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훈의 아빠심리학 34

아내의 스트레스 줄이기

지역내일 2014-07-18

누구라도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한 집안의 주부로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침부터 남편 식사 준비를 해서 보내고, 아이들 깨워서 아침 먹여서 등 떠밀어 학교를 보낸다. 그러고 나서 여유가 좀 생기면 좋겠지만, 커피 한 잔 하고 나면 싱크대에 쌓여있는 그릇들이 보이고, 어제 4인 가족이 벗어놓은 옷더미들이 빨래 바구니에서 기다리고 있다.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나면 바닥에 머리카락이 눈에 띄고, 청소까지 하고 한숨 돌리려 하면 아이 친구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온다. 다른 사람들은 이 통화를 잡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문제없이 학교를 잘 다니게 하려면 엄마들 간의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귀찮아도 전화를 안 받을 수 없다. 맞장구치는 건 당연하고, 하소연도 들어야하고 조언도 해야 자신도 아이가 알려주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 시간 정도 전화를 하고 나면 시댁과 친정 어르신들에게 전화도 한 번씩 해야 한다.
어르신들의 잔소리가 끝나면 이제 슬슬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가 집에 올 시간이 되어간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아이 간식도 좀 만들어야 하고 학교에서 큰 일은 없었는지, 공부는 잘 했는지, 숙제는 뭐가 있는지 챙겨야 한다. 둘째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나면 이제 큰 아이가 와서 저녁을 먹여야 한다. 아이랑 마음 편하게 저녁이라도 먹고 싶지만, 사춘기인 큰 아이는 식탁에서 시큰둥하게 앉아 있다가 밥만 먹고 학원에 가버린다.
아이들이 다시 사라지고 엄마에게 남은 건 다음 달 학원 영수증이고, 돈 버느라 고생하는 남편에게 돈이 더 필요하다고 어떻게 말해야할지 엄마는 고민에 빠진다. 마음까지 지쳐버린 저녁에 위로해줄 사람을 찾아보지만, 남편은 오늘도 야근이라 하고 밤에 만날 다른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주말에야 제대로 얼굴을 볼 수 있는 남편은 아이들이 요즘 공부를 제대로 안하고 놀기만 하는 것 같다고 불평 한 마디 하고는 지나간다. 아이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도록 도와주는 건 별로 없으면서…
다들 저마다 힘든 부분들이 있지만 주부가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아무도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화는 잡담이고, 집안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양육은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주부가 하는 일들은 누군가가 돈을 줘서 하는 일이 아니다. 주부를 하는데 특별히 학력이나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주부가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가족들이 겪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주부가 할 일을 제대로 했을 때 가족들이 얻을 수혜는 너무나도 크다. 주부는, 엄마는 공기와 같다. 있을 때 소중함을 모르지만, 사실 우리들은 주부인 엄마 때문에 회사도 다니고, 학교도 다닌다. 대단한 것을 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 아빠가 해야 할 것은 메이커 있는 커피 한 잔에 “당신도 오늘 수고 많았어”라는 말 한마디다.


지우심리상담소 성태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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