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첫 주에 훌쩍 제부도로 떠난 것은 낭만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 개인적인 바쁜 일정 탓에 올해 여름휴가 계획은 무리였다. 하지만 당연히 파도가 치고, 모래성도 쌓을 수 있는 휴가지로 떠나리라 굳세게 믿고 있는 어린 두 아들을 살짝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가까운 거리’, ‘바다’, ‘체험’ 세 가지를 조합하다가 문득 떠오른 곳이 바로 제부도였다. 특히 매년 바닷가로 떠난 휴가지에서 유독 작은 생명체와 모래 놀이에 심취했던 아이들이었기에 제부도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모세의 기적’ , 바닷길 열리는 시간 미리 알고 가야
안양에서 약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제부도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에 위치한 섬이다. 수심이 앏은 서해안의 특성상 썰물 때에는 동쪽 해안이 육지와 이어진다. 여행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일명 ‘모세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이다. 시간은 매일 달라진다. 지난 7월 29일에는 오전 8시경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바닷길이 열렸다. 바닷길을 따라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등대.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붉은 등대는 정겨운 풍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등대 앞 바닷가를 더 좋아했다. 이곳에는 특히 갈매기가 많다. 하염없이 오고 가는 바닷물과 ‘끼루룩’ 우는 갈매기를 쳐다보면 한나절이 오붓하게 지나간다.
갯벌체험장으로 바로 가고 싶다면 매바위 갯벌체험장을 찾아가자. 갯벌체험장을 찾아가는 십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길옆에는 온갖 펜션과 캠핑카가 줄지어 보인다. 최고급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숙박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겠다.
갯벌 속, ‘와글와글’ 온갖 생명체의 환희
제부도의 백미는 갯벌체험장이다. 장화를 신고 양손에 호미와 양동이를 들면 준비완료이다. 어른 눈에는 사실 별것 없는 갯벌이지만 호미로 한두 번만 뒤적여보면 온갖 생물들의 꿈틀거림에 아이들의 눈빛은 이내 환희로 가득 찬다. 검은 흙 사이로 ‘사사삭’ 빠져나가는 생명체들. 작은 게 한 마리에도 ‘앗 움직인다! ’소리치는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갯벌에 몰입한 아이들 옆에는 한 어르신이 열심히 진흙을 뒤집고 계셨다. 움직이는 생명체만 쫓는 두 아들과 달리 어르신의 목표는 조개이다. “흙을 한번 뒤집어서 찬찬히 쓸어보면 실한 조개가 보인다”는 어르신은 벌써 한 양동이 수북이 조개를 캐셨다. 재미삼아 캐셨다는 어르신은 “조개는 국물을 내면 시원하다”며 게만 있는 우리 양동이를 힐끗 보시더니 “달랑게는 바삭바삭 튀기거나 기름에 달달 볶아 껍질째 먹으면 맛있다”고 묻지도 않은 음식 노하우까지 전수하신다.
갯벌을 주로 공략하던 아이들은 이번에는 바닷물이 자작하게 고인 곳에 있는 바위를 뒤집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바글바글한 생명체들이 드러난다. 옹기종이 모여앉아 있던 작은 생명체에게는 일대 재난이다. 반면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악동들에게는 이런 횡재가 없다. 두 시간만에 제법 큰 파란 양동이는 조개와 달랑게로 그득하다. 특히 7살 난 아이는 달랑게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갯벌의 흙을 이용해서 작은 성을 쌓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흙을 뭉쳐 뼈대를 만들고 담을 쌓아 물까지 가두면 성은 물론 댐까지 완성된다.
사실 제부도 여행은 급히 방문한 곳이라 큰 기대가 없던 곳이다. 하지만 갯벌체험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가까운 거리와 시원한 바닷바람은 보너스이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갯벌 체험 여행준비물
갯벌체험은 호미와 장화, 양동이만 준비하면 된다. 준비 없이 떠났다면 제부도 갯벌 입구에서 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화는 3000원, 호미 1000원에 대여할 수 있다. 제부도 갯벌은 한쪽은 진흙밭이고 또 다른 쪽은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다. ‘쑥’ 발이 깊숙하게 빠지는 진흙밭 쪽으로 걸어간다면 장화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모래와 자갈이 섞인 곳이라면 아쿠아 슈즈로도 큰 무리는 없다. 호미는 필수, 이것저것 수확물을 담기에는 양파망이나 비닐봉지보다는 양동이가 편리하다. 조개 등에 손이 베이는 사고가 잦다. 면장갑을 착용하자. 강렬한 햇살 때문에 모자와 선크림은 꼭 준비해가야 한다. 특히 신나게 놀다 보면 목 뒤만 새카맣게 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들의 경우 수영복이나 헌 옷을 준비해 입혀주면 편하다. 갯벌에서 튄 흙탕물이 빠지지 않아 새 옷을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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