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암 선고보다 무서운 ‘조기 폐경’

지역내일 2014-06-25

조기 폐경은 불임 전문의로서 가장 어려운 경우인데, 40세 이전의 여성 1~4%에게 찾아오는 질환이니 흔하게 일어나는 질환인 셈이다. 아직 출산을 마치지 않은 여성에게 조기 폐경 진단이 내려지는 건 암 선고보다 더한 충격이지만, 적절한 치료로 임신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40세 미만의 가임기 여성에서 발생하는 폐경은 의학적으로 ‘조기 난소 부전증’으로 분류된다. 자연적인 폐경과는 다르게 난소 기능의 이상으로 생각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염색체 이상 등으로 원인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고, 항암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 난소제거술을 받은 경우처럼 원인이 분명한 경우도 있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조기 난소 부전증은 정상적으로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어야 할 시기에 여성호르몬 결핍이 생기는 질환이므로 호르몬 대체요법이 필요하다. 호르몬 치료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임신이 되는 경우도 꽤 있고, 항암 치료를 받은 이후 조기 폐경이 되었던 환자가 난자 공여로 시험관 아기를 시도해 임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가장 먼저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자연임신을 도전해보는 것인데 약 10% 정도의 성공률을 보인다. 특히 35세 이하의 젊은 여성이라면 더욱 희망적이다. 가끔이라도 배란이 되고 있는 경우라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를 해볼 수 있고, 여성의 난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편의 정자가 건강하다면 난자를 기증받아 시험관아기를 하는 방법도 있다.
조기 폐경을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나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난소 기능을 저하시키는 생활습관을 교정한다면 더 이상 악화되는 건 막을 수 있다. 난소 기능에 좋은 생활습관은 커피, 술, 담배를 피하고 물을 많이 섭취하며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다. 또한 무리하는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므로 규칙적으로 수면을 취하고 밤 늦게까지 깨어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유전자나 체질을 바꿀 수는 없으니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자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임신을 원하는 경우에는 조기 폐경의 전조증상이 있을 때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조금이라도 난소기능이 유지되어 있을 때 최대한 임신시도를 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AMH(항뮐러 호르몬)와 같이 정확한 혈액검사들이 개발되어 있어서 간단한 채혈만으로도 자신의 난소 기능을 측정할 수 있다.

정현정
서울 라헬 여성의원 정현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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