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는 시간표 사이에 잠깐의 쉬는 시간이 생기면 많은 학생들은 운동장이나 복도, 화장실로 몰려간다. 그리고 또 한 곳, 학생들이 아끼는 휴식 공간이 있으니 바로 학교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파주시 학교 사서들이 공부 모임을 갖는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
파주시에는 파주시사서협의회가 있다. 2009년에 꾸려진 모임이다.
“애들이 와서 그래요. 선생님은 심심하지 않아요? 안 심심하다고 하면 왜 안 심심하냐고 묻고. (웃음) 사서들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이 모임에 나오면 스트레스도 풀고 정보도 주고받고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든든한 힘도 얻고 도움이 돼요.”
(지산초 이민아 사서)
네이버 카페 책가시글버시(http://cafe.naver.com/libbok)에는 79명의 사서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또 일주일에 한 번 만나 공부하는 모임을 꾸렸다. 사서들은 이 모임 이름을 ‘책사모’로 짓고 지역에 따라 교하운정과 문산 두 곳에서 만나고 있다.
사서들은 그림책 작가 연구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북아트와 책 만들기에 관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배워서 남주는 모임
사서들은 책사모에서 얻은 배움을 학교로 돌아가 풀어내고 있다.
두일초 장혜경 사서는 책을 재미있게 읽는 아이들에게 같은 작가가 쓴 다른 책을 권해준다. 동패초 박진숙 사서는 책사모에서 공부한 그림책 내용을 수업시간에 활용한다. 지산초 이민아 사서는 어머니 독서 모임에 나가 공부한 내용을 전해준다. 청암초 정성희 사서는 책 읽어주기 동아리를 운영하며 아이들을 풍성한 책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두일중 박보애 사서는 방과 후 동아리를 통해 풀어낸다.
“방과 후에 학생들이랑 도서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해요. 책 동네 산책하기, 출판사 체험, 나만의 책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서평 쓰고 북아트도 만들고 있는데 이 모임에서 배운 것이 도움이 많이 돼요.” (두일중 박보애 사서)
학교사서 정규직화 과제
안타까운 것은 학교 내 사서들의 위치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진흥법시행령에 따르면 사서교사의 총 정원은 학생 1500명 당 1명이다. 전국 학교 도서관 사서 가운데 85.7%가 비정규직이다. 2010년 이후 정규직 사서교사 신규 임용은 단 1명뿐이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학교가 많은 파주 지역에는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덜컹거리는 현실 막막한 미래 사이에서 사서들의 마음은 쉽게 지친다. 하지만 책사모 모임에 나오는 사서들은 동료들과 함께 마음을 치유하고 다시 충전해 학교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사서들이 말하는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두일초 장혜경 사서
도서관은 힐링이다
마음에 상처 입은 아이들도 와서 쉬게 하고 얼굴 한 번씩 비치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공간이 도서관이에요. 신발 신은 채로 매트 위에 엎드리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만큼 힘든 거죠. 방과 후에는 정자세로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휴식공간이니까요.
청암초 정성희 사서
책 읽기 싫어하면 읽어주세요
듣는 독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아리를 꾸려가고 있어요. 아이들은 글을 알지만 재미있게 읽을 줄은 모르기 때문에 책을 읽어줘야 해요. 아무리 크더라도 원할 때까지 읽어줘야 해요. 책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면 스스로 읽게 되거든요.
동패초 박진숙 사서
독서 수업하며 아이들에게 놀라요
추상적인 설명만 해줄 때도 아이들은 그 이상으로 만들어내요. 그럴 때마다 깜짝 놀라요. 독서수업은 뭔가를 보고 베끼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끌어내도록 유도해서 좋아요
지산초 이민아 사서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요즘 아이들은 자기 말만 하고 듣는 귀가 없어요. 도서관에 있으면 아이들이 자기 말을 하러 와요. 말 한마디 걸어주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서 있기도 해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두일중 박보애 사서
중2병도 속으로는 부모님 걱정해요
중2 무섭다고 하죠. 집에서 얼마나 부딪히겠어요. 하지만 속에는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이 깔려 있어요. 아이가 아무리 힘들게 해도 속 깊은 곳에는 사랑하는 엄마라는 마음이 있어요. 표현이 미숙해서 부딪히는 거죠. 엄마들이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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