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학과 더불어 엄마 모임도 시작이다. 자녀 학교 소식도 듣고 놀이 친구도 쉽게 사귈 수 있어 엄마 모임은 어렵지 않게 꾸려진다. 시시콜콜한 수다는 물론 속 깊은 이야기까지 터놓으며 뒤늦은 우정을 쌓는 경우도 많다. 구로구 고척 2동 ‘다독다독’도 1학년 엄마들의 모임으로 시작됐다. 아이들이 4학년이 된 지금은 책을 통해 자녀교육의 노하우를 나눈다. 혼자라면 벌써 포기했을 거라는 엄마들의 책읽기, 함께여서 든든하다는 ‘다독다독’ 엄마들을 만났다.
유광은 리포터 (lamina2@naver.com)
잘 삶은 감자와 ‘토마슨 제퍼슨의 위대한 교육’
햇볕 따가운 토요일 아침 구로구 고척동 고산초등학교. 책 읽는 엄마들 ‘다독다독’ 모임 날이다. 이 학교 김중희 교장의 배려로 상담실에서 모임이 열린다. 모임 시간이 가까워지자 한 명 한 명 자리를 채운다. ‘다독다독’ 엄마들은 반가운 인사와 가벼운 수다로 서로의 안부를 챙긴다. 책보다 먼저 테이블을 차지하는 건 잘 삶은 감자와 새빨간 수박. 주민희씨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삶은 감자를 건넨다.
“지금 삶아 와서 따뜻하고 맛있어요. 먼저 먹고 시작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잘 익은 감자 시식이 먼저다. 이내 이어지는 책 토론. 삶은 감자가 있던 자리에 ‘토마슨 제퍼슨의 위대한 교육’이 펼쳐진다. 얼핏 보아도 내용이나 쪽수 모두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한수정씨의 책 곳곳에는 형광색 밑줄이 그어져 있다.
“‘교수가 아닌 멘토다’라는 장을 읽으면서 부모 역할을 고민했어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멘토링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돼요.”
한수정씨의 말에 모두 공감한 듯 멘토로서 엄마들의 경험과 한계를 쏟아놓는다. ‘다독다독’모임에 참석하는 엄마들은 모두 아홉 명. 대부분이 직장맘이다. 바쁜 직장맘들에게 모임 참석은 물론 한 달에 두 번 책 읽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장소영씨는 이러한 부담감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책을 좋아하지만 그동안 읽지는 못하고 수집만 했죠. 직장일, 집안일 등을 핑계로 바쁘다는 이유였지요. ‘다독다독’에 참여하면서 의무적으로라도 읽게 되더군요.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저절로 책을 펼치게 돼요.”
아이들의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게 돼
‘다독다독’은 2012년 10월 첫 모임을 가졌다. ‘다독다독’ 대표 양혜영씨가 서울시 교육청 학부모 연수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직장맘이다보니 자녀교육에 더 신경을 쓰게 되죠. 아이 학교 홈페이지도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요. 어느 날 학부모 연수 공지를 보고 시간을 내서 참석했는데 강사분이 자녀교육에 앞서 엄마 교육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더군요. 엄마가 먼저 책을 읽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요.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 뜻을 같이 하는 엄마들을 찾게 됐죠.”
네 명으로 시작한 ‘다독다독’은 현재 아홉 명으로 늘었다. 그 사이 1학년이었던 아이들은 4학년이 됐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엄마들 모임은 시들해지기 쉬운데 ‘다독다독’은 그 반대다. 서울시 예산 지원으로 모임이 더 활성화됐다.
“서울시 부모커뮤니티 공모사업 내용을 보니 저희가 기존에 하고 있는 활동이라 바로 지원할 수 있었어요. 예산 지원으로 모임 비용에 대한 부담감도 줄고 미술심리 등 아이들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지역 내 다른 부모 커뮤니티와 교류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어요. 좋은 아이디어나 프로그램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양혜영씨)
‘다독다독’에서 읽는 책은 크게 두 종류.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거나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다. 엄마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책읽기로 실제 자녀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장소영씨는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게 됐죠. 전에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많이 하고. 한마디로 아이들을 ‘잡았죠’. 하지만 책모임을 하면서 아이들 눈높이로 시선을 낮추게 됐고 무엇보다 어떤 삶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미니인터뷰
‘다독다독’ 대표 양혜영씨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 함께 만들어가요
“서울시 부모커뮤니티로 선정돼 지원까지 받게 되니 책임감을 느껴요. 책 읽는 활동은 기본이고, 앞으로는 책 내용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계획이에요. 혼자서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엄마들과 함께하니 가능해졌네요.”
한수정씨
책모임 덕분에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직장생활을 핑계로 책을 거의 읽지 못했죠.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모임에 참여하게 됐어요. 중간에 포기하더라고 한번 해보자하고요. 책모임을 하면서 제 감정을 전보다 많이 조절하게 됐어요.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까 아이들과의 관계도 더 편안해졌어요.”
오혜정씨
책읽기가 생활이 됐어요
“모임초기에 아이들이 엄마의 책 읽는 모습을 낯설어했어요. 아이들 반응이 ‘엄마가 갑자기 왜 이러지?’ 하더라구요. 이제는 제가 책 읽는 것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죠.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데 낮에 독서를 못하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때라도 책을 펼칩니다. 자연스레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어주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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