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샘

안덕근 천호중 교사

Think different! 말 대신 실천으로 가르치다

지역내일 2014-06-24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 단짝으로 따라붙는 말이 ‘Think different’.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창의력&발명’을 키워드로 재미난 수업에 빠져 사는 50대 청춘이 있다. 주인공은 안덕근 교사.
천호중 기술실은 그의 보물 아지트다. 각종 발명 교구들과 사진 패널, 자료집이 빼곡히 자리잡은 이곳은 그의 연구실이자 발명 새싹들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학교 안 ‘또 하나의 창의력 학교’이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안 교사와 마주앉아 20여년 지내온 세월을 이야기하자 흥미진진한 사연들이 쏟아져 나왔다.

안덕근


교사인생 1막 ‘여행이 준 깨달음’
대학, 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그의 첫 직장은 건설회사. 새벽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는 나날이 계속됐다. “7년쯤 다닌 뒤 결단을 내렸죠.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 싶었고  ‘공부’를 동경했던 터라 주위 만류를 무릅쓰고 기술 교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학급 경영, 계절마다 열리는 다채로운 교내 행사...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었다. 동료 교사 보다 교직의 출발선은 늦었지만 7년간의 사회 경험은 학생들을 지도할 때 큰 보탬이 됐다.
“교사가 신이 나서 하니까 학생도 학부모도 자연스럽게 똘똘 뭉쳐요. 학교축제 때는 총감독을 맡아 무대 세트며 조명 설치 같은 힘든 일, 궂은일을 자청했지요. 신기하게도 그때의 경험이 발명교육을 할 때 좋은 밑거름이 됐어요.”
교사 인생 1막 시절 그의 화두는 여행이었다. 배낭여행이 드물던 시절, 한 달간 유럽 일대를 돌며 ‘개안(開眼)’을 했다. 꼼꼼히 찍어온 사진 자료와 경험담을 수업시간 틈틈이 풀어내며 대한민국 밖 넓은 세상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자들은 그의 이야기에 폭 빠져 선생님을 따라나서 세계 곳곳에 발도장을 찍었다.
“출국 전 아이들에게 정보 수집 뿐 아니라 꼭 가보고 싶은 곳을 골라서 직접 여행지 루트를 짜보라고 해요. 많을 때는 수십 명씩 데리고 다니기도 했지요. 여행을 마칠 즈음 아이들이 훌쩍 자라있더군요.” 학생 뿐 아니라 교사인 그도 세계를 누비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고 깊어졌다.


교사인생 2막 ‘발명&창의력 교육 전도사’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그의 아들 덕분이다. “방학 때 초등학생 아들의 탐구 과제를 도와주다 발명 교육에 눈 뜨게 됐죠.” 자연스럽게 발명과 창의성 교육으로 교사 인생 2막을 열게 됐다.
이 분야에 ‘재미’를 느끼자 집요하게 파고들며 공부를 시작했다. 2009년 무렵이다. 내공이 쌓이자 과학중점학교 지도강사, 발명교육 운영교사, 중등영재교육 지도강사를 도맡으며 다양한 학생들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그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주는 창의력올림피아드에 애정이 깊다. “국내에서는 대회 역사가 짧지만 과학적 지식과 창의성, 여기에 스토리 구성력과 발표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배울 게 많아요. 때문에 미국, 싱가포르 같은 교육 선진국들은 학교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있죠.”
2009년부터 매년 학생들을 모아 창의력올림피아드대회에 나가며 제자들이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왔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창의력올림피아드 출전 학생을 지도할 교사들이 많지 않다. 전문지식을 갖춰야 하고 대회 준비가 까다로운데다 매일 늦은 밤까지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가르치는 보람과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 때문에 해마다 고생을 자처하고 있다. 덕분에 그의 제자들은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발명은 혼자 해도 성과가 나지만 올림피아드대회는 5~7명의 팀워크가 중요해요. 역할 분담, 스케줄 관리, 의견 조율까지 훨씬 까다롭죠. 힘든 만큼 많이 배우기도 하지요. 내 역할은 직접 과제 해결에 나서기 보다는 아이들이 꺾이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겁니다.”
한국 대표로 뽑혀 미국에서 열린 세계 대회에 출전한 제자들은 큰 무대를 경험한 뒤로 사고의 깊이와 꿈의 크기가 쑥쑥 자랐다. “학생, 학부모 모두 성급하게 결과물만 쫓는데 나는 늘 ‘과정’에서 배우라고 강조해요.”
요즘에는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을 직접 보고 느끼라며 중국학생과 어울릴 기회를 자주 만들어 준다.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프라이드도 엄하게 가르친다.
“나는 해외 나갈 때는 꼭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적은 플래카드와 한국 홍보 자료를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보여줘요. 뉴욕 타임스퀘어, 미국회의사당 등 곳곳에서 1인 퍼포먼스를 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 갖고 이것저것 물어와요. 내가 한 걸 보여주며 국제대회에 나간 우리 학생들에게도 권하고요. 쑥스러웠지만 현지에서 많이 배웠다며 다들 뿌듯해 합니다.”


교사인생 3막 ‘생각하면 현실이 된다’
교사는 게으르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소신. 천호중학생부터 여러 학교 영재아까지 수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틈틈이 영재교육 박사과정도 공부중이다. 이런 열정과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발명교육대상, 서울시민상, 발명의 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등 수많은 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꿈꾸는 교사인생 3막은 어떤 모습일까? “8년 후 정년퇴임하면 건축공학을 전공했으니 건축사 시험에 도전할 겁니다. 그리고 발명전시관을 지어서 창의력 교육을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세계일주도 계획중이죠.” ‘생각하면 현실이 된다’는 그의 좌우명 그대로 하루하루를 뜨겁고 즐겁게 그리고 꿈꾸며 사는 그는 ‘멋진 청춘’이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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