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야~ 놀자’라는 친구의 부름에 땅거미가 지도록 놀다가, ‘OO야~ 밥 먹어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던 아이들. 매일같이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 노는 재미가 있었고, 운동장과 골목골목은 노는 아이들 차지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학교는 놀이를 떠나 공부하는 곳이 되었고,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 ‘소비’하는 것이 놀이가 되었다. 무엇보다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이 불안감으로 바뀌고 말았고, ‘잘 놀아야 잘 큰다’는 어른들 말씀은 바쁜 학원 스케줄 뒤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잘 노는 아이야말로 자신에 대한 굳은 신뢰감으로 세상에 온몸을 던져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노는 엄마들의 전래놀이 동아리 ‘자!자!놀자!’를 소개한다.
공부가 아니라 노는 것!
매주 수요일 12시면 ‘담작은도서관’에서는 엄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은자동아~ 금자동아~’로 시작해 인사 굿소리까지 끝나면 함께 읽은 책을 통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엄마들. 전통에 빠지고 배우고 놀자는 ‘자!자!놀자!’의 모임 시간이다.
“함께 책을 읽고 전래 놀이의 의미를 배우는 시간을 먼저 갖습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직접 놀이를 해보죠. 물론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숙 씨는 몸으로 직접 놀아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직접 놀아봐야 알 수 있다며, 검정 고무줄을 꺼내기 시작했다.
각자 어린 시절로 돌아가 불렀던 노래들을 떠올리고 고무줄 놀이 방식들을 나누느라 깔깔거리며 웃고 떠드는 엄마들.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고무줄 하는 재미에 빠져드니, ‘아~ 그 때 참 재밌고 행복했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들 역시 책보다 놀이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놀이의 의미를 공부하기보다 직접 해봄으로서 느끼는 엄마들. 김영미씨는 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웃음이 많아졌다고 했다. “공부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놀러오는 거잖아요. 노는 것 그 자체로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무엇보다 유년에 대한 추억이 뒤따라오니까 더 행복한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추억을 남겨주고 싶고요.”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
도서관 구슬치기, 고무줄, 공기놀이, 숨바꼭질, 소꿉놀이...... 인터뷰를 시작하자 어릴 적 집 앞에서 놀았던 놀이들이 끝도 없이 나온다. 하지만 마음 한편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진다는 원복희씨. “우리 아이들은 흙도 돌도 만나기 힘든 환경에서 자라잖아요. 놀 줄도 놀 공간도 놀아줄 친구도 없다는 요즘 아이들이 안쓰럽죠. 엄마가 놀고 아이가 따라 놀고, 노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놀 수 있는 공간도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놀이를 찾아주고 싶어, 집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기 놀이를 하고, 도서관 앞에서 고무줄 놀이를 하는 엄마들.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친구와 싸우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깨동무할 수 있었던 아이들의 놀이 세상을 그들과 함께 찾고 싶어졌다.
“서로의 등에 기대 귀를 대고 자장가를 불러준 적이 있었어요. 등에서 느껴지는 울림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아~ 나도 엄마 등에서 이런 기분을 느꼈겠구나. 또, 제 아들도 내 등에서 잠들면서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힐링 되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갓난아이였을 때는 부모나 할머니가 놀아주고, 조금 크면 형이나 언니들이 놀아주고, 더 크면 자기들끼리 놀면서 전해지고 전해진 전래놀이. 그 의미와 가치를 뒤로 하고라도 매일 같이 깔깔거리고 속닥거리며 넘어지고 일어서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몸과 마음이 풍족해지도록 노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의 256-6363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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