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처음으로 어린이집, 유치원과 같은 기관에 입학을 준비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면 내 아이의 언어능력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유독 ‘늦되는 아이’에 관대한 문화가 깔려 있어 ‘조금 더 기다려보면 하겠지’하고 느긋한 엄마들이 많다. 언어발달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어 이를 놓치면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인지, 학습능력, 사회성에도 문제가 생겨 학습과 단체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말이나 글이 또래보다 빨라 보이는 아이들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미디어(스마트폰, 태블릿 교육머신, 텔레비전 등)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상대방과 대화하는 의사소통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언어 및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고, 언어발달에 도움이 되는 부모의 역할 및 환경은 무엇인지 유아교육, 언어치료전문가와 함께 알아보자.
늦되는 아이에 관대한 한국 엄마들
아이가 첫 돌이 지나 두 돌이 되어가는 데도 ‘엄마, 아빠’와 같은 간단한 단어도 못해 걱정한다면 십중팔구 어르신들은 말씀하신다. “걱정마라, 나중에 때가 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간혹 말이 늦는 가계력이 있기도 하고, 순식간에 따라잡는 늦게 활짝 피는 꽃과 같은 ‘Late Bloomer’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소수의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경우이다. 대개의 아이들은 언어발달의 지연을 안고 자라면서 결국 학습과 사회성의 문제로 확대된다.
미국에서는 첫 돌이 지났는데도 언어표현, 제스처 사용, 까꿍놀이 등 사회적 의사소통이 또래보다 늦다는 생각이 들면 병원이나 관련 전문기관을 찾아 일찍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보통 세 돌(36개월)까지 기다려보는 경우가 많다. 먼저 언어발달,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한다.
<CASE 1>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
지은이(만 4세)는 겨울왕국의 엘사가 되고픈 여아이다. ‘let it go!’를 열창하는 모습은 엄마 아빠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다. 한글도 읽고 제법 영어도 잘하는데 발음이 애기 발음처럼 들린다. 아직은 귀여워 보이고 엄마는 친숙해서인지 지은이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그런데 문제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지은이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뭐라고? 다시 말해봐!”하면 아이가 의기소침해지고 짜증을 낸다.
<CASE 2> 말을 더듬는 경우
의찬(만 5세)이는 엄마의 자랑스러운 외아들이다. 말이 빨라서 키우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이가 성격이 조금 급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끔 급하게 말을 하려다 보니 말을 더듬는다. 세 돌 정도부터 가끔 더듬는 것 같았는데 지켜보면 나이지려니 했는데 아직도 말을 시작할 때나 흥분하면서 놀 때 말을 더듬는다.
< CASE 3> 말이 너무 없는 경우
순한 현세(만 3세)는 엄마가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입주아주머니와 할머니가 돌봐준다.
엄마는 입주아주머니와 시어머니의 은근한 신경전이 걱정일 뿐 아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살짝 걱정이 되는 부분은 입주아주머니가 말수가 없어 현세에게 말을 별로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말에 문화센터에 데리고 다니는데 또래 아이들은 말을 너무 잘하고 선생님의 지시에 잘 따르는데 현세는 별로 관심도 없고 말도 없다.
<4>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대개의 경우 말을 잘하면 어른들은 아이가 똑똑하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말이든 그 무엇이든 의사소통 매개도구를 사용해 다른 사람과 얼마나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냐이다. 말을 잘하는 것에 비해 간과하는 것이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다. 표정, 제스처, 목소리 톤 등 말 이외의 것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다른 사람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메시지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유아기 언어발달 시기 놓치면 정서적, 학습장애 생 길 수 있어
유아기 언어발달이 중요한 이유는 인지능력, 사회성, 심리 발달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저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저는 블록놀이를 하고 싶어요!” 라고 정확한 자기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면 또래와의 관계형성도 쉽고 다양한 활동에 자신감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어 단체 생활이 수월해 진다. 언어는 이처럼 사회적 교류의 중요한 수단으로 유아의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모국어라는 뼈대가 완성되어야지만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추론하는 고차원적 사고의 발달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아가서는 학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말만 늦다고 생각했는데 소수의 심각한 경우는 지적장애를 동반하거나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이의 언어습관,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글은 언제부터 가르치는 게 좋을까?
한글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독해능력 때문이다. 요즘 초등학교 수학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현재 수학교과과정은 스토리텔링식 문제, 서술형, 논술형 평가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하면 수학교과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영유아기때의 언어발달은 총체적으로 발달하므로 글자공부도 놀이를 통해 창의적인 언어활동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습지 위주의 자음모음을 부분적으로 하는 기계식 쓰기활동이나 암기 활동은 오히려 스트레스만 유발하게 됨으로 아이가 원할 때 서서히 시켜주시는 게 좋다.
풍부한 언어를 사용하고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및 자극을 줘야
무엇보다 영유아기의 안정적인 애착이 발달의 근간이 된다. 엄마라 하더라도 아이와 즐거운 상호작용을 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아이의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아이와 자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눈을 마주치며 함께 놀아주면서 아이의 언어사용을 격려하고 어휘 확장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제 나이가 되면 유치원, 어린이집과 같은 기관에 보내는 것이 풍부한 언어환경과 다양한 언어활동에 노출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현재 부모, 또는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이에게 적절하고 충분한 교육적 자극을 주고 있는지, 정서적인 문제는 없는지 이 기회에 한번 살펴보자.
도움말
햇빛유치원 원장 이영자 ,한국유아인성교육연구소 소장 김경미(유아교육학 박사)
파랑새아동청소년연구소 소장 김기숙(www.parang-i.com, 언어치료전문가)
우지연 리포터 tradenz@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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