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자원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인적자원이 중요하다. 기능인력을 중점 양성한 정부정책이 국내총생산(GDP) 2만5000달러 이상의 기능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많은 부분 인정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기능인력 양성이 기업현장이 아닌 학교 교육과정 중심으로 이뤄져 창조경제에서의 주도적 역할이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학교 또는 교육훈련기관 등 공급자 중심의 교육훈련이 기업현장과 매칭이 원활치 않아 결국 과도한 진학, 직무와 무관한 스펙쌓기 등 청년고용 미스매치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대통령의 독일·스위스 방문 이후 국가와 산업계 중심으로 중점 추진하고 있는 ‘일·학습 병행제’가 우리나라 직업훈련의 또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학습 병행제는 말 그대로 일과 학습을 병행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1994년에 도입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특성화고 등의 2+1 기업실습제처럼 학교 교과중심의 일·학습 병행이 아닌 기업현장 중심의 일과 학습 병행이라는 점이 좀 다르다. 쉽게 말하면 학습을 하고 스펙을 쌓은 다음에 일(취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먼저 하고 일을 하면서 학습을 하고 스펙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일·학습 병행제는 독일의 듀얼제도, 호주나 영국 등의 견습제 등을 통해 유럽의 기능강국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해온 직업훈련방식으로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터 기반 학습(Work-based Learning)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한 ‘한국형 도제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일·학습 병행제의 성패는 우수기업의 참여와 해당 기업이 개발, 운영하는 훈련프로그램에 달려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기업, 명장기업 등 탄탄한 중견·중소기업을 우선 참여기업으로 선정해 기계, 화학, 전기전자, 정보통신, 건설, 문화컨텐츠 등 NCS(국가직무능력표준)가 이미 개발된 분야를 중심으로 훈련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훈련기간 역시 단기교육훈련보다는 최소 6개월 이상의 훈련과정을 개발토록 참여기업을 지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중심 전문 기능·기술인력이 양성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학습 병행제의 강점은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기업에 채용돼 학생신분이 아닌 근로자에 준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과 병행해 교육훈련프로그램을 수료할 경우 자격 또는 (전문)학사 등의 학력을 얻어 청년들의 학습과 학위 그리고 지위상승 욕구도 일정부분 충족시켜 줄 수 있다.
현재 정부나 기업 그리고 특성화고 등에서의 일·학습 병행제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이미 정부는 2017년까지 7만명의 학습근로자가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1만개의 일·학습 병행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올해에만 예비 일·학습 병행기업 3000개 육성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서비스업 등 비제조업분야에도 일·학습 병행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그룹과 고용노동부가 업무협약을 맺고 1년 과정(6개월 한국폴리텍대학 이론교육 + 6개월 기업현장 교육)의 현장중심 훈련과정을 통해 금융SW 전문가를 양성키로 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제 막 발돋움한 일·학습 병행제는 기업현장 중심의, 근로자 중심의 새로운 직업훈련 방식으로 ‘능력중심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만개의 일·학습 병행제 기업 육성은 다른 한편으로 7만명의 청년들에게 탄탄한 중견·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당당한 기능·기술인력으로 사회에 정착하는 기반이 될 수 있는 만큼 청년들에게 일·학습 병행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적극 권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단편적인 스펙보다 스스로 경험하며 만들어낸 스토리(Story)를 가진 청년을 애타게 찾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김순림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장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