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누구나 즐겨먹는 냉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계절음식답게 올해도 냉면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한데다 새콤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맛은 자꾸자꾸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냉면은 간단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깊은 맛을 내는 메뉴이다. 때문에 어디에서 먹느냐에 따라 맛 차이가 확연하다. 대전에도 냉면 맛으로 승부를 거는 집이 곳곳에 있다. 그 중에서도 오랜 내공으로 지역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평양식 냉면집이 여럿 있다. 밍밍하고 심심한 맛이지만 제대로 만든 평양냉면은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다.
박수경 이영임 김소정 홍기숙 리포터
메밀향이 일품, 열무김치와 찰떡궁합 ‘대동면옥’
대동면옥은 유성구 장대동 아웃도어 아울렛 거리에서 멀지 않은 뒷골목에 위치해 있다. 아웃도어 쇼핑을 위해 나섰다면 이곳에 와서 시원한 메밀냉면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동면옥의 메밀냉면은 100%메밀과 전분을 섞어 손으로 직접 반죽한다. 최대한 메밀 함량을 높여 메밀향이 나게 했다. 또한 힘들어도 손으로 반죽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면을 삶았을 때 질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손 반죽을 거쳐 기계에 넣어 면을 뽑으면 일반 냉면보다 조금 덜 쫄깃하지만 찰진 식감의 메밀 면이 만들어진다.
“대체로 햇빛이 쨍쨍한 날에 비하면 장마철에는 손님이 뜸하지만 점심시간만큼은 마니아들로 분주하다”고 주인장은 귀띔한다.
육수도 특별하다. 톡 쏘지 않으면서 소박하고 깊이 있는 맛이다. 간혹 손님 중에 육수에 대해 묻는 사람이 있어 현수막으로 식당 안에 잘 설명해 두었다.
‘육수는 사골, 사태, 과일, 야채, 건어물을 끓여 5~6일 삭힌 동치미와 혼합해서 만든다. 절대 다시다 육수가 아니다’
메밀냉면은 가위로 면을 끊지 않고 먹는 것이 잘 먹는 방법이란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질기지 않기 때문이다.
대동면옥은 1958년 허름한 판자집에서 시작했다. 주인장의 어머니가 평양에서 피란와 냉면집을 열어 지병으로 투병생활 하던 7~8년의 시간을 제외하고 한결같은 맛을 내고 있다. 그 세월과 함께 어머니의 손맛은 아들에게 이어졌다.
8년여 전부터 부부가 다시 운영해오고 있는 대동면옥은 특별한 홍보 전략이 없다. 그저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유지가 되고 있는 것. 몇 년 전부터는 맛 블로거들의 방문이 이어져 인터넷에서는 제법 유명한 집이 됐다. 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도 대동면옥의 별미다. 냉면 한 그릇에 나오는 한 접시가 아쉬울 정도다. 물냉면 6000원, 비빔냉면 7000원, 손으로 직접 빚은 손만두 5000원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위치 유성구 장대동 355-11
문의 042-487-0029
60년 전통의 대전 6미(味) 중 하나 ‘숯골원냉면’
대전의 대표적 냉면을 말할 때 첫손을 꼽는 냉면집 중 하나이다. 창업주로부터 3대에 걸쳐 갑동점(대표 김현태)은 창업주의 맏손녀인 박영자씨 부부가, 신성동점은 다섯째 손자 부부가 각각 운영 중이다. 초창기 탄동(지금의 자운대)에서 시작해 1980년대 초 신성동으로 옮겼다. 1990년대 신성동 재개발 때 지금의 갑동점과 신성동점으로 나뉘었다. 60년에 이르는 역사만큼 오래된 단골들이 많다. 갑동점은 3년 전 확장을 해 좌석수가 450여 석에 이른다. 여름철이면 냉면과 비빔냉면을 합쳐서 하루에 1000그릇 정도 팔린다.
육수는 닭 육수와 동치미육수를 섞어서 쓴다. 매일 새벽 그날 사용할 육수를 만든다. 옛날에는 꿩 육수를 썼으나 지금은 꿩 대신 닭을 쓴다. 육수는 강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삼삼한 동치미국물맛이 느껴진다.
면에는 메밀이 50%가량 섞였다. 메밀 때문에 면이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끊어진다. 그래서 다른 냉면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명으로는 삶은 닭고기 몇 점과 얇게 썬 동치미무, 그리고 얇게 채 썬 계란지단이 삶은 계란 대신 올라온다. 전체적으로 맛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편이라 아이들과 나이 드신 분들도 좋아한다.
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얇게 썬 동치미무가 국물 없이 나온다. 이 무는 손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짜지 않고 삼삼하면서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아 어린아이들도 좋아한다. 매년 김장철이면 계약 재배로 태백에서 기른 토종무로 담근다. 한해 담그는 무가 180접에 이른다. 일반 무로는 오랜 시간 보관하면 아삭거리는 식감이 나오지 않는다는 김 대표의 설명이다.
냉면(7000원)과 함께 닭백숙과 만두가 메뉴에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 까지. 휴무는 설 전날과 설, 그리고 추석 전날과 추석이다. 넓은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다.
위치 유성구 현충원로 173(갑동점)
문의 042 822-9285, 823-9285
동치미육수와 고기육수의 조화로운 맛 ‘한마음면옥’
구농도원사거리 매일약국 뒤편에 위치한 한마음면옥은 1996년에 문을 열어 냉면으로 이름 난 집이다. 지난해에는 수통골에 직영점까지 내 한마음면옥의 진가를 빠르게 전파하고 있다.
이집은 대전에서 오래된 냉면집 중 하나인 사리원면옥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마음면옥을 운영하는 김현정 대표가 26년간 사리원면옥의 주방을 맡았었기 때문이다.
이집의 인기비결은 메밀가루에 녹말을 적당히 섞어 반죽한 후 적당한 두께로 직접 뽑아낸 면과 육수에 있다. 주인장의 오랜 내공과 정성이 오롯이 담긴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것.
육수는 사태를 푹 우려낸 뒤 기름을 걷어내고 직접 담근 동치미육수를 적절히 배합해 사용한다. 면은 메밀가루에 감자전분과 고구마전분을 배합해 매일 직접 뽑아낸다.
대표 메뉴는 평양식 물냉면(7000원)과 새콤달콤하게 맛을 낸 비빔냉면, 김치비빔.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면수를 내오는데, 차가운 면을 먹기 전에 한 그릇 들이키면 속이 든든해진다. 기름지고 특유의 고기 향이 있어서 살짝 거북하게도 느껴지지만 진하고 고소한 맛이다.
살얼음 살짝 낀 육수에 담겨 나온 냉면은 소박하면서도 투박한 모양새다. 고명으로 절임 무와 오이채, 편육, 삶은 달걀이 올려져있고 함께 나온 반찬은 새콤한 무절임 한 가지다. 아삭한 무절임은 신맛이 적당해 냉면과 궁합이 잘 맞는다.
평양식 냉면이 그렇듯 국물은 순수하면서도 담백하고 간이 적당해 자꾸 떠먹어도 부담이 없다. 동치미육수와 고기육수의 적절한 균형이 조화로운 맛을 내는 듯하다. 냉면국물에 식초와 겨자를 살짝 더해 먹으니 알싸한 맛이 더해져 시원한 기운이 배가된다. 면발은 거친듯하면서도 차지고 도톰한 편인데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
매콤한 다진 양념이 가미된 비빔냉면(7000원)도 많이 찾는다. 볶은 김치와 두툼하게 썰어낸 돼지 수육을 양념에 함께 무쳐낸 김치비빔(1만5000원)도 이집의 별미다. 곁들이 메뉴로 만두소를 가득 채워 직접 빚은 왕만두를 함께 해도 좋다. 여름철에는 문 닫는 날 없이 영업하며 가게 앞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위치 서구 도마2동 101-6(본점) 유성구 계산동 711-3(수통골점)
문의 042-536-0408(본점) 042-822-0159(수통골점)
평양식·함흥식 냉면이 공존하는 ‘해주냉면’
대전의 손꼽히는 냉면 맛집 중 하나인 ‘해주냉면’은 삼성동 우체국 맞은 편 주택가 내에 위치하고 있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의 대표 냉면집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평범한 골목길과는 대조적으로 산뜻한 간판이 눈길을 끄는 해주냉면은 점심시간이면 단골손님들이 찾아와 매장 내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한다. 서민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제법 넓은 실내공간은 계모임을 위한 아줌마들의 아지트로도 활용된다.
뭐니 뭐니 해도 해주냉면만의 경쟁력은 바로 맛에 있다. 특히 이곳은 평양식 물냉면과 함흥식 비빔냉면을 모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끔은 짜장이냐 짬뽕이냐의 선택처럼 메뉴를 선택할 때 항상 물냉면이냐 비빔냉면이냐의 기로에서 행복한 고민을 한다.
이곳의 메뉴는 물냉면, 비빔냉면, 메밀만두가 전부다. 양에 따라 곱빼기나 사리 추가를 선택할 뿐 냉면과 만두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냉면에 대한 주인장의 남다른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놓이는 주전자에 담긴 따뜻하고 진한 육수 국물이 배고픈 속을 달래준다. 반찬은 무절임과 열무김치 단 두 가지로 단출하며, 항상 테이블에 비치되어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다.
살얼음이 동동 뜬 물냉면(6000원) 한 젓가락에 모든 여름 폭염이 날아가는 느낌이다. 쫄깃한 메밀 면발과 사골과 동치미육수가 어우러진 진한 국물이 여타의 냉면집과는 사뭇 다르다. 진하게 우려낸 육수와 부드러운 수육이 입맛을 돋운다.
또한 거친 면발의 쫄깃한 평양 물냉면과 달리 가느다란 면발의 함흥 비빔냉면(6000원)은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에 홍어회가 곁들어져 풍미를 더한다. 그 외에 또 하나의 압권은 바로 메밀만두(5000원)이다. 좀 과장하여 말하자면 어린아이 얼굴 크기만 한 메밀만두가 5개에 1인분이다. 속이 꽉 찬 메밀만두는 성인 남성이 먹기에도 좀 버거울 정도로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약 6대 정도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소규모의 주차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위치 동구 삼성1동 289-16
문의 042-627-9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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