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세미원(洗美苑) 나들이

은은한 연꽃 향에 취한 반세기 모녀의 정

지역내일 2014-08-18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홀로계신 친정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 가까운 음식점에서 점심이나 하려고 두세 달 만에 만난 일흔여섯 노모와 중년의 두 딸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즉흥적으로 양평으로 향했다. 오락가락 하는 비를 감수하고 찾아간 양평 세미원은 평일이라 그런지 한적했다. 꽃과 물이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속을 거닐며 은은한 연꽃 향과 반세기 모녀의 정에 빠져보았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세미원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비는 양평으로 들어서자 서서히 그치더니 이내 맑게 개었다. 세미원 입구에는 연잎밥집이 즐비했다. 꽤 소문난 맛 집인 듯 12시 전인데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한 식당에 우리는 겨우 자리를 잡았다. 연잎에 쌓여 그 향이 스며든 밥에서는 자연의 향기가 솔솔 풍겼고 자극적이지 않은 심심한 밑반찬과 된장찌개도 입맛을 돋우었다. 줄서서 기다린 보람이 헛되지 않은 순간이다.
점심을 먹고 세미원으로 들어서자 정원의 아기자기함과 강의 시원한 물줄기가 정감이 넘친다.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에 있는 ‘세미원’은 더 맑고 더 아름답고 더 풍요로운 한강을 위해 만들어진 ‘물과 꽃의 정원’이라고 한다. ‘세미원(洗美苑)’이라는 이름에는 ‘관수세심(觀水洗心)하고 관화미심(觀花美心)하라’ 즉,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옛 선조들의 정신이 담겨 있다.
세미원을 거닐다보면 크고 작은 연못에 피어난 수많은 연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저절로 젖어들고 삼면을 에워싸고 흐르는 시원한 한강의 물줄기에 피곤하고 지친 마음은 시원하게 위로받는다.


만개한 연꽃에 둘러싸여 여유로운 산책
세미원은 매표소 옆 연꽃박물관을 시작으로 두물머리까지 여유 있게 구석구석 감상하면 2~3시간은 족히 걸린다. 실내전시관이야 아무 때나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7~8월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꽃구경을 위해 야외 연못 쪽으로 코스를 잡았다.
나라를 생각하는 뜨란 ‘국사원’은 한반도 모양을 형상화한 아담한 연못과 주변의 무궁화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땅에 살고 있으면서도 나라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애국에 대한 감성을 불러 일으켰다. 딸들보다 훨씬 힘든 시대를 살아왔으면서도 활짝 핀 무궁화와 연꽃을 웃음으로 반기는 친정어머니의 모습에서 소녀의 감성을 엿볼 수 있었다.
국사원을 지나면 장독대분수. 둥그런 제단을 연상케 하는 장독대에서는 크고 작은 옹기들이 물을 뿜어내며 더위를 식혀준다. 이곳은 삼월 삼짇날이 되면 두물머리의 강심수를 길어다 장독대에 올려놓고 국태민안(國泰民安)과 가내안녕(家內安寧)을 기원하던 양평군 양서면 일대의 민간 풍속을 확대해서 만든 것이다. 창덕궁의 장독대를 재현해 여기에 한강수를 끌어들여 만든 분수대로 한강 물을 민족의 그릇인 살아 숨 쉬는 옹기에 담아 생명이 넘치는 물로 환원시키겠다는 의지와 기원을 담고 있다.
분수대를 지나자 ‘검은잉어 연못’, ‘홍련지’, ‘빅토리아 연못’, ‘열대수련 연못’, ‘사랑의 연못’ 등 크고 작은 연못들이 저마다 만개한 연꽃을 품고 향기를 내뿜는다. 제법 무더운 날씨에도 꽃향기에 취해 반세기 모녀의 정은 깊어만 갔다.


배다리를 건너 두물머리까지 시원한 산책길
정조임금의 효와 정약용의 지혜를 기리는 배다리를 건너면 두물머리로 이어진다. 배를 연결해 낮게 드리워진 다리는 강물과 가까워서인지 강바람이 시원하다. 강가를 따라 걸으니 두물머리 마을의 정자목인 느티나무가 반가운 그늘을 드리운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이라 해서 두물머리라 불리는 이곳은 경관이 아름다워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느티나무가 드리운 그늘에 앉아 시원한 강물을 바라보니 세상 시름과 한낮 무더위는 어느덧 사라지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세미원 관람정보>
* 관람시간: 하절기(3~11월) 09:00~18:00, 동절기(12~2월) 09:00~17:00, 매주 월요일 휴관(6~8월은 휴관일 없음)
* 입장료: 일반 4,000원, 우대 2,000원
* 문화해설: 10:00~12:00, 13:00~16:00, 예약 031-775-1834
* 식물 개화시기: 5월-꽃창포·창포, 6월-온대수련, 7~8월-연꽃·열대수련, 9월-국화
* 세미원은 금연구역이며 쓰레기통이 없고 음식물과 주류 반입이 금지된다.



<양평 세미원 주변 둘러볼만한 곳>


*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
황순원 선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문학관이자 단편소설 ‘소나기’의 스토리텔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신개념 문학공원. 문학관에서 작가의 유품과 다양한 오디오·영상체험물을 만나볼 수 있으며 야외 소나기 광장에는 아름다운 산책로와 더불어 하루 세 번 쏟아지는 인공소나기를 피할 원두막과 수숫단이 소설 속 장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24, 031-773-2299


* 화서 이항로 생가·기념관
참된 민족주체의식을 일깨운 성리학의 대가 화서 이항로(1792~1868)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는 역사문화 공간.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벽계구곡이 앞으로 흐르고 봄에는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 때 묻지 않은 자연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 양평군 서종면 화서1로 239, 031-774-5326


* 몽양 여운형 생가·기념관
양평을 대표하는 역사인물 여운형(1886~1947)의 업적과 뜻을 기리는 공간.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과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하며 시대를 앞서간 민족지도자 여운형의 이상과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다.
- 양평군 양서면 몽양길 66, 031-772-2411


* 양평곤충박물관
국내외 곤충 700여 종 2,000여 개체가 전시된 국내 최고의 곤충전문박물관으로 곤충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살아있는 곤충체험실을 비롯해 각종 체험학습자료가 구비되어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들이 주로 찾는다. 탁 트인 야외생태공원에서는 하수처리시설 견학로와 전망 덱을 통해 남한강의 경치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 양평군 옥천면 경강로 1496, 031-775-8022


* 친환경농업박물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 용문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양평군 최고의 종합박물관으로 양평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양평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670, 070-7715-3796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