를 따서 손톱을 붉게 물들이고 잠자리를 따라가다 잠시 길을 벗어나기도 했다. 조영권씨가 아카시아 줄기로 아이 머리를 파마해 줄 때는 다들 멈춰서 구경했다. 가까운 거리에도 얼마나 많은 놀이들이 숨어 있는지, 뱀 조심하라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아이들은 숲을 제 집 마당처럼 뛰어 다녔다.
드디어 나타난 해타굴 논에서 아이들은 벼꽃이 핀 것도 보고 메뚜기들도 보았다. 이 벼가 누렇게 익으면 아이들은 조그만 손에 낫을 들고 직접 베어 탈곡기에 이삭을 넣을 것이다. 마당에는 아마도 장작을 피울 것이고 어른들은 막걸리를 돌리고 달처럼 둥근 지짐을 부쳐낼 것이다.
문의 010-9038-2889(조영권) http://cafe.daum.net/ecodream
>>> 파주생태교육원 초가을 생태캠프 참가자 모집
‘우리 어처구니 숲학교로 놀러갈까’
파주생태교육원이 9월 13~14일 포천어처구니숲학교에서 가을 생태캠프를 진행한다. 대상은 초등 3학년 이상 학생 13명 이내다. 뒷마당 전래놀이, 박쥐동굴탐사, 가재와 물고기 잡기, 관솔공예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신청은 다음카페 ‘해타굴의 꿈’ (http://cafe.daum.net/ecodream)에서 댓글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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