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학원, 이제는 ‘진짜’ 진학 지도가 절실합니다

지역내일 2014-03-02

 대학입시 원서접수 기간이다. 우리 반 인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시 지원 상담을 하고 있다. “선생님! 저, 체육학과 지망하려고 합니다.” 받아 든 수능성적으로는 서울권 소재 대학의 인문 계열에 진학하기가 쉽지 않은 학생이다. “평소에 체육학과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잖니? 게다가 체육 실기를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한 달 열심히 하면 합격할 수도 있데요.” “선생님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구나. 지금 상태에서 갑자기 실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그렇고, 무엇보다 충분한 고민 없이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 학생은 이튿날 다시 나타났다. “저, 삼수하고 싶습니다.” “왜 갑자기 삼수를 하려 하냐?” “의대 가려구요.” “이과로 계열 전환을 해서 의대를 가려면 ‘수리 가형’을 해야 하는 데, 문과생인 너의 현재 수학 성적을 고려할 때 한 해 더 한다고 해서 의대 갈 만큼의 수학 성적을 얻기는 쉽지 않다. 삼수한다는 생각을 재고하면 좋겠다.”
이 학생은 결국 교차지원을 해서 며칠 전까지 생각한 적도 없는 학과에 진학했다.


매년 5월경이면 재수에 성공해서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인사차 학원선생님들을 찾아온다. 내가 담임했던 이 아이, 바라던 만큼의 성적을 얻어, 재수를 시작할 때 목표로 삼았던 대학에 들어갔다. 반갑게 아이를 맞는다. 그리고 대학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 몇 가지 물음에 대답을 이어 가던 이 아이, 쭈뼛거리다 어렵사리 입을 뗀다. “저 삼수 하려구요. 적성이 안 맞아요. 제가 생각하던 거하곤 달라요. 다시 공부해서 사관학교를 가야겠어요.”


 대한민국의 학생, 학부모가 꿈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그 대학의 학생이 학원을 찾아왔다. 다시 대입 공부를 하고 싶단다. 의대 들어가려고. 그런데 그 친구 3년 전 고3 시절 명문 사립대 의대에도 합격했었다. 그 대학을 포기하고 지금의 대학에 입학했는데…


위와 같은 모습을 너무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이것이 20년 학원쟁이, 입시쟁이로 하여금 진로코칭, ‘진짜’ 진학지도에 관심을 갖게 만든 이유입니다.
교육현장에서는 학생이 얻은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기존의 ‘진학지도 패러다임’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진학지도가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또 다른 실패’를 잉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대학생 중 재수 혹은 진로 변경을 목적으로 편입, 전과, 자퇴를 하는 경우가 34.9%랍니다.(<이제는 진로교육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양대 상담센터에 의하면 상담신청 내용 중 ‘진로’가 제일 많습니다. 어찌 한양대뿐이겠습니까? 진로탐색의 과정이 유예된 채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다 보니 나타난 일이라 여겨집니다. 대학시절의 전공이 직업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면, ‘내’가 아닌 나의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인 ‘점수’가 내 인생을 결정하는 꼴입니다. 

그동안 대입재수학원은 서울에 위치한 상위권 대학에 많은 학생을 합격시키는 것을 목표로 여겼습니다. 대다수 학부모님들이 바라는 점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이제는 어느 대학에 몇 명의 학생을 합격시키느냐 보다는 내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느 분야에서 활약할 때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겠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 봅니다. 성적 향상, 무조건적인 대학 합격을 넘어서 학생의 진로설계를 도와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있어 재수는 ‘한 번 더 공부하기’가 아니라 새로이 공부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꿈과 미래를 설계하는’ 기회여야 하니까요. 

입시학원 또는 재수학원은 새롭게 업(業)의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입재수학원은 더 이상 ‘공부 잘 가르쳐 대학 보내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학생들의 미래 설계를 도와주는 곳’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수업, 평가, 상담 등 학원의 교육시스템이 진로진학의 관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전의 입학사정관전형)은 말 할 것도 없고, 이제 다양한 대입 선발제도에서 성공하려면 진로에 기반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더 이상 ‘진로’ 따로, ‘진학’ 따로가 아닙니다. 우리 자녀가 인생과 대입 모두에서 행복한 성공을 거두길 바라시죠? 꿈이 있는 공부, 꿈을 향해 가는 대학 진학은 진로에 기반한 제대로 된 진학지도를 통해 가능합니다.


진로에 기반한 진학지도, 이게 ‘진짜’ 진학지도입니다.


이학준 원장
대입전문 이학준학원&교육컨설팅센터 이학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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