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한국사 교육이 강화되자, 엄마들의 마음이 바빠졌다. 당장 역사 문제집을 사서 달달 외우게 하고, 역사 학원을 보내고,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을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조바심을 내는 풍경을 목격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하기를 원한다면, 역사 교육을 어떤 방법으로 시켜야 바람직한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역사는 단순한 암기과목이 아니다. 역사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을 품고 있고, 그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사람들의 삶을 지배한다. 우리 아이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기를 원한다면 역사책 읽기를 통해서 역사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시대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한다. 역사적 흐름과 배경이 머릿속에 내재되어 있는 아이는 교과서도, 신문도, 사회 현상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한 예로, 국어 시간을 들여다보자. 역사를 모르는 아이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시대를 읽어 내거나, 시대의 아픔을 찾아내는 것을 힘들어한다. 문제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하지 않고, 참고서에서 보고 외운 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 배경을 아는 아이는 자신의 배경지식을 활용해서 소설 속 사건과 인물의 마음을 이해한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에 대한 참상을 모른다면 ‘몽실언니’와 ‘자전거 도둑’ 등을 제대로 해석해 낼 수 없다. 또한, 1970~80년대 독재 정치를 모른다면, 김수영의 ‘풀’을 공감하며 읽을 수 없다. 우리 문학뿐만 아니라 세계문학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 시민혁명을 알고 ‘장발장’을 읽는다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러시아 혁명을 풍자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훨씬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역사 공부에는 독서가 기본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책을 읽고 문자만 해독하며 줄거리만 아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역사책 읽기로 역사는 물론, 문학까지 폭넓게 보는 거시적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갈등의 순간이나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다.
권기남 지부장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서초북지부
한우리독서경영연구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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