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21’ 김영락 대표

히로시마 오꼬노미야끼 맛보셨나요?

지역내일 2014-08-24

벙커21은 야끼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점이다. 흔하지 않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낯설지만 매력적이다. 작은 가게에는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마니아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벙커다.
벙커21 김영락 대표는 건설회사 기획실 등에 근무하다 두 해 전 돌연 오꼬노미야끼집을 열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84학번으로 또래에 비해 일찍 자영업의 세계에 뛰어든 그는 아픔도 환희도 더 먼저 겪은 셈이다. 그에게 8월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사진 이의종 기자



굽는 요리 야끼
벙커21을 이해하려면 야끼의 개념부터 짚어 보아야 한다. 야끼는 ‘구이’라는 뜻이다. 한국에 널리 알려진 오사카식 오꼬노미야끼는 부침개처럼 전분으로 반죽해 기름을 두르고 지져 먹는다. 엄격히 말하자면 이는 야끼가 아니다.
히로시마식 오꼬노미야끼는 철판 위에서 재료를 구워 바삭바삭하고 기름기가 없으면서 재료의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식이다. 하지만 요리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벙커21은 야끼우동도 다르다. 흔히 하듯 기름에 면을 볶지 않는다. 면을 삶아 철판위에서 굽는다. 제대로 만든 야끼우동은 어릴 적 먹던 라면땅처럼 바삭바삭하다.
낯선 요리에 항의하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마니아도 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벙커21은 자기만의 색을 고집한다. 야끼는 야끼 답게 요리한다는 원칙을 지켜갈 뿐이다. 



창업의 어려움
올해 딱 쉰이 된 김영락 대표는 건설회사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했다. 건설 경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3년 전 무작정 회사를 나왔다.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구상들이 넘쳤지만 실제로 뛰어들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이가 있고 가족이 있으니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주저하는 마음이 생겼다.
IT분야에 2억 정도 들였지만 실패였다. 결국 재취업을 택했다. 건설회사 자금조달책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건설 경기가 기우는 상태에서 수년 간 쌓아온 금융 인맥만 허무하게 무너뜨리는 결과가 생겼다. 보험회사에도 일 년 정도 근무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계속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분식집을 차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켜보니 황태국이 나을 것 같았다. 인테리어를 두 번이나 뒤집은 다음에야 지금의 종목, 오꼬노미야끼를 만나게 됐다.



일본 소스 회사의 샘플 매장으로
일본 오타오쿠라는 회사는 오꼬노미소스를 만드는 업체다. 그곳에서 외식창업 업체와 MOU를 맺고 샘플 매장을 열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오타오쿠사 쪽에서는 일본식 오꼬노미야끼를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 주고 소스를 팔겠다, 체인점을 운영하는 외식창업 업체는 체인점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서로의 이익이 만난 것이다.
오꼬노미야끼는 일본의 가정식이라 국내에서 제대로 만드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일본에 가서 배우려고 해도 가문의 비법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 때문에 알고 싶어도 쉽게 배우기 어려운 요리였다.
“요리를 해봤냐고 물어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대답했죠. 그쪽에서는 오히려 요리 경험이 없는 사람이 좋다고 했어요. 자기 고집이 없으니까요.”
절박함이 통했는지 면접은 합격이었다. 대신 조건이 붙었다. 3개월 간 교육을 받고 일정 레벨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오타오쿠사는 일본 소스 점유율이 90%나 되는 대기업이다. 샘플매장이면 일본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니 아무에게나 매장을 내줄 수 없다고 했다.


오꼬노미야끼의 달인으로
어렵사리 가게를 열었다. 첫 3개월은 광고 없이 장사를 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처음은 누구나 헤매기 마련인데 어설픈 상태로 광고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었다.
“손님이 왔는데 정말 눈이 하얘지는 거예요. 컨닝 페이퍼 보면서 일했어요. 왜 첫 세달은 광고를 하지 말라고 했는지 그때야 이해했죠. 대단히 합리적인 사람들이에요.”
긴장한 탓인지 엉뚱한 실수를 계속했다. 일본 요리사들이 “김상 새로운 요리를 개발했습니까”라고 물을 정도로 소스까지 헷갈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부딪히니까 됐다. 처음은 불편하고 부족하고 어색했지만 지금은 오꼬노미야끼의 달인이라고 자부할 만큼 능숙하다. 마음을 비우고 요리에 집중한 결과였다.
“이 가게는 상권이 좋지 않아요. 일부러 찾아와야 되는 가게죠. 그때 외지에서 오신 분들도 많고 블로그에 소문 내 주신 분들도 있어서 순식간에 확 소문이 퍼졌어요. 정말 감사하죠.”
요리 맛 외에 비결은 또 있다.
“손님들에게 우리 가게 요리는 마법의 요리라고 말해요. 아름답고 멋있는 분들한테는 맛있게 느껴진다고. 그러면 손님들은 맛있다고 해야 겠다면서 웃으시죠.”
조금 실수해도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이 진심으로 가장 멋있어 보인다는 김영락 대표. 다부진 모습으로 철판 앞에 선 그는 이제 영락없는 요리사다.
문의 031-907-9079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