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개나 되는 직업 가운데 대다수 부모가 원하는 직업은 20개 남짓으로 압축된다. 의사, 교수, 검사, 공무원처럼 안정적이면서 사회적 인정도 받는 직업으로. 그러면 아이들도 볼멘소리를 한다. “엄마, 아빠도 살아봤으니 알잖아요.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처럼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고 자녀의 인생 밑그림을 내실 있게 그리려는 학부모를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주최로 진로교육이 진행중이다. 학교 현장에서 십수 년 동안 진로 교육을 실천하며 내공을 쌓아온 허은영 수석교사가 방법론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학교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진로고민은 네 가지로 압축됩니다.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 지 잘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직업이 없어요, 원하는 직업과 심리 검사 결과가 달라요, ㅇㅇ직업을 갖고 싶은데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어떤 경우든 우선 ‘자기 이해’를 정확히 한 다음 ‘직업’을 찾는 순으로 차근차근 가이드하면 길은 보입니다.” 허 교사가 간결하게 설명한다.
이론과 현장 경험 두루 갖춘 진로코칭 박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커리어넷 사이버 진로상담을 비롯해 서울교육정보원 진로상담교사로 오랫동안 활동한 그는 전국 각지, 각양각색의 진로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베테랑 진로가이드다.
도덕교사였던 그가 이쪽에 관심 갖게 된 건 연차가 쌓일수록 학생들 생활지도에 벽을 느꼈기 때문. 아이들 마음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 주기 위해 상담 공부를 시작했고 특히 진로 상담에 매료 됐다. 진로 및 직업상담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청소년 진로 카페>, <청소년 진로 코칭> 등의 책을 펴낸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현장 전문가다.
심리검사는 자녀 이해의 첫걸음
학부모들에게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는 그는 자녀의 다양한 능력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서 언어, 논리수학, 음악, 공간, 신체운동, 인간친화, 자기성찰, 자연친화 8개 영역으로 나눈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검사를 추천한다.
“우리 사회에 성공한 사람들, 가령 김연아 선수는 신체운동지능이, 디자이너 이상봉은 공간지능이 강점으로 나옵니다. 즉 본인의 강점 지능이 직업과 잘 연결된 케이스지요. 이처럼 심리검사를 통해 아이의 적성, 흥미를 객관적으로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는 것처럼 자녀 맞춤형 진로를 찾기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정보를 찾는 ‘과정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 “부모의 ‘각본’을 배제하고 꾸준한 관찰과 각종 검사를 통해 아이의 적성을 발견한 다음에 직업 - 전공- 대학 순으로 좁혀가며 진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진로교육을 학습코칭으로 연결
특히 그는 진로 교육 다음 단계로 학습 코칭을 강조한다. “진로를 정했더라도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이 많고 의외로 아이들은 효율적인 공부 방법론에 목말라 합니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 관리법부터 집중력 향상, 핵심 파악법, 암기법을 차근차근 일러주라고 조언한다.
그는 특히 “부모의 ‘잘못된 개입’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녀를 열린 마음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며 담임을 맡았던 중2 여학생의 사례를 들려준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는데 틀에 박힌 학교 생활에 반감이 큰 아이였어요. 공부는 싫지 않지만 학교는 싫다며 검정고시를 치르겠다고 하더군요. 집에선 난리가 났지요. 하지만 내가 관찰한 그 학생은 과학 분야로 진로 목표가 뚜렷했고 의지도 강했어요. 부모님을 설득해 한 달간 검정고시학원을 보내 적응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결국 그 아이는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뤄 또래보다 몇 년 앞서 원하는 전공을 찾아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이처럼 부모는 아이와 함께 정보를 찾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상담자 역할까지며 최종 진로 결정은 자녀의 몫이라는 점을 허 교사는 거듭 강조했다.
허은영의 진로지도 AtoZ
Q. 직업적성을 알 수 있는 심리검사는 어디에서 받을 수 있나?
커리어넷(www.career.go.kr)에 접속해 진로심리검사?직업적성검사를 선택하면 된다. 워크넷(www.work.go.kr)?심리검사 배너?직업심리검사 실시?청소년 적성검사를 이용해도 좋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 다중지능이론을 기반으로 아이의 적성을 검사하고 관련 직업군까지 함께 추천해 준다. 특히 적성-직업-전공-대학까지 체계적인 정보를 원스톱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www.jinhak.or.kr)에서도 무료 진로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다.
Q. 심리검사는 언제 받는 것이 좋은가?
심리검사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너무 어렸을 때 받으면 아이의 적성은 계속 발달하는데도 예전의 검사 결과에 고착화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중고생들에게 우선 권한다. 초등 시절에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직업카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카드 형태로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기 때문에 직업 맞추기 퀴즈, 빙고게임 등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다.
Q. 직업체험을 어디에서 할 수 있나?
정부가 운영하는 분당의 잡월드(www.koreajobworid.or.kr)를 추천한다. 어린이, 청소년체험관이 분리돼 있으며 공공서비스, 경영금융, 문화예술, 과학기술 분야 50여개 직업을 현장감 있게 체험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을 통해 하루 3~4개 관심 직업을 고루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이밖에 지자체마다 진로직업체험센터를 다양하게 운영중이며 워크넷 사이트는 직업인 동영상 자료가 잘 갖춰져 있다.
Q.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무수한 진로 정보를 쏟아부어도 부모 자식 간 정서적 소통이 잘 안되면 큰 효과가 없다는 걸 오랜 경험에서 배웠다. 때문에 진로교육에 앞서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기 자녀와는 심리적 공감대부터 쌓아야 한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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