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원장의 수학공부 다시 생각하기 시리즈> 첫번째

경시대회 준비가 학생들 수학을 망치고 있다.

지역내일 2014-07-01

얼마 전 일이다.
전화로 한 학부모님이 자녀의 수학공부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상담을 원하셨다. 고등학교 몇 학년이냐고 여쭈었더니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초등학교 5학년 밖에 안 된 학생이 수학공부를 힘들어 하는 상황은 뭔가 학생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미리 짐작해 버렸다. 하지만 상담을 온 학생은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밝고 예쁜 성실한 여학생이었다. 밝게 웃다가도 수학 이야기를 할 때면 표정이 어두워졌다. 수학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학생이 공부해 왔던 문제집과 연습장을 보면서 정말 성실한 학생이고 계속 꾸준히 공부하는 학생인데 왜 이렇게 수학을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아이가 수학을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학생이 수학을 어느 정도 잘하는 학생이기 때문이었다. 조금 우수한 학생이다 보니 경시반(영재반)에 들어갔고, 그 반은 교재로 매우 어려운 문제집을 사용했다. 문제들을 보니 초등학교 5학년이 어려워 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었고, 방정식 부분은 중2과정, 심지어는 고1과정에서야 나오는 문제들도 있었다.
그렇다보니 네 문제씩 나와 있는 한 페이지에서 학생이 풀어낸 문제는 없거나 많아야 두 문제뿐이었다. 선생님이 적어주시는 풀이를 빨간 볼펜으로 빽빽하게 적느라 생각할 시간은 없고, 수업시간이 이해도 잘 안가는 문제의 풀이를 받아 적는 지루한 시간이니 아이에게 수학은 더 싫어지고 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잠깐이지만 시범수업을 해 본 그 여학생은 원리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정말 수학에 대한 감각이 있는 학생이었다. 어려운 문제에 눌리는 공부가 아니라 체계적인 원리를 익히는 공부를 한다면 수학을 더 잘할 학생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어머님께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렸다.


지금도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님들의 “그래도 도움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정말 고생만 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수학영재일 수는 없고, 또 수학영재여야 할 필요도 없다. 정말 1%의 아이들을 위한 문제들로 30%의 아이들이 수학을 놓아버리는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교재나 수업과정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우리 아이들의 수학을 위해 경시수학은 조금 넣어두자.  


김석원수학
김석원 원장
031-38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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