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억울한 경우가 많다.
돈 거래와 관련된 억울한 일은 상대방의 말을 믿고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이는 경우이다. 그런데 돈을 받지 못하면 적선했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면 그만인데, 채무자가 돈을 빌린 것 이외에 또 다른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많다.
A는 외국의 광산에 투자하라는 채무자의 제의를 받고 돈을 투자하였다. 그런데 투자금 회수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채무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당하여 어려움에 처한 것을 알게 되었다. 채무자는 곧 사업이 잘 되면 갚을 테니 자신을 도와달라고 애원하였다.
A는 채무자가 해외 사업을 잘하게 되면 곧 돈을 벌어 갚을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부탁을 하자 측은한 마음이 들어 채무자를 위하여 대신 돈을 반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투자자의 요구대로 어음을 작성해 주고 공증사무실에 가서 공증을 해 주었다.
그런데 채무자는 결국 파산하여 빌려간 돈도 갚지 못했고 공증을 서 준 투자자에게도 반환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약속어음을 공증하고 채권을 확보한 다른 투자자는 A에게 돈을 갚으라고 독촉전화를 해 댔다. 그러다가 결국 강제집행을 위한 경매신청까지 하였다.
그런데 경매신청을 한 시점이 이미 6년이 지난 후였다면 어떻게 될까?
어음금은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어음금은 3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다만, 민법에 의하면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음금 청구 소송을 하여 어음금 지급 판결을 받게 되면 시효가 10년으로 변경된다.
위 사례의 경우 약속어음 공정증서는 강제집행할 권원은 될 수 있지만 기판력은 없다. 즉,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뿐 판결과 같이 재판을 하여 그 무효를 다툴 수 있다. 따라서 어음을 공증하였다고 하더라도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확정된 채권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리게 된다. 억울한 사정을 소멸시효 주장을 통하여 해소할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다만, 금원을 차용하여 준 경우에는 어음금의 3년 소멸시효 이외에 일반 민사채권 또는 상사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 또는 5년이 적용될 수 있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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