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원도심인 대흥동 중앙로를 따라 중부 경찰서를 끼고 골목으로 들어서면 식당과 찻집, 표구사, 필방들이 늘어선 오래된 골목 노란 파라솔 아래 작은 과일 좌판이 눈에 띈다. 과일가게 ‘사과나무’ 앞이다. 얼핏 보면 과일이 많은 카페 같아 보인다. 이민형(39) 김현자(39) 동갑내기 부부가 백일이 지난 딸 하늘이를 데리고 이곳에 과일가게를 차린 건 2년 전이다.
생물학을 전공한 남편 이민형 씨는 과일가게 오픈 전 친환경 농산물 병해충 컨설팅을 했다. 과일을 보면 선도는 물론이고 벌수정인지 인공수정인지, 농부가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그 과일의 내력이 보인다. 덕분에 사과나무의 과일은 맛과 품질이 보장된다. 매일 새벽 5시 경매장에 직접 나가 그날 필요한 과일을 사고, 아침배달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가게 근처의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일은 그의 몫이다.
파라솔 아래 좌판에는 지나다니며 과일 군것질을 할 수 있도록 한 알씩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사과나 오렌지도 있고 예쁜 투명컵에 색색의 과일을 잘라 넣은 컵과일도 있다. 컵과일은 부인 김현자씨가 가게 안 테이블에서 직접 만든다. 기업체 세미나, 발표회 등에 컵과일이나 과일도시락의 주문이 많다.
성의가 느껴지는 예쁘고 깔끔한 포장과 맛과 신선도가 보장되는 좋은 품질의 과일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선물용 바구니나 박스 주문이 많고 요즘은 이바지 과일 주문도 심심찮다. 유기농 비정제 설탕을 이용해 만든 오렌지차 자몽차 레몬차 등 수제차와 마스코바설탕으로 만든 과일잼도 부인의 솜씨다.
대흥동 오래된 골목에서 부지런한 부부는 열심히 사과나무를 가꾸고 있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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