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부천 약대동 주변에는 악기 가방을 맨 아이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커다란 악기 가방이 버거워 보이는 유치원 꼬마 아이부터 콧수염이 듬성한 중고생 남자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다. 주말 아침 달콤한 늦잠의 유혹을 물리치고 아름다운 선율의 매력에 빠져 이곳을 찾는 아이들, 부천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희한하게 악기와 멀어진다. 어릴 때 곧잘 피아노를 치던 아이들도, 또 심심할 때면 악기를 연주하며 놀던 아이들도 커갈수록 손에서 내려놓는다. 대신 아이들의 손에는 늘 컴퓨터 마우스나 스마트폰 같은 인터넷 기기가 놓여 있다.
문제는 악기와 멀어질수록 아이들의 정서발달 역시 좋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터넷 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할수록 아이들의 성정도 달라져 참을성이 부족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며, 짜증이 잦아진다.
때문에 학령기 전 연령대에 걸쳐 악기 연주나 합창 등의 음악적 활동은 아이들의 정서발달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멀어졌던 악기와 다시 가까워지고, 집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악기를 꺼내 다시 아이들의 손에 쥐게 할 특별한 방법을 소개한다.
유치부터 고등까지 폭넓은 구성
창단 3년차인 부천청소년오케스트라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200여 명의 단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학교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는 방학이나 졸업을 거치면서 오케스트라 활동이 단절되는 경우가 있어요. 때론 담당교사나 학교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없어지기도 하고요. 이에 반해 부천청소년오케스트라는 전 연령대의 아이들을 아우르는 만큼 변수 없이 지속적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부천청소년오케스트라 박근양 사무국장의 말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일 년에 4번 대규모의 정기연주회를 통해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다른 오케스트라단에 비해 많다는 점이다.
매년 3월 1일 3.1절과 8월 15일 광복절, 가을의 정기 연주회, 크리스마스 시즌의 성탄절 등 4번의 정기연주회를 연다. 각각의 행사는 시기별 사회적인 의미를 담아 공연을 진행하며, 공연을 통해 얻은 모금은 여러 단체에 기부금으로 전달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정기연주회의 성금을 모아 위안부 어르신들의 모임단체나 독도 살리기 단체, 필리핀 빈민 돕기 성금, 장애우 인권단체, 사랑의 연탄 나눔 단체 등에 기부했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재능기부를 통한 이웃과의 나눔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여러 이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도 있고요.”
실제로 부천청소년오케스트라는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지정한 단체로서 정기연주회에서 연주하는 활동 자체만으로도 매년 20시간 이상 봉사활동이 인정된다.
초보부터 전공자까지 수준별 레슨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의 수준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출신의 콘슨탄틴이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악합주 지휘 역시 영국왕립음악원 출신의 이지혜 씨가 맡고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크게 연주반과 예비반(1, 2, 3반) 등 4개의 클래스로 나눠 수업이 진행된다. 악기를 처음 만져보는 초보자부터 악기를 전공하려고 하는 전공 희망자에 이르기까지 각자 자신의 수준에 맞춰 소수정예 레슨을 듣고, 합주를 하며 실력을 키워나간다. 또 현악기 스트링 챔버와 관악기 윈드 챔버 등의 특화된 오케스트라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연주반은 일정 수준 이상의 단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1년에 두 번 정기 오디션을 거쳐 입단생을 받는다. 오는 7월 26일 하반기 정기 오디션이 예정돼 있다.
한편, 수준급 이상의 연주자를 제외한 단원들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에 진행되는 설명회를 통해 수시로 입단할 수 있다. 또 지난해 창단한 부천청소년합창단 단원도 모집중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지원 가능하다. 특히, 독일에서 유학한 정난영 지휘자가 성악 수업을 중심으로 발성연습과 복식호흡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한편 부천청소년오케스트라는 추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재능기부 연주회는 사회적인 서비스이잖아요. 부천청소년오케스트라·합창단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해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더 친근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 나갈 계획입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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