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의 한 마을에서 행복하고 단란하게 살고 있던 킹 커닝햄이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13세인 딸이 9세 때부터 언니, 형부처럼 가깝게 지내던 이웃 남자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해 온 것을 알게 된 엄마는 남자가 근무하고 있던 직장으로 찾아가서 그 사실을 확인하려 하였다. 남자의 답변은 한참을 노려보다가 “그래서 어쩔 건데”라는 것이었다. 킹 커닝햄은 “절대 그렇지 않다 가서 확인해 보자”라는 답변을 고대했다고 했다. 순간 킹은 차안에서 권총을 꺼내 총을 5발 발사했고 다시 총알을 장전하여 쓰러진 남자를 향해 더 발사했다.
검찰은 1급 살인죄(계획적으로 살인을 준비하여 현장을 찾아가서 살해했다)로 기소했다. 그러나 17시간에 걸친 배심원들의 결론은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2005년 다시 배심에 회부되었는데 역시 9시간의 토론 끝에 2급 살인죄(사전준비 없이 한 살인)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놀라운 결론을 내렸다.
당시 변호인은 테네시 주의 과실치사죄의 일종인(Voluntary Manslaughter) 주장을 했다. 테네시 법에 의하면 위 죄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살인에 이르게 된 경우에 해당하는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 당시 엄마로서 딸이 성폭행을 수년간 당해 온 사실에 대한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순간 총을 발사했다는 것이었다.
이 죄의 다른 예로 들고 있는 것이 집에 왔을 때 처가 다른 남자와 성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 격분하여 총을 쏜 경우이다. 이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순간 이성을 잃고 흥분하여 저지를 수 있는 범죄로 분류되어 있고, 그런 경우에 위 죄를 적용하게 된다.
킹 커닝햄 사건에서는 검사가 최후 의견을 진술하면서 권총을 들고 나와서 총알을 장전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5발을 먼저 발사하고 재차 5발을 장전하는 것을 강조하여 살인이 고의 또는 계획적이고 이성적인 상태에서 행해졌음을 암시하였고, 피고인의 변호인은 엄마로써 딸의 성폭행을 들었을 때의 충격, 그 이후 느꼈던 두려움, 공포 등을 강조하고 피고인이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심정을 울면서 토로하였다.
킹 커닝햄은 위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4년형을 선고받았는데 나중에 판사가 이를 다시 6개월로 감형하여 석방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반 살인사건의 경우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사람도 있고 사형 선고를 받는 사람도 있다. 지역이 달라도 범죄의 동기와 정상참작 사유는 유사한 것이 많다. 결국 법 제도나 죄명, 처벌의 논리는 달라도 결과는 유사할 수밖에 없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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