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토박이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의 연출가 극단 드림 주진홍 대표

“당신은 누구와 통화하고 있습니까”

외로운 현대인 … 진정한 소통의 이야기 다뤄

지역내일 2014-08-20 (수정 2014-08-20 오후 3:56:57)


극단 드림 주진홍 대표.

 대표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하면 떠오르는 사람, 이 연극을 연출한 극단 드림의 주진홍 대표다. 주 대표는 대전 토박이로 대부분의 대전 연출가들이 그렇듯 꽃보다 빛나던 청춘을 대흥동 연극에 바쳤다.
대전의 제작공연시스템은 대체적으로 잘 나가는 서울 공연을 라이선스해서 대전에 가져와 대전팀으로 작품을 준비해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때로는 기획사가 끼어 배우를 비롯한 공연 자체가 내려오기도 했다.
그런 공연시스템이 한창이던 2000년대 중반 <경로당 폰팅사건>이 대전에서 제작됐다. 희곡을 썼던 건양대 이충무 교수부터 연출을 맡았던 주 대표, 또 배우들까지 모두 대전 사람들로 구성된 대전 토박이 연극이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서울에서만 2년여를 공연했고 전국 문예회관의 초대를 받아 전국을 돌며 공연했다.
특별히 이번 이음아트홀에서의 공연은 공연문화를 중구 대흥동에서 유성구 봉명동으로 확대했다는 의의를 가진다. 극단 드림의 드림아트홀이 2007년에 오픈, 대흥동의 소극장 시대를 견인한 것을 생각하면 이음아트홀의 봉명동 개관은 특별한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주 대표는 이음아트홀을 개관하면서 지역 직장인들, 도안신도시의 주부 및 학생들을 소극장 문화에 참여시키겠다는 꿈을 가졌다. 유성온천역을 끼고 있어 접근성이 우수한 이음아트홀을 통해 주부들을 위한 연극공연, 학생들을 위한 연극교육, 대관을 통한 실내악 공연 등 소극장 문화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여러 문화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대전예술지원센터 건립 꿈 키워
주 대표는 1983년 극단에 처음 발을 들였다. 90년대 초 가톨릭문화회관을 기반으로 연극 활동을 했고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대전시민회관으로 활동의 거점을 옮겼다. 손수 전단지를 돌리고 포스터를 붙이며 손때 묻은 대흥동을 만들었다.
이번 주까지 우리들공원과 대흥동을 거점으로 진행되는 대흥동립만세는 주 대표를 비롯한 몇몇 대전 예술인들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대전만의 색깔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던 이들은 7년 전 대전의 예술가들을 모았다.
첫해였던 2008년 50여개의 단체가 예산도 없는 이 민간예술가들의 모임에 선뜻 마음을 합해줬고 열정적인 3일을 보냈다. 각 단체와 개인의 금액적 가치로 보자면 억대의 투자도 모자라던 축제를 단돈 100만원으로 치러낸 전무후무한 축제였다. 그런 대흥동립만세가 올해로 7년째, 축제의 즐거움이 깊어지고 넓어졌다. 여행객들이 부산의 영화축제를 찾아가고 춘천의 마임축제를 찾아다니듯이 대흥동립만세를 즐기고자 대전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 대표는 20세부터 대전예술지원센터를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하드웨어적으로 접근하면 예술지원이라는 것은 전문 극단들에게 녹음실을 비롯한 전문공간을 제공하고 아마추어 연극팀들에게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본다면 기획의 부재 속에 극단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 지원센터를 통해 기획력을 키우고 그 힘들이 각 극단들과의 협력 속에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재 자체에 대한 지원도 포함될 것이다.
대전의 문화력은 왜소하지 않다.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경로당폰팅사건이라는 대전의 연극이다. 대전을 사랑해서 대전의 축제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 주진홍 대표. 그를 통해 더 보태질 대전의 문화력, 그 미래를 주목해 볼 일이다.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은




전자식 전화기 버튼이 눌린다.
띠띠띠뚜띠뚜뚜~~
상대편 전화기 다이얼이 울리고 드디어 착신.
“옵~빠, 옵빠들의 뜨거운 밤을 책임져 드릴게요. 우후~”
한동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폰팅~
장수아파트 경로당 노인들에게도 폰팅 바람이 분 것일까.




연극에서 보여 지는 장수아파트 경로당은 다섯 어르신의 놀이터다. 푼돈으로 고스톱을 치고 담배 몇 개비 내기장기를 두는 노인들의 놀이터. 일상에 바쁜 자식들은 이들을 챙길 여력이 없다. 그저 가끔 보내주는 택배가 이들을 위로할 뿐이다. 연극은 뒷북 정말순 할머니를 통해 소통하고 싶은 노인들의 심리를, 버럭 할머니를 통해 자식을 그리워하는 부모의 마음을, 능글 할머니를 통해 막연한 앞날에 대해 불안해하는 노인들의 현실을 코믹하게, 그러나 절실히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경로당으로 날아든 전화요금 청구서, 279만8329원!!
서로를 의심하며 범인을 찾던 중 서서히 밝혀지는 다섯 노인 각각의 사연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
“이 전화를 사용하려거든 꼭 당신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하시게나.”
연극은 노인의 삶에 국한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 당신은 누구와 어떻게, 얼마만큼 행복하게 소통하고 있는가.
박장대소하던 관객들은 소중한 누군가를 각각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경로당폰팅사건은 10년째 공연을 이어온 대전토박이 연극이다. 지난 8월 17일을 마지막으로 여름공연을 일단락했고 가을바람이 깊어지는 11월 다시 유성온천역 이음아트홀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문의 042-252-0886(극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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