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오후 4시 복사골문화센터 어린이도서관 동화기차에는 마녀가 나타난다. 망토를 휘날리며, 고깔모자를 쓴 동화책에서 본 듯한 마녀다. 하지만 동화책 속 무서운 마녀와 달리 이곳의 마녀에게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몰려든다. 더욱이 기대감으로 아이들의 눈동자는 초롱초롱 빛난다. 재밌고 실감나는 동화 속 이야기로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마녀의 정체가 궁금하다.
동화구연 동아리 ‘하나리’
어린이도서관 동화기차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마녀들은 동화구연 동아리 ‘하나리’ 회원들이다. 하나리는 ‘하나 되어 더 큰 우리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동아리로 아이들에게 재밌는 그림책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지난 2001년 동화기차 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활동을 시작했으니 십 년이 훌쩍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13명의 회원이 함께 하고 있으며, 30대부터 50대까지 초등생 아이를 둔 주부들이 가장 많다.
하나리의 ‘마녀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수업은 매주 화요일 오후 4시에 진행되며, 5세부터 9세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부천 지역 아이들은 물론 인천 쪽 아이들도 일부러 찾아올 만큼 입소문이 자자하다.
도서관에 머물며 책과 친해져
책 읽어주기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점이다. 봉사활동을 위해 도서관에 정기적으로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덕분에 책을 덜 좋아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책을 가까이 하게 된다. 박미정 씨는 아이의 변화를 직접 겪은 장본인이다.
“큰 아이와 달리 둘째는 뛰어놀기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라 도서관 자체에 흥미를 못 느꼈어요. 또 집중시간이 짧아 금방 싫증내곤 했죠.”
자원봉사를 하면서 2년 넘게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음에도 늘 집에 가자고 졸라대는 아이를 보며 속상했다. 그런데 3년차에 접어들면서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신기했죠. 물론 좋아하는 분야만 편독하는 편이긴 하지만 책을 스스로 읽는 것만도 대단한 변화거든요. 또 한 자리에서 3~4권을 읽을 만큼 집중력도 좋아졌고요. 엄마 입장에서 정말 뿌듯하죠.”
봉사활동으로 얻은 것 많아
하나리의 총무를 맡고 있는 정현미 씨는 활동을 하면서 아이가 적극적으로 변한 게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내성적인 편이에요. 부끄럼도 많이 타고요. 워낙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해서 걱정을 했죠. 그런데 제가 동화구연 봉사를 하면서 아이가 많이 달라졌어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친구들 앞에서 우리 엄마가 책 읽어주는 마녀라며 으쓱해 할 땐 엄마로서 뿌듯하죠.”
실제로 집에서 책 읽어주는 연습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엄마가 하는 걸 유심히 본 후 그대로 따라하면서 즐기곤 한다.
김민선 씨는 이 일을 하면서 아이들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긴 것을 수확으로 꼽는다.
“예전엔 마구잡이 독서를 했거든요. 아이에게도 아무 책이나 읽어줬고요.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겼어요. 어떤 책이 더 가치 있는 책인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거죠.”
윤영수 씨는 임신 중에도 모임을 쉬지 않고 계속 참여했다.
“엄마들끼리 교류하는 게 좋아요. 육아 고민에 대한 상담도 할 수 있고요. 지금은 아이가 어려 정기모임만 참석하지만 내년쯤에는 다시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도 시작해야지요.”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 헛되지 않아
늦둥이를 키우고 있는 이갑순 씨는 상원초 책 읽어주는 어머니 자원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지금 대학생과 군대에 있는 큰 아이들을 키워보니 책과 친해지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 거 같아요. 부모로서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큰 아이 키울 때도 동화읽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 덕분인지 사춘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성인이 된 후에도 책을 좋아하고 또래보다 월등히 많이 읽는 편이고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은 헛되지 않은 것 같아요.”
한편, 하나리는 3월말까지 신입회원을 모집한다. 3개월 동안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정기적으로 교육과 세미나가 마련되는 만큼 무대체질이 아니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문의 : 032-320-6329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미니인터뷰/ 박미정 하나리 회장
내 아이에서 출발해 우리 아이로 넓어져
박미정 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 아이만 보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이웃의 아이를 두루 살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한다.
“처음 시작은 내 아이에게 더 재밌게 책을 읽어주고 싶은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았죠.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다 같이 잘 키워야 결국 내 아이도 잘 클 수 있거든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아이들의 좋아하는 반응을 볼 때다.
“유난히 리액션이 좋은 아이들이 있어요. 맨 앞자리에 앉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기운이 나서 더 오버하게 돼요. 준비하면서 고단했던 것도 확 풀리고요. 아이들 표정을 보면 오히려 우리들이 더 행복해지죠.”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