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분쟁지역을 사진으로 담아온 포토 저널리스트 정은진씨가 아프리카 콩고의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에 대한 비참한 실상을 다룬 책에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을에 먹을 물이 없어 십여 킬로미터를 가야 나오는 조그만 우물에서 매일같이 하루 반나절 이상을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물을 길어왔다. 성인 남자들은 전쟁터에 갔거나 죽고 또는 돈을 벌기 위해 타지로 갔기 때문에 물을 길어 올 사람들은 여성들이었다. 어머니들은 자기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힘겹고 비참한 일상을 견뎌 나갔다. 아이들도 그런 어머니에 의해 별 탈 없이 살아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자 더 이상 물을 길어다 줄 어머니가 없는 가족의 아이들은 탈진으로 죽었다고 한다. 반면에 물을 직접 길어온 아이들이 있는 가족은 어머니가 죽어도 본인들이 직접 물을 길어올 수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가 있었다고 한다. ‘무엇’을 얻기만 하고 ‘어떻게?’ 그리고 ‘왜?’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닥친 비극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에서 항상 자문하게 되는 것은 ‘무엇을 가르치는가?’ 보다 ‘어떻게 가르치는가?’ 더 나아가 ‘왜 가르치는가?’ 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우느냐 보다는 어떻게 배우고 왜 배우는지에 대한 자각이다. ‘어떻게?’와 ''왜?‘가 없는 ’무엇‘의 배움은 아이들의 배를 열고 이름 모를 음식을 위속에 채워주는 것과 같은 꼴이다.
인도의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는 그의 마지막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틀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려한다. 그러나 한정된 틀 속에 갇혀 찾을 수 있는 것은 자유가 없는 죽음뿐이다. 우리는 우리 주위의 본질에 대한 부단한 질문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틀을 벋어나야 한다. 틀 속에서 벋어날 때 책임감을 가진 진정한 자유가 온다.” 여기서 자문하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미래를 죽였으며 지금도 계속 죽이고 있는가?
우리는 절대 아이들의 미래를 형성하는 교육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만져보지도 않고, 그들의 견고함과 순수한 바람을 느껴보지도 않으며, 그들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도 않는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그들 본연의 소리를 말이다. 주입식 교육과 단순화된 물질적 성공의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두어 두는 어른들의 협소한 이념으로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이러한 틀 속의 도살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른 방법을 통하여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앞의 만족을 위하여 무엇이든 죽이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와 “왜”라는 질문에 대응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러한 주위 환경과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면, 아니 반드시 형성 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이유로도 아이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아이들의 정체성은 다양한 주위 환경과 가능성에 대한 관계를 형성할 때 이루어진다. 관계 형성이란 자기 주위의 많은 것들에 대한 본질을 ‘어떻게’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통해 느끼고 자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의 형성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고 자신의 삶 앞에 펼쳐진 다양한 가능성을 보며 자신감을 갖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통해 아이들은 함께 하는 자유를 얻는다. 이러한 자유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특정한 틀에 구속되지 않고 마음껏 즐기고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열정적인 활동인 것이다. 자신이 가진 관계의 폭이 좁은 경우 그가 보는 세상도 결국은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교육의 본질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이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끔 유도해 주어야 한다. ‘무엇’만이 아닌 ‘어떻게?’와 ‘왜?’라는 고민을 아이들과 함께 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과 주위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해 그 의미를 알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외적 표상이 아닌, 그 속에 조용히 그러나 열정적으로 들어있는 순수한 본연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관계를 가질 때 아이들은 미래에 서로 죽이고 고통을 주는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교육의 책임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제대로 가르치는 현장에서 아이들이 그 어떤 것과도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이미 형성된 세계와의 관계를 모두 잃게 된다.
아이들에게 넓은 가능성을 제시하며, 불리는 이름보다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들은 주변과 자신의 본질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게 되고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사는 방법을 알게 된다. 콩고에서 일어난 비극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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