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몸담고 있는 나는 정치의 집권세력이 바뀔 때마다 변화무쌍한 교육정책에 기승하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만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을 굳게 믿는다. 사교육의 본래 목적은 학교 공부에서 뒤떨어지지 않도록 보충하는 학습의 의미이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면서 많은 학생들은 학원과 과외 등을 더 우선시 하며 사교육을 받는 목적 자체가 본래 ‘보습’의 의미를 훨씬 뛰어 넘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고자 함이 아닌 오직 시험점수만 올리면 목적달성이 끝나 버리니 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당장의 효과만을 기대하는 방법으로 교육에 ‘희망’이란 단어를 쓰기가 무색해져 버렸다.
특히 타과목과는 다르게 수학공부는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더 위험한 생각임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학문의 초석이 되는 수학은 다른 학문과 실제 현상이 어떤 유기적 관계를 갖는지 파악해야 하는 깊은 사고과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내용을 단원별로 정리하고, 시험문제에 나올 수 있는 문제를 유형별로 쪼개어 반복학습과 숙달만을 강조하며 당장 눈앞에 있는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 훈련시키는 지겨운 공부가 되어 버렸다. 문제의 풀이 자체보다는 거기서 배워야 하는 수학적 지식과 사고방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학을 공부하는 바른 학습태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따져 묻고, 스스로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 보는 등의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수학 점수가 올라가나요?” 와 “어떻게 하면 수학 공부를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요?”의 질문은 얼핏 육안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른 것을 내포하고 있고 나는 이러한 질문을 서로 부분집합 관계라고 정의내리고 싶다.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하면 학습자의 개인적인 역량차이를 배제하더라도 수학 점수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것을 그동안 현장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경험했던 결과이다.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볼 것인가는 학습자의 바탕 된 베이스와 수학이 가치 있다는 믿음과 태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단답형을 넘어선 서술형 문제의 도입취지와 창의사고력 문제의 출제방향은 사실상 문제를 유형별로 정리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도록 훈련하는 풍토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작은 희망이었다. 그렇지만 학교 내신 수학의 채점기준은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를 반영하기는 커녕 반듯한 모범 정답지를 세팅해 놓고 학생들이 서술한 답안지를 끼워 맞추기 식에 그치고 있다는 현실이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내신 시험에서 서술형에 감점을 당하지 않기 위해 풀이과정을 제대로 적었는지를 또다시 반복적으로 훈련하면서 학생의 다양한 생각은 곧 감점의 요인임을 가르쳐야 하는 현실이 우습기도 하고 말이다.
중학교 때 ‘함수’라는 제목의 단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일차함수, 이차함수, 삼각함수, 분수함수, 지수함수, 로그함수, 무리함수 등을 배울 때마다 새로운 개념과 이론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 체계를 확장하면서 식과 그래프의 관계를 탐구하는 원리이지 새로운 함수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원리로부터 나온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는 것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그 원리에 비추어서 문제의 풀이 방법을 ‘발견’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원리를 모르고 문제 풀이만 연습했다면, 새로운 문제는 늘 다시 새롭게 연습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만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제대로 해서 그 결과로 점수가 올라가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욕심일까. 교육이 상품으로 취급되는 환경 속에 점수에 초조해하고 조바심을 내는 학부모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시험 점수 올리기 식의 얕은 공부가 초래할 수 있는 그림 한 점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김지선 원장
그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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