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아이들아 잊혀질까 두려워마라!

세월호 가족대책위 시민기록위원회 토론회 열려

지역내일 2014-07-10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개월. 세월호 기억을 망각의 호수에 띄울 것인지 사고발생부터 처리까지 꼼꼼한 복기를 통해 역사로 기록할 것인지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사고 책임자들은 시민들에게 ‘이제 그만 망각의 샘물을 마시라’ 하지만 생떼 같은 아이들을 앞세운 시민들은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자발적인 힘을 모아 세월호를 역사에 기록하는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세월호 가족대책위 시민기록위원회가 주관한 ‘기록의 의미와 방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참사를 기록하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세월호 참사 기록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시민들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정리했다.

세월호


세월호 시민기록위원회 어떻게 꾸려졌나?
세월호 참사 초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부터 애도와 추모 분위기까지 기록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이 분야 전문가들이 결합하면서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시민기록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현재 기록위원회에는 영상 기록단과 사진기록단, 르포기록단, 기록관리단 등 4개 분야별 기록단에서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 중이다.
시민기록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홍영의 (국민대학교 역사학과)교수는 “우리가 이 땅에 채 피어보지 못한 꽃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와 실천만이 유일한 길이다”며 “안산시내 산재한 추모기록들을 수집하고 정리해 역사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주도 참사 기록 활동 국내 최초
삼풍백화점붕괴와 대구지하철 참사 수 많은 참사를 겪고도 시민들이 기록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적은 없다. 역사상 처음 있는 대규모 기록 작업이라는 의미와 함께 이번 기록 작업은 이번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기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심성보 기록관리팀장은 “정부의 대처 과정에서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사고 침수보고’ 1보와 2보를 파기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고 공공기관도 기록의 공개를 주저하고 무단폐기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참사를 겪은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분들의 기록이야말로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기록위원회 측은 이렇게 수집된 기록과 산출물은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에 헌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상을 바꾼 의인으로 기억되길
시민기록위원회에는 희생자 가족들도 참여하고 있다. 희생된 아이들의 기록과 사고 후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에 남기려는 몸부림이다. 기록위원회 기록원으로 활동하는 박보나씨는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군의 누나다. 박보나씨는 사고 후 인터넷 악성댓글과 막말을 수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보나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에게 기억이란 붙잡고 싶은 생명이고 사랑의 흔적”이라며 “희생된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세상을 떠난 불쌍한 아이들이 아니라 세상을 바꾼 아이들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기록위원회는 시민들의 기록도 기증 받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행된 행사에서 찍은 사진이라던지 메모 등 기록으로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시민기록위원회에 기증할 수 있다. 시민기록위원회 김종천 사무국장은 “기억운동을 통해 훼손된 공동체 정신이 부활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이후 고잔동을 중심으로 기억저장소 등을 만들어 시민들과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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