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궁금하다

고전강독까지 진행하는 ‘철학하는’ 한의원 우천동일한의원

만병의 원인은 담(痰), 칠정(七情) 해소가 약(藥)

지역내일 2014-06-30

3대째 한의원을 운영하며 양재동에서 명성을 떨치던 우천동일한의원이 교대역 근처로 자리를 옮겨 다시 개원했다. 사상의학에 바탕을 둔 난치병 치료로 이름이 높았던 돌아가신 선친 박인상 원장과 칠정에 바탕을 둔 치료로 유명했던 박석준 원장. 이 두 분이 이끌었고 10여년 가까이 고전강독까지 하고 있는 우천동일한의원을 찾아가 봤다.   

동일


머리는 하얗게 셌지만 까무잡잡하고 단단해 보이면서도 사람 좋은 미소가 인상적인 중년 남자가 손을 내민다. 그가 바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3대째 난치병 치료에 성심을 다하고 있는 ‘우천동일한의원’의 박석준 원장이다. 할아버지인 소천 박징원 선생과 아버지인 우천 박인상 선생의 뒤를 이어 3대째 한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석준 원장은 난치병 치료에 성심을 다한 아버지의 사상의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치료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경제학을 전공하고 나서 한의학으로 방향을 튼 것도 그런 영향입니다. 아버님은 경희대 중풍센터 원장까지 지내셨지만 난치병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임상경험도 많으셨고 사상의학에도 조예가 깊으셨지요. 그런 아버님을 옆에서 보다보니 저 역시도 자연스럽게 사상의학에 바탕을 둔 난치병 치료에 관심이 많습니다.”


모든 병의 원인은 스트레스, 마음을 다스려 치료한다
박석준 원장은 병의 바탕을 칠정(七情)에 두고 있다. 즉, 칠정은 희로애락 같은 일곱 가지 감정으로 이 감정을 치료하면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바이러스나 나쁜 음식 같은 것들이 병을 만드는 줄은 잘 알면서도 마음이 병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도 다 마음의 병이라는 것이다. 화가 나면 화를 터트려야 화가 풀리는데 그러질 못하니 그것이 쌓여 스트레스가 되고, 계속 쌓이면 머리도 아프고 소화도 안 돼 병이 커진다는 것이 박 원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한의학의 특징인 근본 원인 치료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박 원장의 치료법이다.
“처음부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얘길 하다보면 하나씩 애길 하게 되고 그러면서 침도 놓고 약도 처방합니다. 그러다 차도가 생기면 점차 저를 믿고 많은 걸 얘기하게 되죠. 치료과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적인 환자보다 큰 병원에서도 치료가 힘든 난치병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입니다.”


칠정으로 오는 병, 화병이나 피부병까지도 치료가능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여러 관계에서 생기는 감정 역시 복잡해진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어 칠정 탓에 병이 생기고 여기서 생긴 병이 깊어지면 한방에서 말하는 몸의 노폐물인 담(痰)이 몸속에 쌓인다고 한다.
“담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고 중풍이나 치매는 물론 나아가 대상포진 같은 피부병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류머티즘이나 루프스 같은 자가면역질환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입을 비롯한 피부, 안구, 혈관 등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인 베체트병도 화를 다스리지 못해 생기는 화병으로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칠정에 대한 치료가 대단히 중요한 겁니다.” 


철학자 초빙해 고전강독 하는 ‘철학하는’ 한의원
양재동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다 요양병원에도 관심이 많아 경기도 안산에서 3년여 동안 ‘들꽃 피는 요양병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요양병원이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관리해주는 목적이라면 박 원장이 운영했던 요양병원은 관리의 개념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여겨 생태치유과를 따로 두고 자연치유를 시도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의 개인 화단을 만들어 생에 대한 희망을 주기도 하고 주변에 서울예술대학교가 있어 국악과의 협조로 어르신들을 위한 국악공연 등을 열어 삶의 재미를 주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고전강독 하는 한의원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요양병원을 운영한 동안을 제외하고는 10여년 가까이 고전강독을 하고 있다. 고전강독을 시작할 당시에는 강남에서 처음 시작한 인문학 강의였다. 그만큼 박 원장은 눈에 보이는 병만을 치료하는 한의사가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치료하는 ‘철학하는’ 한의사이기도 하다. 8월 14일 저녁 7시부터 매주 목요일에는 ‘논어를 읽는 천 개의 눈’이라는 제목으로, 8월 20일 저녁 7시부터 매주 화요일에는 『황제내경』강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의 02-3473-7533
장시중 리포터 hahaha12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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