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남매를 둔 주부 이경숙 씨(40 관양동)는 달력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이 씨는 “학원이다 휴가다 숙제할 시간이 없어 미루다보니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개학 후 방학숙제에 관해 시상도 한다고 하는데 큰일이다”며 걱정을 털어놨다.
이맘때면 많은 학부모들이 방학숙제 때문에 동분서주한다. 초등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필수과제와 선택과제로 나뉘어 방학숙제가 주어진다. 필수과제는 말 그대로 ‘필수’ 사항으로 누구나 꼭 해가야 하는 중요한 숙제.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내주는 필수과제는 일기, 교육방송 시청, 독후감, 체험학습 등이다. 자칫 평범해 보이는 숙제들이지만 현장의 선생님들은 기본 숙제들에는 초등학교 학생이라면 꼭 익혀야 할 교육적 효과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모든 숙제가 그렇듯이 방학숙제 역시 아이 스스로 해야겠지만 개학 후 방학숙제에 대해 시상을 하는 학교도 있고, 숙제를 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아이의 학교생활의 평판도 달라질 수 있어 은근히 엄마들 사이에서 경쟁이 되기도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개학, 방학숙제로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한 해결책을 알아봤다.
아이의 개성과 노력이 보이도록 해라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년에서 일기 쓰기는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일기를 쓰다보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방학 동안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아직 글쓰기에 서툰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더없이 좋은 훈련이며 매일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매일 같은 일상에서 글감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일기의 글감은 꼭 특별한 경험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에게 일깨워주자. 시간의 변화, 감정의 변화, 장소의 변화, 생활 속 호기심, 주변 사람들 관찰 등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즘은 단순히 날짜별로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안양 김 모 초등학교 교사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는 아이도 흥미를 잃기 쉽다”며 “환경일기, 수학일기, 편지일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기를 써 볼 것”을 권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일기를 쓸 경우 쓰는 학생도 재미를 느끼고, 읽는 선생님도 아이의 다양한 면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
독서록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색다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민경(40 호계동) 씨는 아이에게 지난 겨울방학 ‘그림으로 그리는 독서록’을 쓰게 했다. 전 씨는 “책을 읽은 후 주인공의 특징을 살려 캐리커처로 만들고, 인상 깊었던 내용을 그리게 했다. 거기에 줄거리를 요약하고 느낀점을 덧붙여 독후감을 완성하도록 했더니 완성 후 아이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해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완성한 독서록은 개학 후 아이들과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은 물론 상까지 받았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학교가 9월 독서의 계절을 맞아 독서골든벨 등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독서골든벨 도서 목록이 이미 공지된 학교도 있는 만큼 참고하여 책을 읽고 독서록을 작성해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형식보다 느낀 점이 중요 ‘체험학습 보고서’
체험학습은 장소 선정부터 시작한다. 장소를 정할 때는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1순위로 선택하는 게 좋다. 본인 스스로의 관심과 흥미가 높아야 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학기의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유적지나 지역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견학보고서를 쓰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견학보고서는 다른 숙제와 달리 사진과 그림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 견학한 곳과 관련된 입장권, 그곳에 전시된 전시물, 현장에서 체험한 활동사진 등 다양한 사진자료를 첨가해 꾸미도록 한다. 또 단순히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만을 기록하기보다 견학하기 전 사전조사 한 내용과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 견학 후의 느낀 점 등 내용에 다양성을 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고서를 작성해 주는 것은 금물. 일선 교사들은 아이의 생각이 담기지 않은 과제물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조금은 허술하더라도 스스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한편 초등 고학년부터는 수학과 영어 등 기초 학습에 관한 과제가 제시되기 시작한다. 이런 과제들을 통해 학기 중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는 기회로 삼도록 하자. 특히 중학생의 경우 개학과 동시에 개학고사가 있고 그 결과가 수행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 대한 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TiP 여름방학 중 참여해 볼 만한 지역 프로그램
일기, 독서 등 필수 과제 이외에 눈에 띄는 선택 과제 하나를 제출하고 싶다면 지역 프로그램에 주목해 보자. 개학을 앞두고 참여해 볼만한 우리지역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국립과천과학관, 제4회 수학문화축전 및 체험프로그램 운영
국립과천과학관은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제4회 수학문화축전’을 개최한다. 이번 축전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우수체험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수학체험교실’, 수학학습 증진을 위한 코칭 프로그램인 ‘수학클리닉’ 그리고 강연과 공연이 어우러진 ‘수학콘서트’로 구성되어 있다.
해마다 공모를 통해 체험프로그램을 선정하는 ‘수학체험교실’은 전국 100여개의 초·중·고등학교 및 기관들이 신청하여 최종 20개가 선정됐다. 서울 이수초등학교의 ‘정삼각형으로 축구공 만들기’, 목포 혜인여자고등학교의 ‘무한 책갈피 만들기’ 등 현직 교사들이 준비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수학을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마당으로 기획했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수학클리닉은 학년별 현직 수학 교사가 직접 상담하며, 고등과학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박사들이 진행하는 수학콘서트는 ‘아무렇게나 걸으면 집에 찾아갈 수 있을까?’, ‘건물의 높이는 어떻게 잴까?’ 등의 흥미로운 질문으로 구성된 강연과 공연으로 구성되어있다. 참가신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행사기간 중에는 과학관 입장료와 행사 참가비가 무료다.
한편 수학문화축전이 개최되는 기간을 제외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과학카페 2층에서 원목카프라 구조물 높이 쌓기 대회와 골판지 만화경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원목카프라구조물 높이 쌓기 대회는 천연 나무재료인 카프라를 이용한 높이쌓기 경연대회로 30일까지 매주 토요일(16일 제외)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며 운영방식은 16강 토너먼트 형식으로 4주간 매주 4팀씩 선발, 총 16팀이 8월 30일 결선전을 갖는다. 가족관람객 또는 팀단위로 참가(2인/성인1인 포함) 할 수 있으며 과학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며 미달시 현장접수도 가능하다.
골판지 만화경 만들기체험은 8월31일까지 매주 일요일(17일 제외), 유아와 초등3학년까지 저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과학관 홈페이지 사전 에약 접수 미달시 중앙홀 2층 과학카페에서 오후 1시부터 현장 접수한다. 참가비는 2000원이며 오후 2시와 3시20분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새단장한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즐길거리·볼거리 풍성
방학 동안 갈만한 곳으로는 과천의 어린이 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어린이 미술관은 지난 7월 29일 재개관하여 새로운 볼거리가 많다. 어린이 미술관의 가장 큰 변화는 새로 마련된 ‘상상뜰’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이다. 상상뜰은 ‘놀이를 통한 행위가 체험이자 퍼포먼스’라는 개념으로 어린이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전시관이다. 만들기와 체험활동이 펼쳐질 예정이다. ‘놀뜰’ ,‘해뜰’, ‘봄뜰’로 나뉜 공간들에서도 각기 다른 개성으로 다양한 미술 감상과 체험이 이루어진다. 직접 다양한 형태의 의자와 줄을 연결해보고, 재료 상자에 가득한 독특한 재질로 만들어진 자석을 가지고 벽면 가득히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다.
매년 진행되는 어린이 미술관 여름방학 교육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8월 정기 교육프로그램의 접수는 이미 마감되었지만, 상시 체험은 항상 참여할 수 있다. 특히 8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안녕? 숲 속 친구들’은 다양한 재질의 재료를 활용하여 숲에서 만나고 싶은 동물과 식물 친구들을 직접 제작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이 실제 상상뜰에 설치될 예정이라 호응이 높다. 지난 8월 3일 어린이미술관을 방문한 이한영(동안초 3) 학생은 “수수깡과 끈으로 여러 가지 모형을 만들었다”며 “내가 만든 작품도 미술관에 설치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활동지를 통한 개별 참여 프로그램도 참여도가 높다. ‘CM Q!’ 활동은 전시공간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을 통해 조형요소와 현대미술의 다양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친구들아! 내 얘기를 들어볼래!’ 는 꿈, 나눔, 존중에 대한 영상과 작품을 감상한 후 활동지를 자율적으로 작성하면 된다. ‘미술관으로 온 편지’는 활동지의 지령에 따라 야외조각공원을 탐험하며 작품을 만나는 전시감상프로그램. 재미있는 퀴즈를 통해 작가와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즐겁게 이해할 수 있다. 상시체험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무료. 자세한 내용은 어린이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인숙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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