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본을 여행하면서 시부야의 한 뒷골목에서 이름난 스시 맛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곳은 대를 이어 가업을 계승해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소박한 식당 내부에 1대 사장이었던 할아버지의 빛 바랜 사진이 한 쪽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가리켜 ‘시니세’라고 하는데 우리지역에도 이런 집이 있다.
정직, 성실함으로 이루어낸 맛의 비결
인덕원을 지나 청계 방면으로 가다보면 서울구치소 건너편 의왕새마을금고 뒤편에 임학순 원주추어탕이 보인다. 상호에 이름을 넣을 만큼 음식 맛을 자부하는 이곳은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3대가 이어오는 맛 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오후3시가 넘은 시각. 입구에 들어서자 방금 식사를 마친 듯한 사람들이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VJ특공대, 생생정보통, 생활의 달인 등 매스컴에도 소개된 이곳은 건물1층에는 추어탕이 2층에는 웰빙 파김치장어전골과 강화갯벌 장어구이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다. 1층 내부에 들어서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주부도 있고 연세 지긋한 어르신도 있다. 조용한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식탁 위를 유심히 살펴봤다. 탁자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고객님의 소리를 듣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인쇄물이 놓여져 있었다. 30년 전통이라면 그 어떤 곳보다 맛에 대한 자부심이나 긍지가 강할 텐데 굳이 이렇게 일일이 고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이유는 뭘까? 궁금해 주인을 불렀다.
“저희는 손님들의 평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굳이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왜 하느냐고 묻는 분도 계시지만 시대가 변하면 입맛이나 요구사항이 변하기 마련이고, 그런 고객들의 니드를 저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임학순 여사인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음식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는 이곳을 경영하는데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손님들의 요구에 부응해 늘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안혜령 사장. 그동안 가게를 꾸려나가면서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겪었고, 남모를 노력과 고생도 많이 했다는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바로 욕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학순 원주추어탕의 명성이 자자해지자 여기저기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했지만 음식 장사하는 사람은 물욕에 눈이 어두워서는 안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맛에 도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안 사장은 3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임학순 원주추어탕 맛의 비결은 바로 정직과 성실함이라고 강조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친정어머니의 맛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녀. 녹향원, 사랑채노인복지, 희망나래, 의왕장애인협회 등 지역의 시설에 추어탕 대접과 후원도 아끼지 않는다.
걸쭉한 추어탕 국물과 구수한 시래기의 환상궁합
삼복더위를 앞두고 사람들은 땀으로 빼앗긴 기력을 되찾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다. 흔히 여름 보양식 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그 가운데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바로 추어탕이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이 풍부해 자양 강장, 피부 미용, 성장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 이곳의 추어탕은 유난히 걸쭉하다. 매일 새벽 해감한 싱싱한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푹 고은 추어탕은 잡 냄새 없이 순한 맛이 나고 진하다. 뚝배기에 담겨져 나오는 뜨거운 추어탕에 밥을 말아 한 술 뜨면 뱃속이 뜨끈해진다. 추어탕에 들어있는 시래기도 구수하고 부드럽다. 특히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래기와 추어탕은 궁합이 잘 맞다. 아삭한 깍두기와 파김치 그리고 알싸한 갓김치와 곁들여 먹는 맛도 제격이다.
“저희집 추어탕의 특징은 바로 시래기가 들어가 맛이 구수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가을에 수확한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를 숙성시켜 추어탕에 넣어 끓인 맛은 어머니께서 오래 전부터 고수하셨던 비법이었어요.”
임학순 원주추어탕 031-423-9520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